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위스키 유행 따라잡아보자

3탄 : 위스키와 대화하는 법_테이스팅 노트 가이드

by 윤귤

한 잔의 위스키를 천천히 음미하면,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이야기가 느껴진다. 위스키 한 병을 만드는 데에는 몇 년의 숙성기간을 거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위스키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향과 맛의 층위가 깊은 복합적인 음료가 되는데, 테이스팅 방법을 제대로 아는 것은 이러한 위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바른 테이스팅 방법은 무엇인가. 그 방법 중 하나는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테이스팅 노트가 무엇이며, 왜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자.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설명해 볼 테니 이 글을 읽는 나와 같은 많은 초보 위스키 동호인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작가도 초보인데 그냥 막 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위스키 테이스팅이란?

위스키 테이스팅은 한 잔의 위스키를 마시면서 느낀 색(Color), 향(Nose), 맛(Palate), 여운(Finish) 등 위스키가 가진 복합적인 특징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표현해 보는 과정이다. 단순히 "맛있다" 혹은 "도수가 높다" 같은 감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다.

보통은 느끼는 만큼 표현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표현을 다양하게 할 줄 알게 되면 점점 한 잔의 위스키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들이 많아지는데, 이런 미묘한 차이들을 캐치하는 연습을 통해 섬세한 감각을 발달시키고 나면 같은 위스키라도 더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익숙하지 않은 처음에는 위스키의 특징들이 두리뭉실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마시는 순간이 지나면 금방 잊기 쉽기 때문에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하면서 마시면 테이스팅 당시의 기억을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이러한 테이스팅 노트는 같은 위스키를 마시더라도 각자가 느끼는 특징들이 다를 수 있어서, 애호가들끼리 테이스팅 노트를 공유하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도 있다.

이스팅을 마치 전문가처럼 멋지게 할 필요는 없다.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기만 하면 되니 초보자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지금부터 작가와 함께 배워보자.


테이스팅의 4단계

위스키 한 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네 번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눈으로 바라보고, 코로 향을 느끼고, 혀로 맛을 음미한 뒤, 마지막으로 입 안에 남은 여운과 작별하는 과정이다.


1) 첫인사 - 색(Color)을 보다.

먼저 잔을 기울이며 위스키의 색을 살펴보자. 위스키의 색은 숙성할 때 사용한 캐스크의 흔적이나 위스키의 나이를 담고 있다.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된 위스키는 꿀과 같은 따뜻한 빛깔을 머금고, 쉐리 캐스크에서 숙성된 위스키는 마치 와인을 몇 방울 섞은 듯한 붉은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의 옷차림을 보고 그들의 스타일을 짐작하는 것처럼, 색을 통해 위스키의 첫인상을 느껴보자.


2) 대화의 시작 - 향(Note)을 맡다.

잔을 코 가까이 가져가 가볍게 향을 맡아보자. 이때 잔을 돌리지(Swirling) 말고, 알코올의 강한 향이 올라오지 않도록 천천히 깊이 들이마시기도 하고, 잔을 충분히 돌려 향을 깨운 후 들이마시기도 하고, 잔을 세워서 혹은 거의 완전히 눕혀서 마시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좋다.

과일 향이 먼저 다가올 수도 있고, 바닐라처럼 달콤한 향이 퍼질 수도 있다. 피트(peat)가 강한 위스키라면 마치 베이컨을 만드는 공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가벼운 냄새는 먼저 느껴지고 무거운 냄새는 나중에 느껴질 수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미세한 차이를 느껴보자. 이 단계는 위스키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이다.


3) 본격적인 교감 - 맛(Palate)을 음미하다.

이제 위스키를 입에 머금을 차례다. 이때 술을 마신다고 생각하기보다, 간장을 맛본다 생각하고 소량만 머금고 혀로 굴려보자. 한 모금만으로도 다양한 맛이 펼쳐진다. (도수가 높을수록 적은 양으로도 충분히 느껴질 수 있고, 반대로 도수가 낮으면 조금 더 많이 머금어야 느껴지기도 한다.) 첫맛은 달콤한지, 씁쓸한지, 스파이시한지?

중간부터는 위스키가 가진 복합적인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과일 향과 함께 나무 향이 퍼질 수도 있고, 달콤한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올라올 수도 있다. 위스키의 맛은 한순간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혀 위에서 타액과 섞이며 변화하고,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4) 이별의 순간 - 여운(Finish)을 느끼다.

