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짧은 일정(1박 2일)으로
부산에 다녀왔다
사실 4시간 정도의 공식 일정만 있었는데
나만의 힐링시간을 갖고 싶어
조용한 일탈에 도전했다
대선 소주도 마셔보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춥긴 했지만
화려한 광안리의 밤바다와 사람들도 실컷 구경했다
내가 부산을 처음 가본 건
고3 여름방학때이다
여름방학이라고 해봤자
기간이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여행으로 채우고 싶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2박 3일 함께 여행갈 사람?
손들기를 시켰는데
돌아오는 대답의 대부분은
너 제정신이야? 지금이 어느 때인지 몰라?
였지만, 그래도 2명의 친구가 손을 잡아줬다
우리의 계획은 단순했다
2박 3일동안 우리나라 한바퀴를 돈다
그 일정에 부산이 있었다
강릉에서 일출을 보고
시외버스로 6시간 정도 이동하니 부산에 도착했다
첫번째 해프닝, 모텔
미성년자 세명이 모텔에 투숙을 해야 한다
(혼숙은 아니다)
누가 봐도 청소년 외모라 나이를 속이진 않다보니
어렵게 어렵게 방을 잡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잠을 일찍 자야한다고 하셨다
어차피 전날 밤을 꼬박 지새웠으니
일찍 잠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방을 잡고 서면도 구경하고
천원짜리 자장면도 먹고
느즈막히 모텔에 돌아왔다
사장님은 다시한번 강조하셨다
일찍 자라
근데
잠이 오겠나
그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데
10시쯤에 사장님이 방에 방문하셨다
이제 자야지?
네, 금방 잘게요
11시쯤 또 다시 오셨다
왜 안자?
잘게요 이제
우리는 일단 불을 껐고, TV 볼륨을 낮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님이 왜 그토록 우리를 빨리 재우고 싶어 하셨는지
TV채널을 돌리다 알게 되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이 나온다
포르노
손님들에게 필요한 방송이었다
단, 성인 손님들에게
덕분에 우리들에게도 즐거운 밤이었다
매체는 적은 시절이었지만
알게 모르게 어디선가 다 보고 다니지 않았던가
두번째 해프닝, 해운대와 비키니
비디오 때문인지 피곤함 때문인지
우린 꿀잠을 잤고 해운대로 향했다
말로만 듣던 한여름의 해운대
백사장을 가득히 채운 인파들
드넓은 바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런데
눈을 사로잡은 것은 따로 있었다
모래사장 한 가운데에
수건을 깔고 엎드려서 선텐을 즐기는 금발의 외국인
비키니라는 수영복을
책(잡지)으로만 봤던 시절이었는데
눈 앞에 비키니를 입은 사람이 있다니
더군다나 상의는 끈이 풀려있다
우린 그 자리에 멈춰서서
한참을 보고 있었다
그 분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점을
조금 멀리 놓아보니깐
그 분이 중심점이 되어서
사람들로 원이 그려져 있었다
그 분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원을 만든 것이다
어느순간 이상한 시선을 느꼈는지
그 분이 반응한다
상의 끈을 다시 조여매고 자리를 떠나신다
탄식
소리는 안들리지만
동시에 한숨을 쉬는 듯 하다
3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생생하다
사람들의 아쉬움 가득한 표정들이
다들 그날 잠은 잘 잤을까
그 외국인 여성분은
우리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부산이
Pusan이던 시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