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을 공대생처럼 쓰지 마세요"
나는 이과출신, 공대생이다
공대생들은 공감하겠지만 교양수업은 무조건 인문사회대를 선택한다
건물간 거리가 멀어 이동시간이 촉박해도
인문대에서 수강한 교양수업의 기말고사일
담당 교수님의 말씀이다
"분명 문제는 서술하세요라고 쓰여 있습니다
요약해서 쓰는 게 아닙니다"
그 때부터 생각했다
'공대생들은 정말 글을 못 쓰는 건가?"
라떼 유행했던 펜팔이나 연애편지를 쓸때면
나는 늘 연습장에 먼저 쓰고 지움을 반복했다가 어느정도 맘에 들었다 싶은 경지에 오면
편지지로 옮기곤 했다
물론, 편지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수정은 필요했다
MBTI 파워J여서 그런걸까
글을 쓰는건 쉽지 않고 신중했었다
그런 나도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글쓰기 습관이 조금씩 달라졌다
그 중심엔 트위터가 있었다
트위터는 긴 말이 필요없었다
한줄, 두줄이면 족했다
스마트폰이 더욱 생활에 깊이 들어올 무렵
친구녀석이 또 다른 소셜미디어 어플을 소개해줬다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사진을 함께 올리면
더욱 반응이 뜨겁고
처음에는 관망을 하다
사람들이 올린 글에 대한 리뷰나 나의 생각을 글로 적었다
어라, 조금씩 반응이 온다
거기에 위트를 섞고
어느 순간부터는 창작을 하고 있었다
이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관심은 나를 춤추게 했다
길을 걸으며 글쓰기 주제를 생각하고
어떤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글로 옮길까 고민하고
주제가 생각나면 폰의 메모장을 켰다
내가 뜨거운 반응의 주인공이 되어갈 무렵
DM으로 출판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질문? 건의?가 왔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출판을?
쓰는 글들의 주제도 걸렸지만
용기가 나질 않았고
내가 그럴 깜냥이 되기나 하는건가 싶었다
그런데 한명도 아니고 서너명이 제안을 하니
더욱 어안이 벙벙했다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도서관에서 회사 입사 동기가 쓴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책을 출판한 적이 있는건 알고 있는데
신간이었고 바로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투병중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
남들에게 하기 어려운 이야기
이걸 책으로 담담히 풀어냈다
이 친구에게 이런 아픔과 어려움이 있었구나
하는 측은한 마음과 더불어
나도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터놓고 해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겼다
잠깐 언급했듯이
나는 위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무거운 이야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첫 연재글은 무겁고 불편하다
무거운 것부터 덜어내고 시작하고 싶다
그래야 더욱 편하게 글을 쓸 것 같다
오늘은 다시 오지 않을 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