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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A Sep 13. 2015

순수함

잃어버린 걸까, 숨어있는 걸까

어린이들은 자신을 감정을 드러냄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다. 순수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니, 어른들이 봤을 때의 어린이들의 '자신감'은 귀여워 보일  수밖에 없다. 그와 달리 어른들의 '자신감'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이 것에 도전했을 때의 실패와 좌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있으니까. 


어렸을 땐, 많은 세상을 보고 배우면 순수함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배우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나는 점점 더 더려 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왜 저렇게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 와서야 나는 사람들이 왜 힘겹게 맞서려고 하는 이유를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따뜻함' 대신 '차가움'으로 방패를 바꾸는 것에 대해 나도 동조하고 있었다.


어릴 때는 "슈퍼맨이 혼내 주러 갈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다면 정신 차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다. 누구나 아는 현실적인 문제를, 내 앞으로 가져왔을 때 망상을 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어 버리니까. 답은 있지만, 당장  해결할 열쇠를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로써는 이런 '순수함'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짜 정신 나간 소리로 들릴 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 자신이 정말 '순수함'을 잃어버린 건지, 어딘가에 숨어있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의 환상의 젖은 이야기를 듣곤 할 때,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임을 알면서 듣고 있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을 때에는 나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는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한들 다 사라지진 않는 것 같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만나면,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으니까.


사람마다 마음 한 켠에는 순수함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나의 감정에 대해 직접 보살피고, 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다가온다. 내가 많은 변화를 겪은 건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든 것 밖엔 없는데, 그 시간 동안의 나는 어떤 감정들이 나를 지켜줬는 지도 잘 몰랐구나. 세상에 대해  알아갈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럽혀지는 기분이 들지만 절대 더러워지는 사람이 되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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