SJ에게
안녕,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네게 하고픈 말이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어.
직접 전할까 생각도 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질 않아 여기에 남겨 볼게. 네가 부디 읽기를 바라며.
세상엔 두 종류의 벽이 있어서
같은 벽을 세우더라도
철문을 더 높이, 더 굳게 세우는 사람이 있고,
화원의 담장을 쌓는 사람이 있다지.
그러나 난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앎에도 불구하고 선뜻 벽을 낮추지 못했어.
사람들을 좋아했기에 위로해주고 싶었고, 내 영역을 넓히려고 했지만
내 영역 안에 사람을 들인다는 게, 그게 참 쉽지 않았어.
그래서였을까.
우연으로 깊어진 인연이
나이 든 포도주처럼 향기로운 건
서로를 본연히 헤아렸기 때문임을
그땐 몰랐어.
한 번의 선택으로 빗겨갈 수도 있었던
만남이 겹겹이 쌓여 소중해지고,
한 번의 다툼으로 틀어진 사이는
분분히 겹쳐 애꿎은 소란이 되고
소란이 분란이 될수록 만연히 나는 외면하고
단호하게 끊어내고, 등돌리고, 멀리하고,
헐겁게 매듭짓고, 다시 힘이 빠져 초라해진 채
어둠 속에서 가만히 생각했어.
나는 왜 널 상처 주었는가.
그래, 이건 기한이 다 지나서야
네게 보내게 된 사과문이야.
네 잔실수조차 포용하기 버거워했던
부끄러운 어린 날의 초상이야.
그러니 기억해둬. 넌 잘못한 게 없어.
정말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