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A Sep 11. 2015

마음을 씁니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일 년 중에는 수 많은 특별한 날들이 있다. 그 기념일들이 다가오면 주력상품 못지 않게 팔리는 것들 중 하나는 편지지이다. 특별한 날이라는 이유로, 평소 전하기 어려웠던 말들을 한 글자 씩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며 속 마음을 전하곤 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그려 나가면서 말이다. 요즘은 하루가  갈수록 편지를 쓰는 일들이 줄어들곤 한다. 서로 문자 한 통으로 주로 안부를 전할 수 있으니, 그리 긴 시간을 투자하면서 까지 편지에 공을 들일 이유가 사라지니까. 그렇지만 사람들은 간편한 문자 한 통보다 편지를 받았을 때의 감동이 배가 되곤 한다. 화려한 글 솜씨를 지니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할애한 시간들이 날 위해 쓰여졌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감사하다.


편지를 누군가에게 쓰는 일들은 좋지만, 속에 있는 마음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유난히 할 말이 많을 것 같으면서도 짧은 편지지 한 장이 채워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편지지의 주된 내용은 안부인사와 함께 지난 추억들을 되돌아 보며 네가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다. 평소에는 만나면 웃고 떠드느라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던 나에 대한 너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결론을 내렸을 땐, '생일 축하해'라는 내용 보다 '나에게는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냥 네가 지금 내 곁에 있어 주는 것 만으로도 나는 좋다'라는 내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게 진짜 전하고 싶은 내 속마음이 아닐까.


나는 초등학생이 되어서 편지라는 개념을 제대로 익혔고, 중학생이 되고 난 이후로부터 누군가에게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쓰던 편지는 사랑과 존경을 표현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스승의 날이 되면 선생님 사랑합니다 라는 주제로 재작년의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드렸고, 어버이날이 되면 역시 부모님께도 같은 주제의 편지를 드리곤 했다. 그 당시에는 편지 단어 자체의 개념을 막 깨우쳤던 때라 매번 당연하게 드리는 건 줄만 알았다. 중학생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나의 감정을 하나씩 담아 전달했다. 당연한 것이 아니라,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글로 표현할 방법이 생각 나질 않아 자주 그리던 그림으로 카드를 만들어 선물한 적도 있다.


편지는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쓰는 건데, 왜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를 생각해 봤더니 나의 감정을 온전히 너에게만 드러내야 하기에 어려운 것 이었다. 그래서 편지를 쓸 땐, 다신 내가 읽을 리 없으니 영영 보지 않을 것처럼 쓴다. 다시 읽게 된다면 정말 부끄러워 쥐구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테니까. 예전과 달리 바뀌는 점이 있다면, 쉽게 마음을 풀어냈지만 지금은 한 자를 적으면서도 꽤 오랜 시간 고민을 한다. 상대방과 마음속 깊게 교감을 하고 싶으니까. 매번 분위기를 잡고 이야기를 나눌 순 없지만, 펜을 잡게 된다면 떠오르는 사람에게 한번 쯤은 진지한 속내를 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오늘의 나는 이 기분을 어느 누구와 나눠야 할까.

날마다 늘어나는 고마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겉과 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