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귀찮음, 공존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이른 아침 플랫폼에서 오래 기다렸다가 올라탄
KTX 안에서 잠들지 않고 책을 읽고 싶었던 그런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행사장이 있는 곳까지
지하철을 타고 50분을 이동해서 약속시간내 도착해야 했지만
환승과 시루떡이 싫어
버스를 타고 한시간 넘게 이동하고 싶었던 그런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행사장에 마련된 커피포트에서
물조절을 잘못해 조금은 밍밍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지만
덜어내고 다시 따르지 않고 끝까지 마시고 싶었던 그런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행사장 근처는 분명 맛집이 많고
나는 맛집가서 먹는 걸 좋아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기 귀찮아서 행사장에서 나눠준 도시락을
(호텔에서 준 도시락이라) 맛있게 먹고 싶었던 그런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월요일이기도 하고 오전부터 행사장에 다녀왔고
오후에 일도 열심히 해서 원래 퇴근시간인 5시에
사무실을 나서는게 이상하지 않은 그런 날이지만
그런 날이 무슨 소용이나며 6시에 사무실에서 나온 그런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배고픔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고
중간에 간식을 먹으면 밥맛이 덜할 게 뻔하지만
역에서 파는 호두과자 9알을 사고 싶었던 그런 날
한 알을 꺼내 먹으려고 하는데
마침 아는 분이 지나가서 그걸 그대로 전달해준 그런 날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오늘은 글쓰기를 쉬어볼까 했지만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이라는 책 제목이 떠올라
노트북 앞에서 하루를 마무리 하는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