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yuna Kim Oct 19. 2016

책상 정리와 마음의 상관성

오늘의 책상 정리 상태가 말해주는 나


내 마음의 정리 상태는 책상과 그 주변만 잠깐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딱 책상 어질러진 만큼 어지럽다.



1. 처리해야 할 우편물들

수많은 광고와 전단지 사이에서 유용한 정보를 가려내야 한다.


2. 읽어야 할 책들

'읽고 싶다'는 자유의지에서 시작하였으나 결국 수동적 과업의 위치로 전락해버린 대여섯 권의 책들.


3. 제각각의 크기를 한 직사각형의 리플렛들

우리 고장의 여러 관광 정보와 아트센터, 박물관, 유원지 따위의 이벤트 캘린더.

짐짓 나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용을 기다리는 듯, 거만한 듯 기대하며, 침착한 듯 설득하는 사진과 활자들.


4. 드로잉용 스케치북과 수채화용 종이들

스케치에서 그친 몇 가지 그림 아이디어들. 채색하다 만 그림.

그 옆에 곧게 걸린 거장의 그림 몇 점. (물론 엽서 사이즈로)


5. 영수증 무더기

가계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 한 번도 써보지 않았으므로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각종 식료품 쇼핑 목록과 식사 및 커피의 흔적들, 의류 몇 가지와 신발, 주유소 영수증.


6. 머리 속으로는 이미 수도 없이 만들어본, 나무 판자와 벽돌을 이용한 DIY 책상

그리고 솔방울을 이용한 모빌 장식. 창틀 한 켠에 일렬로 놓여있다.


7. USB

안에 든 폴더와 파일 정리. 자료와 사진 아카이빙.

쓰다 만 레쥬메와 커버레터.

내 20대의 지나간 날들에 대한 요약 정리와 곧 다가올 날들에 대한 설계.

걱정과 막연함.

불확실성.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무기력하게 무기한 연기.



환경이 변한다고 내 책상 위가 변하진 않는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드로잉 클래스의 며리계 아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