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가을 장마가 시작된대. 아침에 우산은 잘 챙겨 갔을까. 보기와 다르게 덤벙거렸던 너는, 이따금 중요한 걸 하나씩 놔두고 집을 나섰었지. 부랴부랴 가방을 챙기고 회사를 가던 뒷모습을 보며 쿡쿡 웃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얼마되지 않은 시간 속에서도 묻고 싶은 것들이 많아. 늘 습관처럼 했던 말들이, 실은 그만큼 널 생각하고 있던 거라는 걸, 어리석은 나는 부재 속에서 깨달아.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자신이 열심히 만든 영화의 스크린 수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본 한 감독은 ‘지금 내 마음을 과일로 표현하자면 한참 변색된 무른 바나나같다’고 했대. 나는 그 감독처럼 영화같은 멋진 결과물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왠지 그 사람 마음이 크게 공감가서 처연하게 웃다가 다시 괴로워졌어. 아마 네가 없기 때문이겠지.
이 순간, 너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담담히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아니면 가엾은 누군갈 떠올리며 너 역시도 조금은 슬퍼할까. 내가 없어서 네가 더 행복하지는 않길 바라. 결과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지만, 언제나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