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기념 작가의 꿈

"쓴다는 것은, 산다는 것이다."

by 백안


쓴다는 것은, 산다는 것이다.



2024년 10월, 성수동의 팝업 전시장에서 브런치를 만났다. 작가가 되어 한 권의 책을 내려는 꿈을 갖고 있었던 나는, 주저 없이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작가들이 전시한 다양한 꿈의 조각들이 모든 벽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어떤 벽은 무수한 원고들을 다듬고 또 다듬은 단행본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어떤 벽면에는 종이에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한 글을 써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쓴다는 것은, 산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고통이 휩쓸고 지나갈 때, 그 고통을 직시하고 통과시키는 힘. 나에게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내려는 힘. 결국 쓰는자는 살아내는 자이다. 브런치는 형언할 수 없는 많은 고통들이 나를 휩쓸고 있을 때 만난 플랫폼이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한 편 한 편 브런치에 발행하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브런치북을 만들고, 매주 정해진 요일에 글을 발행하는 기쁨과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줄 때의 짜릿함. 브런치는 고통이 가득했던 순간에도 나의 삶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


내 글의 주제들은 대부분 '존재하기'에 대한 내용이다. 이러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세상에서 맞이하게 되는 어떠한 폭력의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를 살려내는 힘이 내 안에 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동시에, 나의 이야기를 응원해 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사랑이라는 붉은 실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 실은 서로의 존재를 응원하고 사랑이 확장되는 세상을 열어나가고자 하는 이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나의 경험이 반영된 글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


그것은 나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우주가 서로를 키워가는 원리와도 같다. 보이지 않는 중력의 힘을 통해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이 끌어당겨져 있듯, 우리는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사랑은 키우는 것이다. 지구의 끌어당김 안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자란다. 작은 새싹들은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어 다람쥐와 벌레와 새들의 먹이가 되어준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어느 종이 다른 종을 지배하지 않는다. 오직 공존만이 있을 뿐이다.


자연의 세계를 인간이 닮아갈 수만 있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과 지배와 전쟁은 언젠가 모두 종전될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바로 끝날수 없고, 선과 악 만으로는 이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인간의 본디 속성은 우주의 작동원리와도 닮아있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희망'이 존재한다. 폭력과 전쟁 상황 속에서도, 희망으로 생의 의지를 살아내는 사람. 전쟁과 학살이라는 국가의 과오를 반성하려는 노력. 끊임없이 세상에 의문을 던지며, 폭력과 지배가 아닌 공존과 평화의 언어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


나는 그들과 눈을 맞추며 지금-여기에 존재하는 생명들과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싶다. 영원한 하나를 반복하는 일일지언정, 그 길 위에서 나는 당신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당신의 따뜻하고 뜨거운 숨소리가 들린다. 당신의 큰 함성소리가 들린다. 나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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