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 '우디르'의 태세전환 스킬에서 비롯된 말로, 말이나 행동을 갑작스럽게 너무 빨리 바꾸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
이상한 꿈이었다. 지금껏 꿈에 등장한 적 없던 사람과 낯선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꿈을 깨고도한참 동안 계속 생각났고 며칠이 지나도록 생생했다. 점이나 사주를 믿지 않지만 꿈에 대해서는 조금 관대한 편인데, 평소 생각을 많이 하거나 의식하는 게 있으면 반드시 꿈에 나타나는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정말 하기 싫거나 반드시 하고 싶은 일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꿈을 통해서 실현(?) 되는 경우가 잦았다. 가끔 로또 번호가 보이기도 했는데, 가수면 상태에서 로또에 당첨되겠다는 굳은 의지로 만든 꿈이었다. 지난주에도 말 여섯 마리가 꿈에 나타나자 스스로 꿈이라고 의식했고 말 목덜미에 원형 펜던트를 하나씩 걸어서 숫자 여섯 개를 창조해 냈다. 의식해서 만들어낸 꿈속 여섯 자리 숫자에 대한지난주말 추첨결과는 온통 꽝이었다.
반면에 렘수면상태에서 발생하는 진정한 꿈은 내면 깊숙한 곳에서 갈망했던 욕구나 두려움을 끄집어낸 적이 많았다. 실제로 복권 당첨 번호 네 자리까지맞춘 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꾼 이상한 꿈도 허투루 볼 순 없었다. 다만, 갈망이 깊게 새겨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평소 겉으로 드러낸 언행과 전혀 다른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았다. 이상한 꿈 정체는 지금 하는 일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는 꿈이었다.
꿈에서 누군가 문제점을 제시했고 혼자서 문제점을 골똘히 생각하며 해결책을 구상하여 보고서를 썼다. 당장 지금도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 생생했다. 보고서를 쓰는 꿈을 꾸고 나니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웠다.더구나 요즘은좋아하는 글쓰기도 막혀서 허덕이는데, 아내나 지인이 들으면 어처구니없어할 상황이 꿈으로 나타난 것이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일에 대한 소명의식과 사명감이 부족했다. 부여된 과업만 완수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머무르려고 했으며, 일상을 벗어나고 비일상을 지향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물론, 일에서 벗어나 휴가나 휴식을 찾는 게 일반적이지만 휴가나 휴식을 좋아하기보다는 일 자체를 싫어했다. 그러다 보니 일을 기분 좋게 하는 생각이나 꿈을 꿀 이유가없었다. 그런데, 꿈에서 일에 몰두하면서 그토록 싫었던 보고서까지 즐겁게 쓰고 있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채 현장에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지겹도록 했던 사무가 그리워졌을 수도 있다. 현장에서 뛰면 사무실에 앉고 싶고 사무실에 앉아서 펜을 굴리면 현장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이상한 심보가 작동한 듯했다. 아니면 십 년 주기로 찾아오는 무기력과 번아웃이 천천히 사그라들면서 다시 일하고 싶은 열정이 피어났을지도 모른다.
만약 일에서도 즐거움을 찾는다면 버려진 하루에 절반을, 망친 한주에 닷새를, 속상한 일년에 삼백 일마저도 행복할 수 있다. 삶의 많은 시간 동안 하기 싫은 일을 하며 힘들고 슬프고 괴롭고 아프고 짜증 내며 살고 싶진 않다. 지금까지 그렇게 산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이 절반 정도 남은 시점에 더 이상 나쁜 감정으로 많은 시간을 보낼 이유가없다.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행복의 기반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현실에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다만, 건강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일에 몰두하면서 시간이 부족하면 틈을 찾고 틈 속에서 여유를 가지면 된다. 찰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진정성 있게 매 순간을 대한다면 만족한 삶으로부터 더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그래서 앞으로일을 더욱 즐기기로 했다. 과정도 결과도 만족하며 일 속에서 의미를 찾아많은 시간 동안 행복에 닿기로 했다.
앞으로 삼사 년 정도 해야 할 일이 결정되는 시기에 움츠렸던 자아를 깨우치게 하려고 일하는 꿈이 다가왔나 보다. 이제는 꿈에서 찾은 열정을 현실로 이어야 할 때이다. 그만 걷고우디르급 태세전환하여뛰어야겠다. 우선 출발선에 서기 전까지 남은 기간 동안 마무리부터 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