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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유 May 26. 2022

내가 더 이상 신세대의 젊은이가 아니라는거지

겟츄쿠레욘

월드클래스인 두 아이돌의 열애설이 터졌다. 애초에 그들은 월클이지만 나는 아이돌에 큰 관심이 없는 머글중의 머글이라 큰 흥미를 두지는 않았는데 그러고보니 여자 쪽이 그간 몇 차례 남자 아이돌과 열애설이 있었고 그것도 그룹의 탑급 멤버들하고만 엮여 왔다는 걸 새삼 다시 확인하게 됐다. 그 중 한 명이 주ㅣ쥬래곤이었다.


​그와 그의 그룹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 차치하고, 그는 내 학창시절과 대학시절을 회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스타였다. 특히 대학 땐 그의 개인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는데, 당시의 나는 그를 21세기의 백남준이라고 생각했다. 천재 아티스트! 그의 가사대로 쪼그만 놈이 나와 무대를 휘휘 저어놓는데 그게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 매일 그의 노래를 들었고 종종 그의 뮤비를 봤다. 친구들끼리 이런 우스개소리도 했다. 애기 가지면 무조건 주ㅣㄷㅣ로 태교해야 해! 우리 동년배에는 그를 능가할 만한 클라스 있는 아티스트가 없어서 나온 얘기였고, 그렇기에 농담이었지만 진심이 담긴 말이기도 했다. 그의 영향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운 날씨가 예상된다는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주ㅣㄷㅣ가 양산 한 번 안 들어주나”였다. 그가 들면 유행이 됐기에 날씨 기사에서조차 사람들은 그를 찾았다. 그정도였다. 그의 패션은 화제가 됐고 그의 노래는 모두의 플레이리스트에 담겼으며 그가 출연한 예능은 레전드편을 남겼다. 그의 화보는 유수의 패션 잡지에 실렸고 그의 열애설은 전국을 아니 전 아시아를 흔들었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있었어도 감히 그를 폄하하진 못했다. 그는 그 정도의 아우라가 있는 슈퍼스타였으니까. 나는 그가 할배가 돼도 간쥐 철철나는 수퍼스타로 남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모두가 그를 슈퍼스타로 추앙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시대를 풍미한 대스타였고 트렌드를 리드하는 천재 아티스트였으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반향을 불러올 것이었다.


그 월클 아이돌들의 열애설 관련 커뮤니티 글에는 주ㅣㄷㅣ를 언급한 댓글이 가득했다. 대다수는 나이와 외모에 대한 비난이었다. 나의 20대 내내 반짝이는 슈퍼스타였던 그는 댓글창에서 거의 주제도 모르는 개저쒸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물론 만민이 같은 의견인 건 아니겠지만 비난의 농도가 짙은 댓글일수록 높은 추천수를 먹은 걸로 봐서 많은 수의 어린친구들이 그 비난에 동조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좀 너무 충격받았다. 고작 몇 년이 흘렀다고 이런 반응이 나온단 말인가. 주ㅣㄷㅣ인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의 전성기에 나온 노래 “원옵더카인ㄷ”가 2013년의 곡이었다. 거의 10년 전.


스물둘이던 내가 서른하나가 되는 시간동안 나도 세상도 많이 바뀐 걸까? 하지만 주ㅣ쥬래곤인데? 주ㅣㄷㅣ인데? 사실 난 오늘 아침에도 사실 그의 노래를 들었고 진짜로 임신 중에도 태교 삼아(?) 그의 뮤직비디오를 엄청 많이 봤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아니… 그 양반이 그런 취급을 받을 스타가 아닌데…

문득 만날 때마다  지나간 시대의 아이콘들을 이야기하며 요즘 아이돌들은 이런 감성을 따라올  없다고 일장 연설을 하던 선배가 떠올랐다. 신랑과 드라이브를  때마다 카오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나는  모르는 2000년대 초반의 노래들과, 여보는 이 명곡을 모르냐며 호들갑을 떨던 신랑의 모습이 생각났다. 어느새 나도 그런 모습의 어른이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양반이 그런 취급을 받을 스타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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