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 : 위스키를 더 수다스럽게 즐기는 법_위스키 모임(BYOB)
위스키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향과 맛을 음미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혼자 간단히 마시는 것도 좋지만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때 더욱 즐거움이 배가 되는 법이다. 글에서 소개할 BYOB 모임은 부담 없이 다양한 위스키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 BYOB 문화를 소개하고, 위스키를 더욱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BYOB은 "Bring Your Own Bottle"의 약자이다. 본인이 마실 술을 지참하여 음식점이나 파티에 참석하는 표현이다. 북미 쪽에서는 자기 집에서 여는 하우스 파티를 많이 하는데, 몇십 명이 모여 북적북적하게 열 때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트는 모두가 먹을 술을 준비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서, 자기가 먹을 술을 직접 파티에 가지고 가는 문화가 생긴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주류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전통주를, 누군가는 맥주를, 누군가는 와인을 선호할 수 있다. 위스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류가 상당히 다양하고,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취향이 갈리기도 한다. 버번, 싱글몰트, 쉐리, 피트 등. 본인이 좋아하고 맛있게 마신 술을 공유하고, 다른 누군가도 이 술을 맛있게 느끼는지 궁금할 때도 있는데, 이럴 때 모임을 가져 보면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모임의 가장 큰 목적은 "경험 공유"에 있다. 인생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속에서 모든 위스키를 경험할 수는 없으니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여 이 소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한 병을 사서 다 마시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수많은 위스키를 다 구매하여 집에 보관할 것이 아니라면 경험치를 쌓는 데에 굉장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내가 마셔본 위스키를 빨리 소모하면서 다른 경험도 쌓고, 또 새로운 위스키를 구매하는 순환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모임 참석은 시간적 효율뿐만 아니라 사실 금전적으로도 큰 절약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스키는 한 병에 싸게는 몇 만 원부터 비싸게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고가 주류에 속한다. 종류도 상당히 많아서 이런 고가의 술들을 일일이 다 구매해서 맛보려면... 당신이 엄청난 부자가 아니라면 꿈꾸지 않는 것이 지갑사정에 나을 것이다. 실제로 수 십, 수 백 병의 위스키를 홈 바에 진열해 둔 엄청난 고수들이 존재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고 괜히 따라 하려다 파산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니 본인의 경제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취미생활을 했으면 한다.
또한, 아직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초보 위스키 애호가들은 많은 장르와 스타일을 경험해야 나의 취향을 알 수 있고 실패 없는 소비를 할 수 있는데, 이럴 때 BYOB 모임에 참석하여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여러 위스키를 경험해 보면 나의 취향이 어떤 위스키인지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통된 관심분야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임에도 불구하고, 모임의 참여자들을 들여다보면 무척 다양한 직업군과 성격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사고방식의 확장과 더불어 위스키 동호인으로써 한 층 더 성숙해지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모임을 갖는 것 자체가 즐겁지 아니한가. 아, 내향인 여러분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BYOB 모임을 주최하는 주최자는 이번 모임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고민을 하게 된다. 모임의 큰 주제를 정하거나, 참여자들의 매너 가이드라인을 정하거나, 장소 몰색 등 할 일이 많다. 이런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몇 가지를 제안한다.
