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음의 위대한 착각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재작년에 『호러블 사이언스(Horrible Science)』 시리즈를 구입했다. 과학 교과서 같은 책이다. 틀에 박힌 실험 결과 대신, 엉뚱한 질문과 사례로 아이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든다.
예를 들어, 도마뱀이 꼬리를 자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뇌는 언제 가장 잘 작동하는가 같은 질문들. 얼핏 보면 유치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과학적 상상력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놀랍게도, 그런 질문들이 진짜 과학의 시작이었다. '왜?'라는 질문은 대부분 사소한 순간에서 출발했고, 현재 우리가 누리는 많은 기술적 혜택들은 그 질문의 해답인 경우가 많다. 그중 많은 허무맹랑한 질문들은 처음엔 허황되고 시간 낭비로 여겨졌다.
우리가 멍 때리며 상상하며 질문하는 시간에 대해, 현대 뇌과학은 '멍 때리는 시간'에 뇌가 활발히 활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뇌는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짚으며, 창의적 연결을 시도한다.
호러블 사이언스 속 '쓸모없어 보이는' 질문들은 결국 가장 인간적인 질문이다. 인간만이 멍 때릴 수 있고, 인간만이 아무 이유 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런 상태야말로 상상력이 가장 깊어지는 시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은 그래서 단순한 여유가 아니라, 과학적 사고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내가 하루 10분씩 멍하니 앉아 있는 이유도 같다. 그 시간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아무런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10분이 쌓여 내 글을 바꾸고, 내 생각의 지형을 바꿔 놓는다. 『호러블 사이언스』가 어린이의 마음에 과학의 씨앗을 심듯, 이 느슨한 시간이 내 안에 이야기의 씨앗을 틔운다.
가령, ‘왜 우리는 토하면 시원할까'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다. 그 유쾌한 호기심이 세상을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유쾌함은 반드시 여백 위에서 자란다.
너무 꽉 찬 일정표, 너무 빠른 속도의 삶 속에서는 그런 질문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세상은 점점 더 효율을 요구하지만, 상상력은 비효율에서 자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느슨한 시간에, 우리는 비로소 호러블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비범한 상상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해보자. 호러블 한 상상력은 바로 그곳에서 깨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