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투성이 파티시엘

방송 작가에서 디저트 가게 사장으로 9

by 아임버터

복날이 끝나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정리하며 추스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러버렸네요.


기다려주신 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을,

다시 이렇게 마주하게 된 지금은 참 반가운 마음을 전합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일들도 있어

당분간은 매주 연재가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기다려주신다면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공백의 시간 속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은 언

젠가 또 다른 이야기 속에 담겨 조금은 웃기고,

조금은 찡한 장면으로 여러분을 찾아갈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써 내려갑니다.

부디, 잘 지내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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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평 남짓한 공간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나는 이미 그 안에서의 하루를 상상하고 있었다. 햇살이 비치는 테라스, 커피 향과 함께 놓인 작은 테이블, 앉으면 시간마저 느리게 흐를 것 같은 작은 의자들. 그리고 디저트로 가득한 쇼케이스, 거기에 매장에 흐르는 조용하고 예쁜 선율까지도.


하지만 그 풍경은 내 상상 속에만 존재했다. 처음 매장을 인수했을 때는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모든 것이 엉성하고 어수선했다. 치워야 할 것들과 고쳐야 할 것들, 그리고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내 신경을 어지럽게 했다. 그건 분명 내 상상 속 ‘작지만 따뜻한 공간’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었다.


그렇다고 전문 인테리어 업자를 부르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 나는, 매출이 전혀 없는 상태로도 최소 6개월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매달 나가는 각종 공과금을 비롯한 고정 지출비와 재료비, 그리고 먹고 사는 데 필요한 생활비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래야 하루하루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오로지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초기에는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스스로 해결하며 자금을 아끼고 싶었다. 나름대로 손재주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망설임 없이 가게를 내 손으로 가꿔야겠다 결심했다.


결심이 서자마자 망치며 톱이며 온갖 공구를 사들이고, 천장 보수를 위해 사다리까지 샀다. 목공을 배워본 적도 없으면서 덜컥 목재를 사서 테이블을 뚝딱거리며 조립했다. 물론 모든 가구를 조립한 건 아니고 기성품을 구매하기도 했는데, 색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가구는 직접 페인트를 입혔다. 붓을 드는 순간, 평범한 나무 의자가 내 가게의 색을 닮아갔다. 그렇게 작은 공간 구석구석이 나의 손길과 마음이 새겨졌다. (아! 다정한 남편의 손길도!)


그렇게 인테리어를 끝내자마자 장사 시작! 은 아니고... 곧장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같은 레시피라도 오븐과 기구, 심지어 그날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 게 빵이기에, 수십 번의 시뮬레이션을 거쳤다. 반죽을 치대는 손목이 묵직해지고, 시식이 이어지면서 살이 오르는 게 눈에 보였지만(실제로 나는 가게 오픈 이후 20kg 가까이 살이 찌고 말았다), 그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한편, 가구를 만들고, 가게를 꾸미고, 빵을 만들며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 날, 조용했던 전화기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새 기획안 검토와 원고 요청이 줄줄이 들어온 것이다.


사실 가게를 준비할 무렵, 나는 작가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은 상태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라 나 혼자 괜히 빵집을 연다고 설레발치며 방송국을 뛰쳐나온 거지만) 10년 넘게 해온 일을 멈춘다는 건 생각보다 더 쓸쓸한 일이었고, 마음 한편에는 '이대로 나는 끝인가?' 싶은 막막함도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 시기 내가 "나 이제 작가 끝이야... 흑흑..." 하는 잠꼬대를 했다는 얘기를 남편에게서 전해 들었을 정도니까. 푸하하!


그만큼, 나는 생각보다 욕심 많고,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다시 들어온 일감들을 감사히 다 수락했고, 나는 그렇게 '이중생활'을 시작했다. 해가 떠 있을 땐 카페에서 부족한 부분을 수리하고, 빵을 테스트하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밤새도록 자판을 두드렸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만큼은 더없이 충만했던 시간들.


낯선 공간을 익숙한 공간으로 바꾸는 일, 빵 반죽을 내 손으로 가다듬는 일, 그리고 다시 쓰는 원고 속 글자 하나하나까지. 그 모든 것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픈 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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