위스키를 삼키고 난 후, 남아 있는 마지막 흔적을 느껴보자. 목을 타고 입 안에 따뜻함이 퍼지는가, 아니면 깔끔하게 사라지는가? 어떤 위스키는 긴 작별 인사를 남기고, 어떤 위스키는 짧고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 보통 도수가 높으면 여운이 길어지고, 반대로 도수가 낮으면 여운이 짧은 경향이 있지만 모든 위스키가 그런 것은 아니다. 여운이 길면 위스키의 향과 맛을 더 오래 즐길 수 있고, 짧으면 깔끔한 마무리로 다가온다. 이 순간, 위스키와의 대화가 잠시 멈추고 다음 한 모금을 기대하게 된다.

테이스팅 노트 작성법

만약 당신이 작가와 같은 초보자라면, 테이스팅 노트를 쓰는 게 도움이 되는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쓰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고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초보자의 어려움을 모두 겪어 본, 그리고 여전히 겪고 있는 작가가 여러분 곁에 있다.

초보자도 쉽게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키워드를 제시해 보겠다. 자신의 느낌과 가까운 것을 선택하는 방식이라 자연스럽게 테이스팅 감각이 길러질 것이다! 내가 느끼는 느낌이 아래 리스트에 없다면 자유롭게 수정하거나 활용하면 된다.


1) 색

색의 깊이는? (연한 금색 / 밝은 호박색 / 짙은 구리색 / 어두운 마호가니색)

투명도는? (매우 맑고 투명함 / 약간의 점성이 보임 / 오일리한 느낌이 강함)

색에서 예상할 수 있는 특징은? (가볍고 산뜻할 것 같음 / 묵직할 것 같음)

2) 향

과일 향이 느껴지는가? 느껴진다면 어떤 과일인가?

- 신선한 과일 (사과 / 배 / 복숭아 / 시트러스)

- 말린 과일 (건포도 / 무화과 / 대추 / 말린 살구)

- 열대 과일 (망고 / 바나나 / 파인애플 / 코코넛)

나무 향이 느껴지는가?

- 신선한 나무 (숲 속 향 / 송진 / 풀냄새)

- 숙성된 오크 (바닐라 / 캐러멜 / 코코아)

- 건조한 나무 (마른 장작 / 가죽 / 담뱃잎)

훈연(스모키) 향이 있는가?

- 없음 / 거의 없음

- 은은한 불향

- 짙은 훈연 (장작불 / 숯불구이 / 타르)

- 약품 느낌 (병원 소독약 / 요오드 / 짠 베이컨)

기타 향

- 견과류 (아몬드 / 호두 / 헤이즐넛) (구운 견과류 / 생 견과류)

- 향신료 (후추 / 정향 / 계피 / 한약)

- 달콤한 향 (꿀 / 초콜릿)

3) 맛

질감 (가벼움 / 부드러움 / 묵직함 / 오일리함 / 거침)

단맛이 나는가?

- 곡물의 단맛(콘 시럽 / 꿀 / 토스트)

- 과일의 단맛(신선한 과일/ 말린 과일 / 열대 과일)

- 캐스크에서 오는 단맛 (바닐라 / 캐러멜 / 초콜릿)

산미

- 거의 없음

- 신선한 과일의 산미(레몬 / 사과 / 오렌지)

- 시큼한 발효된 맛 (요구르트 / 식초 / 청포도)

쓴맛

- 없음

- 은은한 쓴맛 (다크 초콜릿 / 커피 / 한약)

- 강한 쓴맛 (타닌 / 에스프레소 / 볶은 견과류)

4) 여운

여운의 길이 (짧다 / 보통이다 / 오래간다)

마신 후의 느낌이 (가볍다 / 진득하다 / 따뜻하다)

여운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 (단맛 / 스파이시 / 쌉싸름 / 스모키)

총평 - 만족도 ( 1 / 2 / 3 / 4 / 5)





이렇게 위스키 테이스팅 가이드를 마친다. 직관적으로 맛의 장르와 특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으니 이를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테이스팅 감각을 키우고 각 위스키의 개성을 비교하기 쉬울 것이다. 필요한 부분을 추가하거나 수정하면서 개인적인 노트를 만들어도 되고, 객관적인 자료가 아니어도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노트를 작성해도 된다. 누군가에게 내 테이스팅을 심사받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위스키를 마시면서 느끼는 나의 개인적인 생각을 적는 일기장 정도로 생각하자. 일기를 매일 쓸 필요가 없는 것처럼, 위스키를 마시는 매 순간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할 필요도 없으니 부담 가질 필요도 없다. 이것은 단지 위스키 여정을 한 층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작은 수단일 뿐이다.

자신만의 표현을 찾고, 다양한 위스키를 경험해 볼 것. 우리 위스키 애호가들이 안고 갈 숙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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