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매체에서 위스키를 다루고, 불 번지듯 빠르게 퍼지는 위스키 유행에 따라가려다 보면 지갑이 거덜 나는 건 정말 한순간이다. 맛있다 싸다는 말에 덜컥 구매부터 하지 말고, 합리적인 소비와 건전한 취미생활, 건강한 위스키라이프를 위한 약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한다.
참고로 본 작가는 위스키에 입문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흔히 말하는 위스키초보자다. 그러나 부족한 지갑사정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소비자로 나를 강화시키는 법이다. 내 돈 아끼려고 찾은 정보들을 공유해 보려는 것이니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 첫 번째 가이드, 일본에서 위스키 사는 방법을 알아보자.
위스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주류를 구매하려면 주세, 즉 주류에 부과하는 세금이 꽤 많이 붙는다. 때문에 나는 국내에서 흔한 위스키를 심지어 비싸게 사고 싶진 않아서 해외에서 면세로 구매할 수 있는 루트를 알아보게 되었다. 특히, 작가의 집인 부산에서 가까운 일본(그중에서 대마도)에서 구매하는 방법을 같이 알아보고자 한다.
일본에는 무카와(https://mukawa-spirit.com/)라는 주류 유통 사이트가 아주 잘 되어있다. 여기서 일본어로 위스키 이름을 검색하면 다양한 상품이 나오는데, 일본어로 검색하기 위한 단어들을 정리해 둔 게시글은 온라인에 꽤 많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1. 구매 전 회원가입
구글 크롬 등의 번역기능을 이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다음의 사진을 따라 순서대로 차근차근 도전해 보자.
주문 전 회원가입을 통해 메일을 등록해 두면, 변동사항에 대해 안내받기도 편하고 구매절차 처리내용도 받을 수 있어서 여러모로 편하다.
메인 화면에서 노란색으로 표시한 사람모양 버튼을 누르자. 문자로 표기되지 않아도 흔히 알고 있는 "마이페이지" 버튼이다.
마이페이지에 들어온 후 보이는 화면에서 신규 회원 등록버튼을 누르자. 이후 뜨는 창에서 가입할 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주소로 가입확인메일이 온다. 메일에서 링크를 누르면 가입정보 입력 창이 뜨니 여기서 입력을 이어가면 된다. 이름은 '한글이름 후리가나 변환', '한글이름 가타카나 변환' 등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사이트 아무 데서나 한글이름 입력하여 변환된 텍스트를 복사, 붙여 넣기 하자. 영문이름과 여권정보가 같으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배송 주소지는 구글 맵을 통해 여행하는 지역의 야마토운수를 검색하고, 가까운 야마토운수 지점의 주소를 입력하면 된다. 대마도의 경우 히타카츠지점이 적절하다. 하지만, 여행지 주변의 야마토운수가 픽업이 불가능한 지점인 경우에는 메일로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니, 메일을 꼭 잘 확인하도록 하자. 이외에도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택배 스케줄에 차질이 생기면 역시 메일로 안내해 준다.
해외 구매의 첫 단추가 될 무카와 가입은 이 정도면 끝이다. 벌써 한 단계를 마친 것이다.
2. 가입은 했으니 이제 뭘 사고 싶은지 골라보자.
작가는 추천받은 위스키 위주로 골랐는데, 고르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역시 가격대. 해외에서 주류를 구매할 때 면세의 기준범위는 1) 2병 이하, 총합 2L 이하, 금액 최대 400 USD 이하이다. 엔화로 따지면 대략 6만 엔. 하지만 작가는 앞서 말한 것처럼 부족한 지갑사정으로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초보 소비자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1~2만 엔 사이를 주 타깃으로 설정해 보았다. 각자의 지갑사정에 따라 가격대를 설정하도록 하자. 참고로 국내가격과의 차이가 크거나(뱃삯보다 큰 가격차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위스키면 좋겠다. 위스키의 종류에 대해 잘 모르는 초보자라면 위스키베이스 홈페이지에서 검색하여 리뷰점수를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야마토운수는 22,000엔 이상이면 무료배송 해 준다.
작가는 이번이 첫 경험이라, 그냥저냥 손해만 보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적당한 가격대의 무난한 위스키 두 병을 골라보았다(장바구니에만 담아두고, 주문은 아직 진행하지 않은 상태). 여기까지 하면 이제 퀵턴 준비는 절반은 해낸 것이다. 위스키는 가격이 싸다고 나쁜 위스키라고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위스키라고 할 수도 없다. 위스키 애호가들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위스키와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이란다. 그러니 내가 고른 위스키를 사람들이 뭐 이런 걸 골랐냐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기호식품이니까. 위스키도 와인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종류가 있으니 그중 내 취향을 찾아가는 기나긴 여정일 뿐이다.
3. 사고 싶은 위스키를 골랐으면 이제 여행 날짜를 잡을 단계!
