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남세아 Oct 13. 2023

새벽에 우는 아이



오늘도 어김없이 울었다. 잠꼬대인지 정말로 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도저히 일어나서 살필 기력도 없었다. 그래서 울지 말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잠시 조용해지길래 안도하며 다시 잠에 들었는데, 또 우는 소리가 다. 눈을 뜨는 게 맞았다. 난 부모니까. 하지만, 신경이 곤두섰다.



기력이 없었던 이유는 하루종일 우는 소리만 들었기 때문이다. 맡은 업무를 빨리 끝내고 싶다며 우는 소리, 다음 날 해야 할 일정이 힘들다고 우는 소리, 조금 더 놀고 싶다고 우는 소리, 남들보다 못해서 힘들다고 우는 소리, 죽고 싶다고 우는 소리까지 옆에서 매미처럼 울어대는 소리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하루를 잘 버텨내고 마무리하려는데, 아프다고 우는 소리, 불안하다고 우는 소리가 들렸고 끝내 우는 소리로 메아리쳤다. 우는 소리를 들으면 경청하고 공감하며 함께 울어주거나 위로하는 게 정답인데, 함께 우는 소리를 했다. 같이 울어주는 소리가 아닌 각자 우는 소리를 한 것이다.



우는 소리를 잘 들어주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거나 소통이 단절된다. 아이가 밤에 울 때처럼 살피고 달랬어야 했다. 들어주고 달래주지 못했으니  역할을 못한 것이다. 아침이건 점심이건 저녁이건 다시 새벽이건 누군가가 앞에서 울면 다 들어줘야 한다. 절대 메아리치면 안 된다. 그게 내 소임이다. 그러다 듣기 버겁고 지치고 힘들고 아프면 그냥 이렇게 글로 울면 된다.



* 한 줄요약

글로만 울자.


매거진의 이전글 우디르급 태세전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