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돌아, 편히 쉬어.

햄스터 동생의 장례식

by 지영민

찌돌아, 나는 너의 집사 푸딩이야. 먼저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게. 내가 너를 좀 더 잘 살폈더라면, 네가 아프다는 걸 일찍 알았을 텐데 정말 미안해. 내 동생 마카롱이 햄스터 백과를 열심히 읽을 때 나도 같이 공부했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너를 더 잘 돌볼 수 있었을 텐데 진짜 미안해...


아이는 추도문을 다 읽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헤어지기 싫은 마음, 다시 볼 없다는 슬픔, 되돌릴 수 없다는 절망, 그리고 무엇보다 큰 죄책감이 뒤섞인 울음이었다.

학교나 학원 수업을 '비대면'으로 하고 친구들도 일절 못 만나니, 아이들의 유일한 낙은 햄스터를 돌보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엄마가 햄스터를 쥐라고 부를 때마다 펄쩍 뛰었다. 하지만 미영이 아무리 봐도 그건 꼬리가 짧은 쥐였다. 쥐라는 단어를 쓰는 것만으로도 몸서리를 칠 정도로 쥐를 무서워했다. 털 하나 없이 매끈한 긴 꼬리, 그게 소름 끼치게 싫었다.


아파트 관리하는 분들이 보도블록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잡초를 없애겠다고 제초제를 뿌린 다음 날 새벽, 미영은 출근길에 죽어 있는 새끼 쥐를 밟을 뻔했다. "악!"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용수철처럼 보도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며칠 뒤 저녁 퇴근길에 SUV 자동차 아래, 홀로 외출을 나온 강아지만 한 쥐를 보았을 때 소리도 못 지르고 온몸의 경련을 일으키며 잠시 굳어버렸다. TV를 보고 있는데 아이들이 동물백과에서 찾은 쥐 사진을 갑자기 들이밀었을 때 아연실색하며 고음을 내질렀다.


그런 미영이 찌돌이 입양을 허락한 것은 '코로나 확찐자', 그러니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활동량이 급격히 줄면서 집에서 먹는 낙(樂)으로 버티다가 토실토실해진 아이들이 딱했기 때문이었다. 강아지는 마당에서 키워야 하는데 우리 집에는 마당이 없잖아, 햄스터는 쥐랑 비슷해서 안 돼, 이런 핑계로 고수해 온 '애완동물 불가론'을 깬 것이다.


"엄마는 만지는 건 절대 못 하니까 너희가 잘 돌봐야 해. 엄마는 필요한 것들 사 주고, 사육장 청소 도와주는, 그 정도만 할 수 있어."

"엄마, 지인짜 고마워요. 우리가 잘 돌볼게요."


어린 애들이 저리 극진히 돌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매일 먹을 물을 갈아주고 먹이통에 남은 먹이를 버린 후 새 먹이를 담아주고 쳇바퀴에 묻은 소변을 깨끗하게 닦아주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햄스터의 모습을 유튜브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행여 스트레스를 받을까, 낮에는 자게 두었다가 저녁에만 한 번씩 쓰다듬고 몸 전체를 살펴보았다. 큰 아이다운 철저한 루틴이 7개월간 이어졌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던 날, 아이들은 저녁 근무 중인 나에게 전화를 해 펑펑 울었다.

"엄마아, 찌득이가아, 폐렴인 것 같대여어. 주욱을 수도 있대요오."

"아니,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엑스레이나 피검사라도 한 거야?"

미영의 눈시울도 뜨거워졌다. 며칠 전부터 활동이 줄어든 것 같다고, 코 옆에 뭐가 난 것 같다고 걱정을 하기에, 근처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라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죽는다니, 수의사가 제대로 진료한 거 맞아, 정밀검사도 안 해 보고, 일단 약을 지어줄 테니 먹여보라고? 그런데 낫지는 못할 것 같다고?


사랑을 쏟던 작은 생명체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아이를 둔 엄마에, 간호사라는 정체성까지 더해져서 죽음 앞에 또다시 화가 치민다. 제기랄, 이렇게 손도 못 써 보고 보내야 하는 건가. 결말이 패배라도 우리가 끝까지 싸워 보겠다는데 그냥 항복하라는 건가. 아니, 나는 뭘 바라는 걸까. 내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다리에서 피를 뽑을 수도, 주먹만 한 몸에 주사를 놓거나 수액을 넣을 수도 없을 텐데. 엄마가 간호사인데 병원에 데려가고 약을 먹이는 건 아이들이어서, 힘든 시간에 아이들 옆에 있어 주지 못해서, 그동안 쥐라고 다가가는 것마저 거부해서 미안했다.


그는 명의였다. 이틀 뒤 찌돌이는 눈을 감은 채 잠들어 있었다. 작은 몸에서 말랑말랑한 삶이, 콩닥거리던 체온이, 꼼지락거리던 귀여움이 다 증발해 버렸다. 정말 야속했다. 조그마한 뒷발로 열심히 쓸어 손질하던 윤기 나는 하얀 털이 이제는 미술용 붓털처럼 뻣뻣했다. 손을 대지 못하는 미영은, 눈으로만 냉정한 현실을 쓰다듬어 본다. 동물의 죽음이 사람의 것보다 덜 중하다고 누가 그랬나. 감히, 작은 생명이 떠난 자리에 인간의 것을 겹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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