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구 이야기

by 윤희영

그날 저녁. 저는 마카와 신나게 뛰어놀았어요.

날은 저물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엄마아빠는 집에 돌아갈 준비를 하고 계셨어요.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마카와 즐겁게 놀았기 때문에 배도 살짝 고팠거든요.


그때였어요.

방금 전 먼저 집에 간다고 놀이터를 떠난 몇몇 친구들의 어머니께서, 다시 돌아오신 거예요.

뭔가 긴박하면서도 분주한 분위기였어요.

자세히 보니, 처음 보는 흰색 백구가 목줄도 없이 아주머니들의 도움으로 놀이터에 떠밀려 들어오게 되었어요.

공원에서 주인 없이 혼자 떠돌던 강아지를 일단 유인해서 놀이터로 데려오신 거래요.


공원을 마냥 떠돌아다니게 할 수는 없었기에 그 길 잃은 아이를 우선 놀이터 안에 넣어놓고 그분들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셨어요.

놀이터엔 마카와 저. 그리고 우리 엄마아빠, 마카의 아빠가 계셨어요.


그 어린 진도 백구는 제 눈엔 딱 봐도 철부지 어린애 같아 보였어요.


엄마, 아빠, 아저씨는 그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놀이터 안을 신나게 뛰어다니던 길목을 막고 놀이터 안 "생각의 방"으로 유인했어요.

다행히 그 아이는 특별히 반항하지 않고 "생각의 방"에 들어갔고, 아빠는 아이가 나오지 못하게 문을 잠갔어요.

그다음, 아빠는 핸드폰으로 그 아이의 사진, 영상을 찍었어요.


“일단 집에 가서 몰리는 두고,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좀 해봐야겠다.”

그렇게 우린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에 도착하자, 아빠는 놀이터 관리인 분과 한참을 통화했어요.

대화가 끝나자 엄마와 아빠는 저의 밥과 간식을 조금씩 챙겨서 다시 밖으로 나가셨고, 저는 밥을 먹고 쉬면서도, 머릿속은 조금 전 만난 그 아이가 계속 떠올랐어요. 걱정도 되었어요. 내가 만약 그 아이였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는 순간 오싹한 느낌이었어요.


아빠는, 그 아이의 사진과 영상을 채소 마켓과 밴드에 올려서, 아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대요.

얼마 전 엄마가 다니시는 교회에 백구 한 마리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들어와서, 보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대요.

그 아이가 지금의 이 아이일 거 같다는 추측이 있었고요.



아빠가 놀이터에 다시 도착했을 땐, 몇몇 놀이터 친구들의 엄마아빠들이 오셨대요. 모두들 이 아이를 걱정해서 간식, 사료를 가져오셨대요.

이 아이는 그 "생각의 방" 안에서 엄마아빠들이 주신 사료와 간식을 아주 맛있게 잘 먹었대요. 사람을 경계하는 모습도 없었다 하고요.

아빠는 그 아이의 이를 보니 하얗고 깨끗해서, 나이가 어린 거 같다고 하셨어요.



늦은 시각, 이 아이를 놀이터에 혼자 둘 수도, 누군가의 집으로 무작정 데려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시청 당직실에 연락하여 상황 설명을 하였고, 곧 담당자분들께서 놀이터에 도착하셨어요.

지금 당장 누군가 보호를 해준다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보통의 경우 시청을 통해 유기견이 가는 보호소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보호자를 맞이하지 못한 반려견은 안락사 대상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놀이터 친구들의 엄마아빠들은 모두 걱정을 하고 계셨어요.


그때였어요! 시청분들이 그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시던 그때! 마침 수동오빠의 엄마께서 소식을 듣고 달려오셨고 그 아이가 교회에 임시보호하고 있던 아이가 맞다는 걸 확인해 주셔서, 다행히도 그날 밤은 교회로 돌아가게 되었대요.

'휴우...'


그 후 다행히 유기견 임시 보호소가 아닌, 어떤 안전한 곳으로 가게 될 거란 좋은 소식으로 우리 모두의 걱정은 덜 수 있었어요.




P.S.

그로부터 몇 주가 지났어요. 그 아이에 대해서는 이제 걱정을 잊고 지내고 있었죠.


아빠와의 산책길에, 저 멀리서 어떤 아저씨와 함께 지나가는 백구 한 마리를 보았어요.

아빠는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지만, 저는 그 친구가 지나간 길에서 몇 주 전 길 잃고 헤맸던 그 아이의 향기를 느꼈어요. 확실했어요.

하지만 그 아이와 아저씨는 저 멀리 가버렸어요.



며칠 후였어요.

놀이터에서 아빠와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어떤 흰색 백구 한 마리와 아저씨가 놀이터로 들어오는 거 있죠?

분명 며칠 전 길에서 만난 그 아이와 아저씨였어요!

저는 저 멀리서 풍기는 그 친구의 냄새로 이미 알고 있었는데, 아빠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어요.


그 아이와 함께 온 아저씨는 놀이터에서 처음 보는 아저씨였고, 아빠는 늘 그랬듯이 처음 놀이터를 찾은 그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놀이터를 소개해 주셨어요.


그때, 그 아저씨께서 백구의 이야기를 해주신 거예요. 그 아이를 입양한 지 며칠 되었고, 길 잃고 헤매던 아이가 이곳저곳을 거쳐서 결국 아저씨의 식구가 되었다는,

그때 아빠가 말했어요.

“이 아이가 그 아이였어요? 그때 여기에 임시 보호하고, 사진 찍어서 동네에 올리고 했던 게 저였어요. 하하하”
“너 이 녀석 결국 여기로 돌아올 운명이었구나. 먼 길 돌아오느라 고생했네. 좋은 가족도 만나고 ^^”


새로운 엄마아빠를 가족으로 만난 그 아이는 “석구”라는, 약간은 촌스럽지만 구수한 느낌의 이름을 얻었고,

매일 산책길이나 놀이터에서 만나는 사이가 되었어요.


하루는 석구의 엄마아빠께서,

또 하루는 석구의 듬직한 큰 형이,

어떤 날은 석구의 예쁜 누나가,


항상 석구의 옆에서 함께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석구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 거예요.


"석구야! 새로운 가정에서 새 출발 하게 된 것 정말정말 축하해!!!"
"놀이터에서 매일매일 만나자!"


석구1.jpg 반려견놀이터 생각의 방 안의 석구
석구찾기2.jpg 석구 가족을 찾아요
길잃은 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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