1) 주제 정하기 : 위스키 모임인 만큼 당연히 위스키가 주된 주제겠지만, 그 안에서 조금 더 상세한 주제를 정하면 모임의 방향성이 확실해진다. 버번, 싱글몰트, 피트 등 위스키의 종류로 구분하거나, 단순히 바틀의 구매가격을 기준으로 정할 수도 있다. (예시_한 병당 10만 원 이상 자율선택 보틀 1병, 추가지참 보틀은 제한 없음). 혹은 모임의 수준을 상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초보자 모임인지, 쉽게 구할 수 없는 특별한 위스키만을 모으는 고수 모임인지 등
2) 인원 구성 : 한 사람 당 한 병씩 들고 와도 몇 잔 마시다 보면 주량을 넘겨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무작정 많은 인원이 모인다고 좋은 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인원이 많다면 그 많은 위스키 중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맛도 못 본 체 집으로 귀가해야 하는 날에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다. 알쓰의 마음을 술고래들이 알까... 따라서, 너무 많은 인원보다는 작가는 4~6명 정도의 소규모 모임을 추천한다. 적당한 인원수는 서로의 소통이 원활하고 시끌벅적하지 않으며 과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너무 많은 인원의 모임은 오히려 소규모 그룹으로 나뉘어 소통하게 되어 사람은 많으나 적은 사람들끼리만 소통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 참여자들의 준비물 : 제대로 된 테이스팅을 위한 필수 준비물은 역시 물과 잔이다. 당연히 본인이 가져오는 술 포함. 모임 장소에서 많은 잔을 준비하기 어려운 경우에 잔을 개인이 지참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임 장소에 따라 준비물이 달라질 수 있다. 작가는 애용하는 잔 하나를 꼭 지참하는 편이다. (주야장천 하나만 애용하는 애착위스키잔)
4) 모임 장소 정하기 : 보통은 위스키와 어울리는 간단한 안주거리를 정해 해당 식당을 예약하기도 하고, 규모가 작다면 개인의 아지트나 가정에서 하기도 한다. 모임 규모와 주제에 따라 선택하되, 너무 호불호가 강하거나 위스키 맛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안주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자리에 마련된 BYOB 이더라도, 모임에서 마냥 술만 마시기에는 뭔가 밋밋하고 심심할 수 있다. 모임 초반에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면서 텐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블라인드 테이스팅 게임
위스키에 대한 정보 없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작업이다. 상품 설명을 보며 선입견이 생기거나 맛을 예상할 수 없도록, 위스키 정보를 비밀로 하여 어떤 위스키인지, 어느 정도의 가격대인지, 생산 지역이나 숙성 연도 등을 예상하여 서로 토론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자. 같은 술이어도 각자가 느끼는 노트(향, 맛, 여운 등)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데 이것 자체가 흥미로울 수 있다. 작가의 경우 모임 초반에 5~6만 원대 입문급 피트 위스키에 대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 본 적이 있는데, 피트를 주로 마시는 일부 참석자들은 오히려 피트에 적응된 탓인지 피트 향을 못 느낀다고 하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서로가 예상한 가격대도 2만 원대부터 1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 이런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맞춘 참석자에게 상품이 주어진다면 금상첨화!
2) 위스키의 배경과 역사 공유하기
취미를 즐기다 보면 이 장르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지는 것이 우리 동호인이다. 위스키 자체뿐만 아니라 위스키가 만들어진 배경이나 역사, 증류소의 사건 사고 등 부수적인 스토리텔링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다. 백 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운영되어 온 증류소들의 폐업과 재오픈 등의 이슈, 마스터 디스틸러(증류소의 총괄 지휘자)의 이적과 그에 따른 해당 위스키의 맛 변화 등 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 내가 아는 스토리를 공유하고 다른 스토리는 듣기도 하며 박학다식한 위스키 동호인이 되어 보자.
3) 각자가 가져온 위스키에 대한 가벼운 토론
위스키는 와인이나 우리나라 전통주와 마찬가지로 종류가 정말 정말 많다. 이 모든 술을 다, 혹은 대부분 아는 동호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져온 위스키는 어떤 위스키인지,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고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어느 정도 가격대에 구할 수 있는지 등 내가 가져온 위스키를 소개한다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작가는 "잭 다니엘스-싱글 배럴 배럴 스트렝스"라는 위스키를 가지고 참석했는데, 편의점에도 흔히 파는 잭 다니엘스와는 다른 시리즈라 참여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 주었다. 작가의 지난 브런치 글에서 볼 수 있듯, 국내에서가 아닌 일본에서 직접 구매해 가져온 위스키라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아서 더 인기가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구매 경로나 이 위스키의 어떤 점이 매력인지 등 이야기 나누고 난 후, 마셔본 참여자들의 호평을 들으면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장점이 있는 것이 모임 참석이다. 독자 여러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도전하여 작가와 같이 위스키 유행을 따라잡아 보자. 유행 따라잡기 시리즈는 계속될 것이다.
주변에서 BYOB 모임을 찾기 어렵다면, 직접 주최하고 모집하는 것도 방법이다. 우리 주변에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당근에서 동네 모임을 찾든, 온라인 카페에서 모집하든, 다른 어떤 커뮤니티를 이용하든, 혹은 형제자매와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좋다. 작가는 친형과의 BYOB을 통해 또 한 번 가족과의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위스키 모임은 단순히 모여서 술을 마시고 노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이다. 모임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새로운 위스키를 접하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즐거움을 독자들은 꼭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가는 외향인이라 어렵지 않았지만, 혹시 모임을 나가볼까 고민 중이라는 내향인들도 마찬가지로 꼭 추천한다.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예고) 위스키 유행 따라잡기 시리즈의 다음 편은 위스키를 조금 더 진지하게 대하는 법_테이스팅 노트에 대해 이야기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