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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모니카 Oct 09. 2022

'아, 이거 X 됐다.'

노력 없이 열매를 딸 수 있다는, 악마의 유혹

하지만 들뜬 기분도 잠시. 나는 다시 한번 난관에 부딪혔다. 부랴부랴 아이돌 콘텐츠를 추가로 만들어 올려도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조회수는 1000대에 머물렀고, 떡상의 부작용으로 슬슬 악플도 달리기 시작했다. (악플 관련 내용은 나중에 따로 다루겠다.)     

구독자도 느는 둥 마는 둥했다. 다른 선배 유튜버들이 말하던 ‘채널 정체기’가 내게도 찾아온 거다. 보통은 채널이 서서히 성장하면서 중간 중간 온다던데, 나는 급하게 쑥쑥 자란 만큼 정체기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등장했다. 새로고침을 아무리 해도 조회수는 늘질 않고, 구독자는 오히려 거품 빠지듯 빠지기 시작했다.   

‘아, 이거 X 됐다.’     

그때쯤, 나에게 악마의 유혹이 뻗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소개에 걸어둔 이메일로 은밀한 제안이 날아온 것.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래 처음 받아보는 메일이었다. 수많은 스팸 메일 사이에 섞인 ‘유튜버님께 제안 드립니다’라는 제목은 번쩍번쩍 빛이 났다.      


나는 사막에서 신기루라도 본 사람처럼 멍한 표정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딸깍. 클릭 한 번에 메일의 내용물이 주르륵 펼쳐졌다. 나는 메일을 연 지 5초 만에 입맛을 다셨다. 위에서 쓴맛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그건 유튜브 마케팅 영업 메일이었는데, 정상적인 영업 방식도 아니었다. 구독자 1명당 200원, 댓글 1개당 100원, 좋아요 1개당 50원, 조회수 1회당 10원에 팔겠단다. 해외 계정 기준이고, 국내에서 가입한 계정을 사용하면 단가는 더 오른단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사기 아닌가?’였다. 그래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이런 업체들이 꽤 많았다. 나름 음지에선 공공연한 사업이었던 거다. 그런데 이렇게 구독자와 조회수를 부풀려봐야 대체 남는 게 뭔가. 영상을 올릴 때마다 돈을 내고 조회수를 뻥튀기할 수는 없을 텐데. 이 검은 거래의 효용성에 대해 궁금해진 나는, 유튜버 커뮤니티에 대놓고 물어봤다. ‘혹시 이런 유료 마케팅 진행해보신 분?’하고 말이다.     


의외로 몇몇 유튜버가 공개적으로 답변을 주었다. 유튜브 채널 수익창출 기준인 ‘구독자 1000명’을 맞출 때 쓰면 좋다면서. 다만, 유료로 구입한 구독자는 전부 허수이기 때문에 실제 채널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돈 주고 산 조회수는 더 심각했다. 해외 곳곳에서 아무렇게나 만든 가계정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완전히 꼬인단다. 그래서 정작 내 영상이 추천되어야 할 타깃에게는 노출이 안 되고 해외의 엉뚱한 유저들에게 노출 된다고.      


나는 의아했다. 그래서 되물었다. “그런데 이런 유료 서비스를 왜 쓰시는 거예요?”하고. 답은 명료했다. ‘지름길이니까.’ 우선 지름길을 통해 중간 목적지에 도착한 다음, 이후의 일을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우연히 진짜 구독자가 유입되더라도 채널의 규모가 어느정도 있어야 신뢰감을 주지 않겠냐며. 나는 얼른 대답하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더 놀라운 건, 이런 서비스의 ‘프리미엄 버전’도 있다는 것. 지금은 꽤 알려진 뷰티 유튜버의 이야기다. 그녀는 한 달에 수백 만 원씩 지불하는 ‘전문 채널 관리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건 또 뭔지 물어보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바이럴 마케팅을 해준다든가, 유료 배너 광고를 해서 ‘실제 한국인 이용자’들을 자연스럽게 유입시켜준다는 것. 온라인 카페나, 유머 커뮤니티 같은 데서 누가 뷰티 유튜버라도 추천해달라고 하면 귀신 같이 마케팅팀이 출동해 ‘이 유튜버 좋아요!’하고 추천 댓글을 단다더라. 이렇게 모은 구독자와 조회수는 해외 계정으로 작업하는 허수와 달리 채널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서비스 이용료가 내 생활비를 모두 털어 넣어도 감당이 안 되는 금액이라, 나에겐 언감생심이었다. 거기다 뭔가 꼼수를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찜찜했다.     


대가를 지불하고 세태와 야합하지 않으면서도 채널을 ‘팍!’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여러 루트를 찾아봤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없다’였다. 그저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면서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기다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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