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기간 동안 발생한 많은 변수를 대하는내 행동이 부끄러웠다.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한두 번 더 생각하면 이해하고 즐거움으로 바뀔 상황인데, 순간 차오르는 짜증과 분노로 인상 쓰며 언짢아했다는 게 부끄럽다. 그나마 정신 차리려고 노력한 덕분에 차차 나아지긴 했지만, 곱씹어 보니 한없이 작아진 나만보였다.
오랜만이라 어수선했고여유롭진않았지만 얽매였던 관계에서 벗어난 상태라서복잡했던 마음은쉬이안정되었다.더구나 막내가 추억을 온전하게 기억할 수 있는 나이에 다녀와서 의미가 남달랐다.놀이기구를 타고 다양한캐릭터와 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낯선 환경에서 다가오는 유쾌하고 신비스러운 이질감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며 또렷하게 만들었기를 기대한다.
큰 딸은 여행 전부터 언어와 관광지를 공부하면서 여행을 주도하려는 노력이 돋보였고, 극 J 아내는 초세밀 계획을 세웠지만 극 P 남편 성향 때문에 발생한 우발 행동을참아내느라고노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꾸준하게 찾아온 행복한 순간의 연속이 다음 여행을 보다 꼼꼼하게 계획하도록 이끌었다.
개인적으로 두 딸 아빠이기 때문에 자녀와 함께 목욕할 수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그나마 막내는 법이 제한하는 나이 직전에 눈 덮인 후지산을 바라보며 노천 온천을 함께 즐길수 있었다. 큰 딸도 다섯 살 끝자락쯤 이번에 머물렀던 숙소 근처에서 함께 온천을 즐겼기 때문에 후지산은 두 딸과 추억을 깊게 간직한 장소로 남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본 여행 중에 인상 깊었던 음식은 딱히 없다. 매 년 한두 번씩 열다섯 해를 다녔는데, 고작 교토 스끼야키나 고베규 정도만 기억난다. 값 비싼 지역 특산물이나 긴 대기시간 끝에 맛을 본 인기 음식도 가물가물하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먹은 편의점 가라아게나 110엔짜리 소금 오니기리는 맛뿐 아니라 구입한 장소와 가격, 그리고 맛있게 먹는 두 딸 표정까지도 생생하다.
놀이동산에서 우연히 뽑은 스누피 인형을 사 년 넘도록 자랑스러워하는 큰 딸을 볼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무엇이 더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돈과 노력의 양보다 우연에서 찾아오는 소소한 기쁨이 행복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보고 배웠다. 다행히산리오 퓨로랜드에서 상큼하고 귀여운 시나모롤 인형을다시뽑은아빠는영웅이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여행이었다.
* 한 줄 요약 : 인형 뽑기,110엔짜리 소금 오니기리, 목욕 한 번으로도 충분히 행복한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