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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Feb 13. 2016

#0 그토록 원하던, 나이 서른이 되어

그동안의 나는 어땠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떻게 흘러갈까?

 드디어 나는 서른이 되었다. 서른. 보통 사람들은 서른이 되는 걸 꺼려하거나, 나이 먹는다고 싫어하기 마련이다. 반대로 난 드디어 라는 말을 쓸 정도로 서른이 되고 싶었다. 서른이 되면, 조금은 어른이 될거라 믿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믿음으로 살아왔다. 서른이 되는 순간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건 내가 20대라는 시간을 살아냈다는 것이다. 삶에는 기쁨 뿐 아니라 슬픔과 고통 역시 많은 만큼 그 시간을 견뎌낸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이제 흘러간 20대를 반추해본다. 시간의 길이를 떠나, 20대라는 시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까. 10대 아이들은 빨리 20살이 되고 싶어 한다. 반대로, 인생을 오래 사신 분들은 돌아가고 싶은 나이를 20살, 20대를 꼽는다. 왜 모두들 20살, 20대를 원하는 것일까? 그만큼 20대라는 시간이 젊음과 가능성이 넘치는 아름다운 시기여서가 아닐까? 미생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더 매력일 수 있는 시간이다.


 사람들마다 20대를 정의하는 개념은 다르겠지만, 나는 20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각자 '나’라는 사람에게 맞는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내고, 만들어가고, 평생 그렇게 살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


 10대까지는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학교를 다니며 주어진 상황에 맞춰 열심히 공부를 한다. 살아가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20살부터는 다르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고, 각자의 선택에 따른 자유가 주어진다. 그렇게 자유롭게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아내고,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때론 많은 실패와 아픔을 겪으면서, 한편으론 즐거운 추억들을 쌓아간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그렇다면, 나의 20대는 어땠을까? 나는 생각대로 살아왔을까? 매년 연말에 난 한 해를 10가지 일로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서른이 되기 전 29살, 한 해의 10가지를 꼽는 일과 함께 20대를 10개로 정리해보았다.


1. 어썸 피플 운영

2. 독서 2,000 권, 나와의 약속 지키다.

3. 10대까지 가장 못한 영어를 해냄! 지금은 영어 스터디 운영

4. 지난 삶을 견뎌오던 부모님의 병환

5. 20대 연애, 온 마음을 다한 사랑 그리고 이별

6. 롱보드, 취미와의 만남 그리고 다양한 즐거움

7. 아버지 용서

8. 국내  해외여행

9. 강연가로서 시작

10. 세상 밖으로 나오고 만난 귀중한 인연들





 나는 대학을 가지 못했지만, 사람답게 살려면 배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연한 인연으로 전환점을 맞게 해준 형이 말했다.가장 최악인 상황에서라도 인생을 바꿀 가능성을 책이 준다고. 그 형이 선물해준 책을 시작으로 2,0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나 자신을 바꾸려 조심히 노력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이제 내 인생의 파트너들이 되었다. 그들과 독서모임 기반인 어썸 피플이라는 단체를 함께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 날 가장 괴롭혔던 것은 영어였다. 이겨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쏟았고, 노력했지만 어림없었다.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영어를 해야만 한다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만큼은 필요한 순간에 공부한다고 해낼 수 없을 거란 나쁜 확신이 들었다. 더이상 내 삶의 방해가 안되길 바라며 길게 잡고 영어를 공부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다. 결국 영어를 하게 되면서 10대 학생, 20대 대학생, 20~30대 직장인, 40대 CEO 등 나이 성별, 직업 불문하고 과외를 하다가, 3년 전부터 회화 과정을 만들어서 강의를 한다. 나처럼 영어에 시간을 들여도 안되는 사람을 돕고 싶었다.





 순간 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살았고, 나'뿐'인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 의미 있게 살았다. 스스로가 벅차지만 기부마저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지치기 시작했고, 에너지가 충전되지 않았다. 그때 깨달았다. 삶에는 의미뿐만 아니라 재미가 꼭 동반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재미있게 살기 위한 취미를 찾았고, 롱보드를 타게 됐다. 목표가 즐기는 것 뿐이었고, 마음껏 즐겼을 뿐인데 그 모습이 반대로 기분 좋게 보였을까? 보드 브랜드에서 스폰을 받으며 탄다. CF, 뮤직비디오, TV 방송 등 미디어 활동도 하며 그동안 하지 못한 색다른 경험들을 한다.





 소셜벤처 담넘어를 만나,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한다.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말하려고 공감하고 도움을 주려 노력한다. 나의 마음과 경험이 이들에게 힐링이 되고, 작은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행복하다.


 부끄럽게도 이 세상에서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을 아버지로 꼽았는데, 아버지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용서를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가족을 아끼려 노력한다.


 .....


 위 모든 것은 내가 정한 삶의 방향과 관련 있다. 바로 사람답게 사는 것. 사람답게 살고 싶고, 사람답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을 배우고 익혀, 다른 사람들도 사람답게 사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20대를 온전히 살아냈다. 30살이 된 내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여행이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29 혹은 30에 그동안의 삶을 정리하는 여행을 떠나는 것. 그동안의 20대를 정리하고, 앞으로 30대를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는 여행. 세계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있는지 직접 만나고 호흡하는 여행. 바로 그것이다.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려 한다. 한 달 후 나는 떠난다. 해외로, 유럽으로, 남미로, 북미로, 아시아로.


 과연 어떤 하루하루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지금까지 난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행을 준비하는 요즘, 난 지금까지 살아오며 맺은 인연들을 만나고 있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되고, 부족한 나를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한 편, 참 많은 걸 받아오며 살아왔는데, 내가 해준 것은 없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는걸까? 어떻게 살아야 좋은 걸까?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정말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이번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 사람을 만나며 생각해보자. 힘을 내야 좋은 일이 따라올테니.




# 제 브런치는 올해 여행과 제 취미인 롱보드 관련 글들이 주를 이룰 겁니다.

# 차츰, 제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던 걸 나눕니다. 독서, 외국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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