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축하와 주방 보조 합격

지독한 이중성

by 내려놔야 산다


​대학원 선배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
며칠 전 뉴스에 실린 그의 이름이 화제로 흐른다.
지성과 인품, 겸손의 옷을 입고
남들이 우러르는 높은 곳에 앉은 사람.


​그의 소식에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그가 가진 권위보다 그가 지켜온 선함 때문이었다.
술잔이 부딪치며 축복의 온도가 무르익을 때
주머니 속 진동이 고요한 파동을 일으킨다.
어제 면접을 보았던 고깃집,
주방보조로 나오라는 짧은 합격 통보.


​나는 서둘러 전화기를 귀에 밀착한다.
기쁜 소식이 밖으로 새어 나갈까 봐, 아니
우러러보는 선배의 빛나는 자리와
불판을 닦아야 할 나의 낮은 자리가
이 좁은 공간 위에서 충돌할까 봐 두려워서.


​선배의 자리는 구름 위에 있고
나의 자리는 뜨거운 열기 속에 있지만,
생의 무게를 지탱하는 중력은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펜 끝으로 세상을 움직이고
누군가는 칼끝으로 타인의 끼니를 준비할 뿐이다.


​나는 술잔을 들며 남모르게 나를 축복했다.
선배가 오른 정점의 고고함과
내가 딛고 선 바닥의 단단함이
사실은 같은 대지 위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우러러보는 곳에 위치한 그의 자리와
기름때 묻은 앞치마를 둘러야 할 내 자리.
세상에 귀하지 않은 자리는 없으며,
오늘 나의 취업 또한 누군가의 승진만큼이나
뜨겁고 눈물겨운 성취라는 것을.


​밤공기가 차다.

하지만 내 심장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그의 영광을 진심으로 우러를 수 있는 나의 인품과,

나의 비루한 시작을 스스로 축하할 수 있는 나의 지성.

그것이야말로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나라는 사람의 마지막 품격이기에.


​3층 집으로 올라가는 차가운 계단,
현관에 도착하기 전 문득 숨을 멈춘다.
이대로 죽어버려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독한 술기운처럼 목을 타고 올라온다.


​지독한 이중성이 뒷꿈치에 무겁게 매달려
기어이 어두운 현관 안으로 나를 들이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