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차가운 테라스 위에서 서로를 알아본 밤

by 내려놔야 산다

​휘적휘적, 그림자마저 무거운 퇴근길

골목의 끝자락 미용실 테라스에는

낮은 포복으로 생을 견디는 허기가 있다.


​호랑이의 무늬를 입고도

비릿한 사료 한 줌 앞에서

세상의 발자국 소리에 심장을 저당 잡힌 짐승.


​나의 보폭이 그의 식탁을 침범했을 때

고양이는 멈춤으로 비명을 질렀다.

굳어버린 근육, 곤두선 털끝,

찰나의 정지 속에 흐르는 서늘한 대치.


​그것은 침범당한 삶이 내지르는 소리 없는 경고 이자

단 한 줌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그어놓은 서글픈 경계였다.


​내가 뒷걸음질로 비켜준 후에야

다시 밥그릇에 고개를 묻는 저 굽은 등 위로

낯익은 고단함이 겹쳐 흐른다.


​타인의 시선에 끼니를 멈추고

세상의 속도에 숨을 고르며

생존이라는 문장 아래 마침표를 찍지 못하는 나.


​미안함은 이내 동질감으로 번지고

차오른 눈물은 낡은 자켓 위로 떨어진다.

고양이가 내려놓지 못한 경계심과

내가 내려놓지 못한 삶의 무게가

차가운 테라스 위에서 서로를 알아본 밤.


​문득 고개를 떨구었다.

움켜쥔 것이 많아 아픈 게 아니라,

내려놓지 못해 허기진 것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