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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Nov 28. 2023

요즘 누가 당구를 쳐요



오랜만에 당구를 쳤다. 당구는 개인 수준을 다마수 또는 수지라며 숫자로 평가하는데, 내 수지는 이백이다. 사실 삼백이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이백오십으로 내려가더니 지금은 이백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기 다마(당구 수준을 속이려는 몹쓸 행위)는 아니다. 일 년에 한 번도 치지 않는 당구 수준이 이백이든 삼백이든 어차피 여가를 즐기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당구는 중학교 이 학년 때 처음 배웠다. 조금 빠른 편이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처음 시작한 친구들도 제법 있었다. 동네 고등학교 형한테 처음 배웠는데,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다 보니 고등학교 입학할 당시에는 백이십 정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다수가 고등학교 때부터 당구를 시작하다 보니 친구들보다 상당히 고수 측에 들었다.



고등학교 일 학년이 끝날 즈음에는 이백으로 올렸고 친구들 사이에서 당구를 잘 치는 아이로 정평 났다. 하지만,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들은 이미 이백을 훌쩍 넘기고 자유자재로 마세이(찍어 치기)까지 시전 했다. 평생 당구를 칠 생각이 없었기에 고등학교를 마치는 시점이 되어서야 삼백으로 마무리했지만, 실력은 수준보다는 조금 떨어졌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딱히 당구를 치지 않았다. 다른 스포츠에 치중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연중행사를 넘어서 수년 동안 큐대(당구봉)를 잡아보지 못했다. 축구 열풍처럼 예전에는 엄청나게 사랑받던 스포츠였기에 누구나 수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수지를 물어보면 배수지를 먼저 떠올릴 정도이다.



여하튼, 오랜만에 즐긴 당구는 당연히 졌다. 예전에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포탄을 든 뒤 적진으로 뛰어들 기세였는데, 이번에는 게임을 하는 내내 잡담하며 서로 구찌(겐세이-방해 행위) 하느라 웃고 떠들기만 했다.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우리 다이(당구대) 말곤 모든 당구대가 비어 있던 게 몹시 스산했지만, 잠시 추억을 떠올리며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때는 일상이고 전부였던 당구가 어느덧 추억이 된 것처럼 한때 삶의 전부를 갈아 넣을 듯했던 글쓰기도 비슷해질까 봐 두려워진다. 유독 마무리할 게 많은 차가운 시기이다 보니 잡생각이 계속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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