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점점

시계

28화

by Lia

내 방 침대 위엔 하얀 벽시계가 걸려있다. 이 벽시계는 마법에 걸려있는 게 분명하다.


시계는 화곡동의 어느 낙지볶음 집에서 샀다. 이것부터가 이상하다. 낙지볶음 식당에서 왜 벽시계를 파는 거지? 어쨌든 나는 이사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내 방에 시계가 꼭 필요했고, 이왕이면 무난한 흰색 바탕의 까만 숫자로 된 동그란 디자인이길 바랐고, 무소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에 그런 시계가 있었다. 무소음의 하얀 벽시계가. 내가 거기서 기웃거리자 아빠가 만원에 시계를 덥석 사 주셨다. 아빠는 이상한 곳에서 쇼핑욕구가 생기는 것 같다. 나도 낙지볶음집에서 시계를 유심히 봤으니 이상하긴 하지만.


시계에는 두 가지 미스테리한 점이 있다. 하나는 소음이다. 처음엔 무소음이라고 해서 산 게 사기였다 싶을만큼 시끄러웠다. 초침소리도 아니고 기계음이었다. 지징지징지지징 하면서 그다지 규칙적이지도 않은 미세한 소음 때문에 나는 이사온 후로도 한참동안 방이 낯설었다.


나머지 하나는 속도인데, 이건 당연히 내가 잘못 느끼는 탓이겠거니 하고 생각을 하려해도 자꾸만 놀라게 되는 점이다. 이 시계는 분침이 원래 시각보다 좀 빠르다. 정확히 재 본 적이 없는데 대략 4-15분 사이다. 이렇게 범위가 넓은 게 신기한 대목이다. 나는 나가기 전과 잠들기 전 말고는 이 시계를 절대 보지 않으니, 평소에 시계가 얼마나 빠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아침에 외출하기 전 시계를 봤을 때 9시 20분이면, 음 이 시계가 좀 빠르지, 하며 핸드폰을 확인하는데, 헐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나는 부리나케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게다가 늦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느긋하게 샤워를 하려고 시간을 확인하면 10시 반. 음 얼른 해야겠다, 하고 샤워 후에 핸드폰 시계를 보면 10시 40분인거다. 참고로 나는 기본 샤워시간이 25분이다.


이 시계의 비밀을 밝혀내려면 하루종일 시계를 보고 있어야 할런지 모르겠다. 어쨌든 시계가 자기 마음대로 분침의 속도를 조절하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이것이 불편해서 투덜거리면서도 나는 시계를 고칠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시계도 정확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거다. 그리고 나도.



점점.



시계의 반쪽과 액자의 반쪽. 2015년 2월의 사진. 이 때는 시계가 정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