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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Oct 22. 2023

제 결승점은요



누군가 정한 결승점을 두고 최대한 빨리 달려서 1등 하고 싶었습니다. 출발 선에서 총소리를 기다리며 앞굽이 자세로 준비할지 아니면 일어선 채 빠르게 반응할지 고민했습니다. 직선 주로가 아니기 때문에 트랙 안쪽에서 뛰려고 눈치도 살폈지요. 총소리가 울리기 전에 미리 출발할지도 고민했습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뛰고 싶었기 때문이죠. 누군가는 먼저 뛰쳐나가기도 했습니다. 반칙이 선언되기도 했고 심판이 못 보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시작을 알리는 총소리가 울렸습니다. 결국, 어정쩡한 자세로 출발했지요. 어찌 되었든 힘껏 달리겠다며 두 주먹을 꽉 쥐고 무릎을 치켜세우며 한 걸음 한걸음 내디뎠습니다.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게 느껴졌지요.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 서너 발자국 앞에서 달리는 사람이 보였고 아직 출발점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도 보였습니다. 각자 달려야 할 레인이 있고 흐릿하게 보이는 결승점 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습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결승점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멀게 느껴졌습니다.



체력은 달리고 맞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속도를 내기 버거웠습니다. 주변에 포기한 사람이 넘쳐났고 제자리에 주저앉은 사람도 보였습니다. 더 이상은 뛸 수 없을 것 같아서 멈추려는 순간 결승점에서 결승테이프를 맞들고 있던 두 아이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지요. 제 몸에다 테이프를 가져다 데며 결승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누군가는 물을 건넸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테이프를 끊어준 두 딸과 물을 건넨 아내 덕분에 이미 결승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늘 만족하며 세상을 살아갑다.



* 한 줄 요약

늘 만족하며 잘 삽니다



** 인스타 피드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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