부산에서 대마도는 부산항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는데, 니나호와 링크호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니나호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배여서 멀미가 좀 더 심할 수 있다. 링크호는 반대로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배 크기가 커서 멀미가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둘 다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1시간 30분 남짓 걸리는데 멀미가 차이나 봐야 얼마나 나겠어하는 생각으로 저렴한 니나호를 타기로 한다. 네이버에 대마도 니나호 검색하면 여행사를 통해 티켓 구매가 가능한데, 그중 특가로 지정된 날짜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작가는 1월 9일이 휴무일에 맞게 마침 특가로 떠있어서 이 날짜를 선택해 보았다. 작가의 구매가격은 34,000₩인데, 상품가격은 날짜별로, 여행사별로 다르니 참고하자. 내용을 잘 읽어보면 불포함사항이라고 해서 티켓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항목이 있어서 추가지불을 해야 한다. 이는 티켓 구매 후 오는 안내메시지를 따라 진행하면 크게 어렵지 않다. 작가는 19,000₩을 추가지불하였다.
* 뱃멀미에 취약한 사람이라면 날짜를 고를 때에 윈디 어플 등을 이용해서 파고(파도의 높이)가 낮은 날짜를 선택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상예보상 파고 1미터 이하로는 아주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하고, 반대로 1미터 이상이면 멀미약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는 첫 여행이었는데 파고 2미터를 경험하였다...(약을 미리 먹어서 그런지 멀미를 하진 않았다. 럭키비키*)
4. 이제 드디어 주문이다.
퀵턴 여행 날짜를 지정했으면, 이제 아까 무카와에서 장바구니에 담아둔 위스키를 주문해야 한다. 무카와는 주문부터 히타카츠지점으로 배송까지 3~4일 걸린다고 보면 된다. 느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도 도서산간지역에는 배송이 하루 더 걸릴 수 있는데 일본 끝자락인 대마도이니까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야마토운수에서 물류를 받으면, 구매자가 수령하러 올 때까지 1주일 정도는 보관해준다고 한다. 날짜 잘 보고 주문하도록 하자. 주문 배송지는 가입할 때 입력한 야마토운수 히타카츠지점으로 지정하고(여행자의 경우 구글맵에서 검색하거나 메일로 안내받은 지점을 입력하자), 지불방법은 대금상환으로 지정하자. 야마토운수 지점으로 가서 물건 확인하고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식이라, 여행 전 주류 픽업을 위한 환전을 충분히 했는지 한번 더 확인해야 한다.
배송일자와 배송시간도 설정할 수 있는데, 작가는 신선한 위스키를 받고 싶어서(?) 여행 당일 오전에 도착하도록 지정했다. 니나호의 경우 부산에서 출발하여 히타카츠항 도착하면 이미 11시 언저리라, 오전시간으로 지정해도 크게 무리 없이 수령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혹시 불안한 여행자는 여행 전날 도착하도록 지정하면 될 것이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당신은 이미 퀵턴 여행을 위한 사전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봐도 좋다.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을 챙겨보자.
5. 퀵턴 여행을 위한 당일 일정을 알아보자.
여행 일정을 다 정했고, 여행 당일 픽업 할 위스키도 주문했다. 이제 당일 현지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준비물부터 대략적인 시간계획까지 해 보자.
아래의 리스트를 보고 그대로 체크리스트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준비물
1) 여권 : 만료기간이 3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한다.
2) 여객선 발권 확정문자 : 네이버에서 구매한 티켓에 대한 확정문자를 받아야 티켓 발권이 된다. 확정되지 않았다면 여권사본에 문제가 있다거나 하는 이유로 안내문자를 보내왔을 테니 확인해 보자.
3) 무카와 주문 픽업날짜 확인 및 주문확인메일
4) 환전 (현지에서 사용할 용돈 + 무카와 대금납부용 현금)
5) 와이파이 혹은 로밍신청 : 필요시 사전신청해 두면 되는데, 대마도 대부분의 지역에 와이파이가 깔려있어서 작가는 신청 없이 그냥 떠났다.
6) 도시 와이파이가 잘 되어있지만 연결이 끊길 가능성을 고려해 중요한 정보는 스크린샷 찍어 오프라인으로 저장해 두면 좋다. 식당 가는 길, 무카와 주문번호, 생활일어 문장 등
7) 무카와 픽업용 가방 : 위스키 한두 병이라 만만하게 보다간 큰코다친다. 무거우니 백팩 혹은 캐리어를 꼭 챙기도록 하자. 위스키가 아니어도 구경하다 보면 살 기념품 등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 기초 회화일어 몇 문장
- 스미마셍, 히토리데스(실례합니다 한 명입니다). 혹은 후타리데스(두 명입니다).라고 하면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식당에서 주로 사용
- 코노 히토쯔 오네가이시마스(이거 하나 부탁드립니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사용
- 와타시와 니홍고가 헤타데스까라 스코시 유끄리 오네가이시마스(저는 일본어가 서툴러서 조금 천천히 부탁드립니다).
