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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남세아 Dec 19. 2023

여행앓이



여행 기간 동안 발생한 많은 변수를 대하는 행동이 부끄러웠다.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한두 번 더 생각하면 이해하고 즐거움으로 바뀔 상황인데, 순간 차오르는 짜증과 분노로 인상 쓰며 언짢아했다는 게 부끄럽. 그나마 정신 차리려고 노력한 덕분에 차차 나아지긴 했지만, 곱씹어 보니 한없이 작아진 나만 다.



오랜만이라 어수선했고 여유롭진 않았지만 얽매였던 관계에서 벗어난 상태라서 복잡했던 마음은 쉬이 안정되었다. 더구나 막내가 추억을 온전하게 기억할 수 있는 나이에 다녀와서 의미가 남달랐다. 놀이기구를 타고 다양한 캐릭터와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낯선 환경에서 다가오는 유쾌하고 신비스러운 이질감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며 또렷하게 만들었기를 기대한다.



큰 딸은 여행 전부터 언어와 관광지를 공부하면서 여행을 주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극 J 아내는 초세밀 계획을 세웠지만 극 P 남편 성향 때문에 발생한 우발 행동을 참아내느라고 노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찾아온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 다음 여행을 보다 꼼꼼하게 계획하도이끌었다.



개인적으로 두 딸 아빠이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목욕할 수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 그나마 막내는 법이 제한하는 나이 직전에 눈 덮인 후지산을 바라보며 노천 온천을 함께 즐길 있었다. 큰 딸도 다섯 살 끝자락쯤 이번에 머물렀던 숙소 근처에서 함께 온천을 즐겼기 때문에 후지산은 두 딸과 추억을 깊게 간직한 장소남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본 여행 중에 인상 깊었던 음식은 딱히 없다. 매 년 한두 번씩 열다섯 해를 다녔는데, 고작 교토 스끼야키나 고베규 정도만 기억난다. 값 비싼 지역 특산물이나 긴 대기시간 끝에 맛을 본 인기 음식도 가물가물하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먹은 편의점 가라아게나 110엔짜리 소금 오니기리는 맛뿐 아니라 구입한 장소와 가격, 그리고 맛있게 먹는 두 딸 표정까지도 생생하다.



놀이동산에서 우연히 뽑은 스누피 인형을 사 년 넘도록 자랑스러워하는 큰 딸을 볼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무엇이 더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돈과 노력의 양보다 우연에서 찾아오는 소소한 기쁨이 행복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보고 배웠다. 다행히 산리오 퓨로랜드에서 상큼하고 귀여운 시나모롤 인형을 다시 뽑은 아빠는 영웅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여행이었다.



* 한 줄 요약 : 인형 뽑기, 110엔짜리 소금 오니기리, 목욕 한 번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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