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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유 Aug 27. 2022

복직전증후군

내일 맘 편히 행복하자고 오늘은 새벽까지 열일해 왔던 지난날 나의 삶…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딱 6개월만 더 아가만 보고 싶다. 딱 돌 지나서 아장아장 걸을 즈음이면 조금이라도 마음 편하게 회사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이르다. 엄마 없이 기나긴 하루를 보내기에 아직 우리 아가가 너무 작고 어리다. 이유식을 먹여주다가도, 기저귀를 갈아주다가도, 엄마가 아니면 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정성 들여 나의 아가를 챙겨주겠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진다.

아가가 잠깐 낮잠 잘 때, 그러니까 나도 잠깐 숨 돌리는 시간, 기획안 구상하느라 자료 아카이빙 해놓은 거 체크하고 괜찮은 거 몇개 빌드업하다가 혹시나 나올 만한 반대의견과 거기에 반박할 말 등 생각하던 중 현타가 왔다.

지금 이딴 게 중요한가. 아가랑 함께할 몇 안 남은 휴직 기간 일분일초가 훨씬 소중한데 그 시간조차 나는 이딴 일 생각이나 하고 있다니…

하지만 일 생각 할수밖에 없는게 올해 승진 대상자라고 복직당일부터 이거저거그거 다 해야한다는 지시가 벌써부터 쏟아져내려온 것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승진 같은 거 아무래도 좋으니까 6개월만 더 아가랑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승진이 아니라 내 자리가 날아갈지도…?ㅠ

커리어를 놓아버리기에는 지금껏 너무 열심히 살았다. 이제 막 고점에 진입한 내 커리어 패스가 아까워서라도 절대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만 일하다 말고 매일 아가가 보고 싶어서 일하다 말고 눈시울 붉힐 가능성은 111%다.

내일 맘 편히 행복하자고 오늘은 새벽까지 열일해 왔던 지난날 나의 삶… 그러나 이제 나의 행복은 전부 아가에게 달려 있는데, 아가는 기다려 주지 않고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랄 텐데, 그런 아가를 하루 한시간도 못 본다면 그게 어디가 어떻게 행복일 수 있을까. 이래저래 끝 없는 고민만 계속하고 있는 요즘이다. 그야말로 심각한 복직전증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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