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걸까, 숨어있는 걸까
어린이들은 자신을 감정을 드러냄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는다. 순수한 마음으로 들여다 보니, 어른들이 봤을 때의 어린이들의 '자신감'은 귀여워 보일 수밖에 없다. 그와 달리 어른들의 '자신감'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이 것에 도전했을 때의 실패와 좌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고 있으니까.
어렸을 땐, 많은 세상을 보고 배우면 순수함을 잃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배우고 세상을 알아갈수록 나는 점점 더 더려 워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왜 저렇게 힘들어하는지 이유를 몰랐지만, 지금 와서야 나는 사람들이 왜 힘겹게 맞서려고 하는 이유를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따뜻함' 대신 '차가움'으로 방패를 바꾸는 것에 대해 나도 동조하고 있었다.
어릴 때는 "슈퍼맨이 혼내 주러 갈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낸다면 정신 차리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다. 누구나 아는 현실적인 문제를, 내 앞으로 가져왔을 때 망상을 꾸는 것은 위험한 일이 되어 버리니까. 답은 있지만, 당장 해결할 열쇠를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로써는 이런 '순수함'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짜 정신 나간 소리로 들릴 지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 자신이 정말 '순수함'을 잃어버린 건지, 어딘가에 숨어있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의 환상의 젖은 이야기를 듣곤 할 때,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임을 알면서 듣고 있기도 하고 좋아하는 일들을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을 때에는 나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는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한들 다 사라지진 않는 것 같다. 가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만나면,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뛰어 다니고 있으니까.
사람마다 마음 한 켠에는 순수함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나의 감정에 대해 직접 보살피고, 사라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 슬프게 다가온다. 내가 많은 변화를 겪은 건 시간이 지나 나이가 든 것 밖엔 없는데, 그 시간 동안의 나는 어떤 감정들이 나를 지켜줬는 지도 잘 몰랐구나. 세상에 대해 알아갈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럽혀지는 기분이 들지만 절대 더러워지는 사람이 되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