여행객이 워낙 많다 보니 영어 일본어 다 하셔서 언어장벽정도는 크게 무리 없을 거고, 작가는 일본어를 못하지만 이 기회에 경험 삼아 조금 써보고 싶어서 일부러 일본어로 대화했다. 역시 조금밖에 못 알아들었다.
- 아리가토 고자이마스(감사합니다).
* 당일 스케줄
1) 주차 : 늦어도 8시 10분 전까지 도착해야 발권이 가능하다. 작가는 이번이 첫 여행이라, 터미널 도착하면 대충 잘 아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따라가자 생각했다. 마침 도착하자마자 대찬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가는 사람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직원통로였다. 이 글을 읽는 여행자들은 무작정 따라가지 말고 표지판을 잘 보도록 하자. 터미널에 도착했다면 발권은 먼저 할수록 좋은 자리에 탑승할 가능성이 있으니 시간여유를 두고 발권하도록 하자. 멀미가 심하다면 뒷자리 티켓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2) 니나호의 경우 9시 10분에 배가 출발한다. 터미널에서 발권 후 탑승까지 시간여유가 있으니,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기를 하면 좋겠다. 빈속이면 멀미가 더 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요기 후 멀미약도 먹는다면 금상첨화. 다만, 터미널 내 약국에서 파는 멀미약은 꽤 비싸다고 한다. 작가는 전날 집 앞 약국에서 2정(왕복 분량)을 2천 원에 구매했는데, 터미널에서는 5천 원이라나...?
3) 현지 도착 : 11시쯤 되면 수속을 마무리하고 나오는데, 히타카츠항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니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 식사하면 웨이팅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 시간이 애매하지만 점심식사 먼저 하는 것을 추천한다. 5-6)에서 준비한 스크린샷을 따라 식당으로 향하는데, 작가는 MADO라는 곳에서 식사했다.
구글 맵에서 검색해 보면 히타카츠항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꽤 많은 식당이 나온다. 그중 별점이 높은 식당을 고르면 어디든 맛은 보장되어 있으니, 취향에 맞는 식당으로 고르자. 한글 안내도 잘 되어있어서 겁낼 필요도 없다. MADO에는 고기국수와 동파육을 주문했는데 동파육이 정말 맛있었다. 위스키 말고 미식 칼럼이나 써야 하나 싶을 정도로. 강추 강추!
식사를 마치고 해변도로를 따라 큰길로 쭉 걸어오면 쓰시마 야마네코 주의표지판을 지나 야마토운수가 보인다. 도보로 15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특별할 것 없는 경치지만 차가 반대로 다니는 것만으로도 역시 해외구나 싶은 느낌이 든다. 파고를 보고 온 여행자라면 역시 날씨도 좋을 테니, 택시나 버스보다는 역시 걷는 게 즐겁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만약 비가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경우에는 식사 중에 식당에 부탁하면 택시를 불러주기도 하니 참고하시라.
야마토운수는 도착해서 보면 사실 택배트럭만 보이고 여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그마한 사무실이 있다. 어글리코리안이 되지 않기 위해 인사부터 하고 보자.
- 스미마셍, 타쿠하이오 토리니 키마시타(실례합니다. 택배를 찾으러 왔습니다).
미리 스크린샷 찍어둔 야마토운수 주문번호와 여권을 제시하면 박스를 가져오시는데, 박스째로 가져가도 되고 내용물 확인 후 겉포장은 버려달라고 할 수도 있다. 작가는 박스 버려달라는 말은 할 줄 몰라서(...) 내용물만 확인하고 어쩌지 고민하려던 찰나 직원분이 먼저 박스 가져가서 버려주셨다. 인사를 잘하면 이런 행운도 오는 법이다.
픽업까지 하고 나면 사실 퀵턴 여행의 목적은 모두 달성하였다. 이후 밸류마트를 가거나 아까 식사한 히타카츠항 근처에서 간단한 안주에 생맥주를 마시거나, 작은 상점들을 구경하거나, 항 근처 면세점 구경하거나 등등 시간을 보내면 된다. 작가가 여행한 1월 9일은 여행을 끝내니 점심부터 눈이 와서 항구 대합실에서 따뜻하게 뜨개질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외국의 눈 보면서 시간 보내는 것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부산은 눈 볼 일이 없으니까 신기하기도 했고...
그렇게 귀국시간 맞춰 다시 티켓발권을 해야 하는데, 일본에서 한국으로 출국할 때 내는 세금이 또 있다. 환전한 돈에서 현금으로 1500엔 미리 계산해서 남겨놓고 이때 지불하면 된다.
출발 30분 전 탑승이 가능한데, 일본행보다 한국행이 멀미를 더 느낀다고 하니 마찬가지로 멀미약 잊지 않고 먹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게 소중한 첫 경험으로 가져온 전리품. 일본어를 잘 못하고 경비도 얼마 없는 작가도 성공하였으니, 위스키에 관심이 있는 여행자라면 꼭 이 글을 참고하여 도전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