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절친? 구찌!

by 윤희영

나의 친구 구찌.

구찌 엄마에 대한 첫 기억은 이랬어요.

그날도 반려견 놀이터에 놀러 갔고, 놀이터엔 이미 많은 강아지들, 견주분들이 계셨어요.

아빠는 일단 나를 안에 넣어주고 출입 명부를 작성하러 가셨어요.

'아,, 생각해 보니 그 당시엔 출입 명부 작성할 때 인식번호를 매번 아빠가 기록해야 했어요. (4101 6001 1688 6xx) 긴 숫자인데 우린 얼마나 놀이터에 자주 왔던지 아빠는 그 숫자들을 언젠가부터 다 기억을 했어요.'

아빠는 아직 놀이터에 들어오지 않으셨는데, 나는 놀이터에 급하게 뛰어오느라 응가를 못했고, 들어오자마자 신호가 와서 어쩔 수 없이 응가를 시작했어요.

아빠가 없는데 응가를 한건 처음이었어요.

친구들도 많고, 사람들도 많았는데 아빠가 아직도 안 오시는 거예요. 그때였어요. 어떤 키 큰~ 언니가 응가 비닐을 꺼내더니 나의 응가를 치워주는 게 아니겠어요? 그때 마침 아빠가 놀이터로 들어오셨어요.

그 키 큰 언니는

“애기가 응가 했어요~”

하셨고, 아빠는

“아,,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머쓱해 하셨어요.

아빠와 구찌엄마는 그렇게 처음 인사를 하게 되었어요. 나의 응가 덕분에 말이죠.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셨대요.

"우리 몰리 응가도 치워주는 사람이라면 강아지를 정말 좋아하고, 착한 사람일 거야."

그 키 큰 언니는 반려견이 둘 있었어요. 바로, 구찌와 모찌.

구찌는 늘씬하고 다리가 길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생겼어요. 군살이 없고, 운동을 아주 좋아하고, 아빠와 함께하는 공놀이에 푹 빠져있었죠.

나중에 안 사실인데, 구찌는 원래 털이 짧고 잘 안 자라는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보니 털이 점점 길어지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기 털을 또 깔끔하게 깎고 나타났어요.

구찌에겐 “모찌”라는 형아가 있었어요. 모찌오빠는 덩치가 아주 작은 말티즈인데, 대부분 대형견 놀이터에 있었어요. 수동 오빠 같은 엄청 큰 리트리버가 다가오면 “으르르릉”하고 무섭게 화를 내고 짖곤 했어요.

아빠는 농담 삼아

“모찌가 대형견 놀이터에서 제일 무서워~”

하셨죠.

그 즈음부터 내가 놀이터에 가는 시간에 구찌모찌를 자주 만나게 되었고, 우리 엄마아빠와 구찌모찌의 엄마아빠는 서로 친해졌어요.

나도 구찌와 둘도 없는 절친이 되어갔어요.

구찌는 가끔 새로 온 수컷 강아지가 나타나면

“월월월월~”

하면서 시골에 가면 종종 들을 수 있는 강아지가 내는 소리를 냈고, 아빠는 그때마다 막 웃으셨어요.

물론, 새로 온 수컷 강아지가 나에게 관심 갖고 놀자고 하면 구찌는 멀리 도망가곤 했지만, 그 친구가 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나에게 다가와서 함께 놀았어요.

그렇게 구찌네 가족과 우리 가족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내 생일도 함께 축하해 주고, 함께 수영장에도 놀러 가고,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갔어요.

요즘은 구찌엄마아빠께서 바쁘시기도 하고, 놀이터까지 잘 못 오세요.

구찌와 함께 즐겁게 신나게 뛰어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놀이터엔 아직도 구찌와 모찌오빠의 냄새가 곳곳에 남아있어요.

반려견놀이터의 소형견, 대형견 분리 칸막이를 뛰어넘은 구찌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지요.

'구찌야!!! 놀이터엔 언제 놀러 올 거야?'


구찌모찌.PNG 구찌와 모찌
구찌와 노는 몰리
구찌와 신나게 노는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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