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문장 소설 쓰기 2
저는 30대 초선 국회의원이었습니다. 국회의사당에 제 명패와 의자를 받은 지 3개월 만에 자진 사퇴하고 공포에 질려 한국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슬로베니아의 한 수도원에서 악령을 퇴치하고 이후 5년 간 요양하며 심신을 겨우 회복했기에, 이렇게 인터뷰에 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제가 이걸 폭로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이 과연 바뀔는지, 그보다 저를 미친놈 취급하며 비웃지는 않을는지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을 마감할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국회의사당에 명패를 놓고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저는 무언가에 홀린 듯 돈 냄새만 맡게 되었고, 그 냄새 때문에 올바른 판단을 하거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어요. 그건 아마 기성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모두 쉬쉬하고 있지요. 정부청사를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옮긴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돈 냄새에 중독되어 악귀에게 영혼을 지배당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의사당 이전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지요.
악귀는 국민들의 세금을 빨아들이고 국회의원들의 탐욕에 기생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어요. 저는 3개월짜리 국회의원이었지만 깨어있는 지식인이자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국민으로서, 국회 해산과 의사당의 조속한 이전을 강력히 제안합니다. 제 말을 제발 믿어주세요.
*사진: Unsplash (Elimende Inage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