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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댄서, 최뚝딱의 이야기

뚝딱킹x최뚝딱을 만나다!

by 백안

멋진 댄서, 최뚝딱의 이야기

뚝딱킹X최뚝딱을 만나다!




책의 한 꼭지를 빛내줄 '춤을 사랑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찾던 중, 평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알게 된 최뚝딱(두 아들을 키우는 40대 워킹맘)님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평소 내적동지애를 느끼며 응원하던 그녀를 만나러 가는 동안,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1시간 넘는 거리를 운전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신림역 인근의 한 햄버거집에서 만난 그녀는 168cm의 큰 키와, 넉넉한 힙합바지를 입고 시원시원한 걸음걸이를 가진 사람이었다. 또 그녀는 그녀가 사랑하는 중후한 힙합 음악들처럼, 언어와 제스처에서마저도 묘한 swag가 느껴졌다. 마치 '걸스 힙합 댄서' 같은 분위기였지만, 그녀의 본업은 평범한 회사원이자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육즙 가득한 햄버거와 단짠조합의 쉐이크+감자튀김을 곁들여 찍먹 하는 식사를 하며, 부끄럼쟁이 내향인 뚝딱킹의 첫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 평소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춤'이라는 맛있는 주제를 놓고 마치 오랜 친구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었다.


최뚝딱님이 평소 연습실에서 춤을 출때의 모습.

그녀는 춤을 배운 지 이제 2년이 다 되어가는 학생이다. 댄서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멋진 무브먼트를 보이지만, 춤 앞에서는 한없이 겸손했다. "댄서라는 호칭이 너무 부끄럽다"라며 한사코 겸손해했지만, 그래도 요즘 들어 선생님으로부터 "멋진 춤을 춘다"는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또 그녀의 본업은, 회사원이다. 그리고, 미취학아동과 초등학생. 두 아들을 양육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매주 개인 레슨을 받고, 주 4~5회는 춤 연습을 절대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일 올라오는 연습 영상들을 보며, 나는 그녀가 전업가사를 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너무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춤을 향한 열정과 노력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큰 강아지까지 키우는 그녀의 눈코 뜰 새없이 바쁜 일상 중에서도, 춤을 향한 열정을 놓지 않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그녀가 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다시금 실감했다. 그런 그녀의 열정은 나이도, 직업도, 육아도 때로는 부상조차도 막을 수 없었다. 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무릎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몸을 쓰는 법을 몰랐던 초보 시절, 무작정 동작을 힘주어 따라 하다가 무릎에 물이 찰 정도로 부상이 온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부상을 치료하고 몸을 쓰는 방법부터 다시 배웠다. 다치지 않고 오래 춤을 추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춤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물어봤다. 바로 '스트리트 맨 파이터(스맨파)' 방송을 보고 춤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녀는 그중, 유독 기억에 남는 한 댄서의 수업을 듣고 싶어서 무작정 그의 전문반 원데이 코레오(창작안무) 수업을 신청했다고 한다.

'초심자가 현재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명성을 자랑하는 대형 댄스 스튜디오에 첫발을 내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도 전문반으로(?)' 그 선택은 상당히 과감했다. 그러나 그녀는 좋아하는 일에 있어서 만큼은 주저하지 않는 도전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사주에서 그녀를 상징하는 동물이 '검은 용'이라는데, 정말 두려움 없이 강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 같았다.


'춤'이 그녀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보았다. 그녀는 뜻밖에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춤을 추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춤을 배워서 배틀등에 출전하는 전문댄서가 되고 싶다거나, 직업적인 부분으로 커리어를 쌓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춤을 추는 것도 때로는 힘들다고 했다. "원래 어디서든 주눅 들거나 소심해지는 성격이 아닌데, 춤을 시작한 이후로는, 자신의 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서 성격이 소심해진 것 같다"며 고민이 된다고 까지도 했다.


그러나, 춤을 시작한 이후에 배우자와 한번 다툰 적이 있었는데, 배우자가 "이제 당신도 춤 배우지 마!"라고 소리친 순간, 갑자기 눈물이 마구 쏟아질 것 같았다고 한다. 그 말을 듣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춤이 갖는 의미는 분명 단순한 취미 이상의 깊이가 있음이 분명했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계속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춤을 출 때 단순히 즐겁고 기분이 좋아서 인가요?", "육아와 직장일처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취미이기에 만족이 큰 것이 아닐까요?"라고 물어봤다. 하지만 예상외로, 그녀는 춤을 추고 나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영상을 다시 보면 부족한 부분만 계속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춤은, 그녀에게 단순한 취미라기보다는,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어떤 것'이라 말했다. 춤이 너무 즐겁고, 춤을 잘 못 추는 스스로가 웃기고 귀엽게 느껴지는 나와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진 그녀였기에, 그녀의 인정욕구가 시작된 원인이 무엇이었을지 너무나 궁금해졌다.

그녀가 춤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녀는 인스타그램 DM으로 피드백을 자처하는 한 댄서로부터 가혹한 비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신이 하는 것은 동작이지 춤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혹평을 쏟아냈다고. 그 충격은 그녀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한때는 춤을 접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심한 슬럼프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인정받는 댄서'가 되고자, 더욱 성장하기로 결심한 그녀는, 그 댄서에게 더 이상 혹평을 하지 말아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고, 오히려 그 비판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매일 꾸준히 연습한 끝에, 자신의 춤이 단순한 동작에서 벗어나 진짜 춤이 되어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MBTI-ESTP 유형으로,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성격유형이다. 그녀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는, 단순한 위로나 공감보다는,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구원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다. 개인 레슨을 받을 때도 단순한 칭찬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객관적인 조언을 더 선호한다는 그녀는, 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성장을 지향하는 사람이기에, 상처를 그녀만의 방식인 '더 성장해 냄'을 통해 극복해 낸 것이다.


그녀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나 타인에게나 인정받는 댄서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이와 직업을 초월해 춤 실력만으로 객관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자신의 전성기를 한 번 만들어 보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가진 춤에 대한 엄청난 '열정'과 '노력'. 그리고, '춤을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했다. "세상에 완벽한 춤이란 없지 않을까요? 잘 추는 사람은 있어도, 완벽한 춤을 추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녀는 이미 자신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빛나는 댄서였기 때문이다.


최뚝딱은 앞으로도 춤을 출 것이다. 나는 그녀의 춤이 궁금하다. 성장하고자 하는 그녀의 뜨거운 의지와 열정들이 계속해서 SNS에 올라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반가울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춤은 그 자체로도, 춤을 시작하는데 망설이고 있거나, 나처럼 춤에 영 재능이 없는 뚝딱킹들에게 용기가 되어준다. 그녀는 열정은 앞으로도 수많은 '3040 뚝딱이들'에게 희망의 빛이 될 것이다. 이제 연습실은 '그녀만의 무대'가 되었다. 몰입하며 땀방울을 흘리는 그 땀방울들은, 그녀에게 즐거움이 되어주고, 삶의 애환도 함께 흘려보내 준다. 춤을 통해 받은 고통도, 춤을 통해 극복하는 그녀. 나는 그녀의 무한한 땀방울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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