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강사 @mirinae_hi님의 이야기
IMAGAZINE INTERVIEW SERIES 7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미생에 나왔던 대사 중 하나다. 전쟁터 아니면 지옥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치열함은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자 몸부림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 치열함의 열정을 내려놓고, 부담감이라는 삶의 엔진을 잠시 멈추고 싶을 때가 있다. 멈추면 생존의 문제가 생길까? @mirinae_hi님은 치열함과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mirinae_hi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구환경과를 전공하고 교직 이수를 준비하였고, 이후 대학원을 진학해서 더 공부를 하다가, 임용 고시를 준비하던 중에 어린이 천문대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그곳에서 아이들에게 천문학을 가르치는 천문학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많이 생소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지금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린이천문대에서 어린이들 대상으로 천문에 관한 교육을 하는 강사입니다. 천문대라고 하면 보통 공기업이나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어린이천문대는 사기업이고, 쉽게 이야기하자면 천문학 관련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일종의 학원입니다. 커리큘럼은 보통 월 1회 주기로 이루어집니다. 천문대 특성상 교육은 밤에 진행되어서 출퇴근은 보통 3시에 출근해서 12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커리큘럼이 많이 진행됩니다.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교직을 준비하시면서 적성을 깨닫게 되셨던 건가요?
학원 알바도 하고, 과외도 하면서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는 건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교직에 대해서는 제 적성보다는 앞만 보고 달리는 과정이었고, 중간에 잠시 휴학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대학원도 가고 연구원으로도 일하면서 제 적성을 다시 돌아봤던 것 같아요.
교직 이수와 임용 고시, 대학원, 연구원 생활, 정말 바쁘게 살아오셨던 것 같은데, 그 과정은 어떠셨나요?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학부 1년 말에 학과에서 3명만 뽑는 교직 이수에 선발되기 위해 올 A+을 받으며 열심히 했어요. 교생 실습도 나가면서 준비를 하던 중에 제 전공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갔고요. 그러다가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다시 교직에 대한 꿈을 안고 임용 고시를 준비했어요.
대학원 생활과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임용 고시를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대학원에서는 나름 잘했어요. 특허도 내고 논문도 3편이나 내면서 바쁘게 살았어요. 졸업 후에는 교육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지내면서 바쁘게 일했었고요. 그러던 중 교직에 대한 생각으로 임용 고시를 준비했는데, 한 번 떨어지고 나서 퇴사 후에 공부에 집중했어요. 그때는 손이 너무 아파서 근육 주사를 맞아가면서까지 공부를 했었어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오면 슬럼프는 없으셨나요?
정말 남들보다 뒤처지기 싫다는 생각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열정적으로 살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번아웃도 왔었어요. 그리고 우울증도 겪었고 그러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슬럼프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신 건가요?
네, 지난 삶을 돌아보니 저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치열하게 살지 않으면 남들보다 내가 뒤처지는 것 같고 또 뒤처지면 내 삶이 우울해질 것 같은 부담감까지 생겼어요. 그렇게 제 삶을 돌아보니 어느새 저는 제가 잘하는 것의 기준을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고 있다는 걸 보게 되었고, 그런 치열함의 관성이 저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멈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어린이천문대는 치열함을 멈추신 뒤에 들어가게 되신 건가요?
연구원을 그만두고 임용 고시에 전념하려는 시기에 우연히 알게 되어 지원했는데, 제 전공과 교직 이수와 정교사 자격증이 있어 바로 면접을 보고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는 치열함 보다는 제 행복을 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더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mirinae_hi님은 아이들을 가르치 실 때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우선 아이들에게 무조건 재미가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천문학에 대한 강의를 할 때에도 예시나 비유를 들어가며 아이들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덧붙이는 게 돌아가서 부모님께 오늘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라고 하는데, 이게 교육의 연장선이 되기도 하고, 또 가족 안에서 소통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실 때는 언제인가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보통 한 달에 한 번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변화가 보일 때가 있어요. 그때가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천체관측대회에 나가서 수상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기억이 많이 납니다. 가끔 졸업 후 연락이 오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때도 기분이 좋은 순간이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삶을 멈춘 뒤에 삶은 어떠셨는지를 부탁드립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뒤처지지 않게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춘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멈추고 나니, 제가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지,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게 되었던 것 같아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있다. 치열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 안에 숨은 진짜 내가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 @mirinae_hi님의 경험처럼, 치열함과 부담감의 그늘에 가려 우리는 진짜 행복을 찾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럴 땐, 달려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치열함과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내 안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