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이라도 입양을 반대한다면 햄스터를 데려오지 마세요.
작년 11월 발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햄스터는 현재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 중 개, 고양이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이에요. 햄스터는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반려동물'로 명시되어 있지만, 등록제가 적용되는 개나 고양이에 비하면 복지 수준이 낮은 실정이지요.
*동물보호법 상 반려동물이 아닌 물고기 제외
햄스터는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몸집 때문에 귀여운 동물로 사랑을 받았지요. 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서랍 안이나 작은 상자 안에서 기르기도 한다는데, 이것은 명백한 학대예요. 반대하는 부모님 때문에, 몰래 숨겨 키운다는 아이들도 있다네요.
자연상태에서 햄스터는 하룻밤에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먹이를 찾고, 자신의 몸집보다 직경은 훨씬 크고, 길이는 수십 미터가 넘는 굴을 파고 삽니다. 그러나 시중에 나와 있는 사육장은 가로 60~80cm, 세로 40cm, 높이 40cm 남짓으로, 야생과 비교하면 갇혀 지내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햄스터는 혼자만의 영역이 필요한 동물이에요. '혼자 살면 외롭다'는 건 오해랍니다. 햄스터는 교배기에만 짝을 만나 새끼를 낳고 기르며, 이때를 제외하면 무리 생활을 하지 않고 혼자 산대요. 햄스터를 키워보았던 지인의 이야기나 온라인상의 글에서, 여러 마리를 함께 키우던 중 햄스터가 약한 개체를 물어 죽이거나,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됩니다.
암컷 햄스터는 5주마다 임신을 할 수 있고, 평생 낳을 수 있는 햄스터는 100마리쯤 된다고 해요. 큰 아이 반 친구는 암수 한 쌍을 함께 키웠는데 예닐곱 마리의 새끼들을 낳게 되자, 집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져서 결국 야산에 버렸다고 합니다. 사막 모래나 초원에서 굴 파고 살던 햄스터가, 질긴 뿌리가 많고 조밀한 우리 토양에서 굴이나 팔 수 있었을까요?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햄스터를 키우려면 몸집에 비해 큰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고, 한 마리마다 별도의 집과 물품들이 필요해요. 햄스터에게 맞는 먹이와 물품을 구비하고 주기적으로 베딩(톱밥, 종이, 건초 등)을 교체해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 주려면 '돈'이 필요하죠.
햄스터 전문가가 아닌, 저희가 구입한 필수 물품 내역을 공유해 볼게요. 펫샵에서 햄스터를 입양하는 비용까지 최소 30만 원이 필요했습니다.
리빙박스를 개조한 사육장 (가로 92cm, 세로 46cm, 높이 45cm / 189리터) = 10만 원
햄스터 굴을 대신해서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는 미로 은신처 = 5만 원
강력 자석으로 사육장 벽에 고정할 수 있는 쳇바퀴 = 4만 원
1세 이하용 사료 500g = 2만 원
톱밥 베딩 500g 4개 = 1만 원
급수기, 사료 그릇, 간식 등 추가 비용 있음
20개월 간의 지출 내역을 살펴보니, 먹이와 베딩 등 기본생활비와 매달 병원 검진비(5천 원)로 2개월에 5~6만 원쯤 썼더군요. 햄스터 취향에 맞는 다양한 간식이나 각종 물품(발톱관리를 위한 테라코타 터널, 디깅 박스와 아크릴 터널 등) 구입, 병원진료비는 별도로 떼어 놓고요.
햄스터를 위해서 돈을 쓸 수 있나요? 햄스터를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에, 수명이 2년 남짓인 그 아이를 키우는 데 얼마나 돈이 드는지 알아보고, 감당할 여력이 되는지 가족들과 상의하세요.
우리 가족의 첫 햄스터 찌득이 얘기를 해 볼게요. 3대 가족이었던 우리 집에서, 할머니는 햄스터가 집에 도착한 후에야 햄스터와 살게 됐다는 걸 아셨어요. 철저히 아이들 편인 엄마가, 입양을 강행한 것이었죠. '쥐는 너무 무섭다'는 할머니를 피해서, 아이들 방에 딸린 건식 화장실에 찌득이의 거처를 마련했어요.
온도유지를 생각해서 라디에이터 옆 공간에 작은 탁자를 두고, 그 위에 러그를 깔고 사육장을 올려두었지만, 환기나 채광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중에 안방 한 구석으로 사육장을 옮겼지만, 거실에 두는 것보다 찌득이 상태를 자주 들여다보기는 어려웠어요. 그 때문에 찌득이가 아팠을 때 빨리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아서 두고두고 가슴이 아파요.
햄스터를 입양하기 전에, 가족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세요. 그 아이가 사는 2년 동안, 안정된 공간을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지, 온 가족이 햄스터의 습성을 공부하고 생명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는지 말이에요.
몸집이 작다고, 불편하고 아프다는 의사표현을 못한다고, 내가 편리한 방식대로 서랍이나 작은 상자에 넣어 햄스터를 키우신다고요? 햄스터는 장난감이 아닙니다. 갇힌 삶이 숨 막히고 괴로운 나머지, 나무 서랍이나 종이 상자를 갉고 탈출한 햄스터가, 장롱과 벽 사이에서 미라로 발견되는 건, 너무나 잔인하고 슬픈 일입니다.
야생에서 잘 살고 있던 햄스터는, 키우기 쉽다는 이유로 볼주머니와 몸 곳곳에 암세포를 주입당하는 실험대상이 되었고, 이후에는 인간의 즐거움을 채우는 도구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동물에게도 권리를 찾아주어야 한다고 외치고, 동물은 키우는 대상이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물에게서 치유받는 경험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햄스터는 예외입니까?
햄스터는 구하기는 쉽지만 기존의 반려동물과 습성이 많이 달라 제대로 키우기가 의외로 어려운 동물이다.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유로 쉽게 입양하고 학대하고 방치하고 책임감 없이 버리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 김정희 수의사의 <햄스터> 저자 서문
*사진 : 미안해, 찌득아. 첫 햄스터 '찌득이'가 입양되던 날, 화장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