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전시 취소 관련 연락을 받은 날부터 모든 작업은 멈춤 상태이다. 갤러리로부터 전화를 받고 나서, 아쉬움보다는 다행스러움이 더 크게 다가온 듯하다.
첫째는 체험학습을 내고 학교에 안 보내고 있었고, 둘째는 2월에 어린이집을 퇴소하였다. 아이들과 24시간 지내며,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던 맘이 컸기에 취소 연락을 받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던 것 같다.
친정/시댁도 올해 들어 한 번도 가지 않았고, 친구 1도 안 만나며 셀프 격리 생활이 8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내 약한 면역력과 아이들이 있기에, 가족 친구 어느 누구도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 나를 보고 남편은 독하다 말하기도 하더라.
회사 출퇴근하는 당신마저 방하나 얻어 주고 싶은 맘이거든!!
갑상선암 수술 후 임파선 전이가 많았기에, 2차례의 동위원소 치료를 받았다. 그 치료를 위한 식이조절과 호르몬 약 중지 등의 준비기간이 한 달이었다. 그리고 회복의 기간이 또 한 달 이상이 걸리곤 했다. 아직 완치 판정을 받지는 못했다.
창문을 열 수 없는 음압병실에서 일주일간 갇혀 있었다. 나는 음식 냄새에 쏠려서 식사도 못하는데, 식사 시간 때마다 방문 틈으로 옆 병실의 음식 냄새가 새어들어올 때면 역겨움이 가득 차 오르곤 했었다.
그 병실에서의 시간들이 힘들었기에, 내 아이들이 혹은 내가, 다시 격리되는 상황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8개월 넘게 사람을 안 만나며, 아이들과만 지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엄마와의 떨어진 시간들을 여러 번 겪었기에, 아이들도 행여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또 분리될 상황을 생각한다면, 지금 집에 있음이 더 낫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라고 한다. 조카를 봐주는 친정 엄마도 미치겠다고 난리다. 나더러 그렇게 격리 심하게 하면 우울증 올 꺼란다.
그런데, 웃긴 건 난 하루가 너무 바쁘다는 것과 그래서 우울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작업함은 어차피 홀로 시간 보내는 일이고, 그 외엔 책 읽기를 하려 애쓰니 이 코로나 상황이 견딜만하게 다가오나 보다.
아이들은 제법 커서 엄마가 작업을 하려 하면, 방문을 닫아줄 만큼의 이해를 해주곤 한다.
6살 둘째가 오늘 문득 내 방을 둘러보더니. "엄마! 근데, 요즘 왜 그림 안그려? " 묻더라.
그러게. 오래 쉬었네. 어쩐지 요즘 다시 연필이 잡고 싶어 지긴 하더라.
좀 놀고 쉰다 싶으면 작업하고 싶고. 작업 좀 하다 보면 소설책이 미친 듯이 보고 싶고. 그런 반복의 적절한 조화가 내 삶을 차지하고 있어 참 다행이다 싶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얻는 만족감은 영원하지 않다 생각하기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을 택하는 편이다.
그 대신 나 스스로를 채우는 일들은 변치 않기에, 그 채움들이 나를 만들어가고 성장시키기에, 홀로 지내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다. 내가 할 일이 있고, 그 일들이 내게 집중하게 만들고 즐거움까지 준다면 꽤 괜찮은 하루하루를 만들어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삶의 제한 받음은 사실이지만, 이 시간들을 잘 이용하면 또 다른 무엇을 위한 준비과정일 수도 있을 테니.
결국 모든 것들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그 진부한 말이 무척이나 맞고, 진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