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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Dec 22. 2016

#28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환상적이었던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다. 궁금해하다가 어느새 못견디고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다. 혹시나 내가 갈 수 있을까? 싶었던 곳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소중했고 행복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게 꿈인가? 싶은 나날들이 있다. 이 날은 그런 날 중에 하나였다.


땅에도 별이 가득할 수 있다.


 이 꿈의 배경은 부에노스 아이레스.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한 눈에 보이는 고층아파트에서 주홍색으로 반짝이는 불빛들과 함께 잠이 들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났다. 날씨마저 맑은 게 나를 환영해주었다. 오늘 하루는 어떤 즐거운 일들로 채워볼까? 아침을 먹고, 내 친구 파비오와 함께 밖을 나섰다. 파비오는 학생이기에 학교로 갔고, 내겐 저녁까지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다.



 영화 여인의 향기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만약 실수를 하면 스텝이 엉키죠. 그게 바로 탱고에요.



 단지 춤만 그럴까? 우리 삶도 마찬가지 아닌가? 실수를 하고, 엉키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웃음 짓는게 비슷하다. 그 탱고를 직접 보고 싶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서 탱고 거리가 있는 곳까지 보드를 타고 갔다. 시내를 지나가며 풍경이 바뀌고, 기찻길을 따라 걷기도 하다보니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에 도착했다. 어느덧 자연스레 깨닫게 됐다. 여기가 탱고 거리구나! 거리 한 가운데서 탱고를 추는 한 쌍이라니.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이곳의 분위기를 즐겼다. 나도 레스토랑에 들어가 브런치를 시켜먹었다. 먹는 와중에 음악이 흐르고, 내 앞에서 탱고를 추는 두 사람을 보았다. 강렬한 에너지에 밥 먹는 것도 잠시 잊고 지켜보았다. 나, 탱고처럼 살 수 있을까?



 탱고의 시간이 지나간 후, 난 또 한 명의 아르헨티나 친구를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조금은 약속시간보다 이르게 공원에서 여유를 즐겼다. 그러다 발견한 한 노년 신사. 벤치에 앉아 햇살을 즐기는 모습에 저 분만큼 여유를 즐기는 사람을 못 본것같다, 생각이 스쳐갔다. 그렇게 나도 그의 자세를 닮아갔다. 바쁠 게 무엇 있으랴? 그저 지금 이 순간에 맞는 걸 즐기면 될 뿐인데.



 오후 3시쯤 로컬 친구를 만나서 우리가 좋아하는 롱보드를 함께 즐기고, 서로 영상을 찍어주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돌고 또 돌았다. 가보고 싶었던 서점도 갔다. 이렇게 아름다운 서점이라니. 책 한 권 사고 싶었지만,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아쉽게도 천천히 둘러보는 걸로 만족했다.



 7시경, 파비오 수업이 다 마칠 때 맞춰서 학교로 갔다. 수업때문에 지친 얼굴의 파비오. 오늘 하루 날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하던 파비오지만, 내가 즐겁게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니 다행이라며 좋아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마지막 밤. 파비오네 가족과 저녁을 먹으면서 그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의 추억을 되새겼다.


 또 올 수 있을까? 아니, 현실이었나? 꿈이 아닌가?


연착으로 문의하는 여행객들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페루로 향했다. 비행기가 연착되느라 공항에서 오래 기다려야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날 보내기 싫은걸까? 시간이 흘러, 해가 지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 이번 세계여행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을 가진 곳으로 꼽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하늘. 그 하늘을 한 번 더 보게 해주려고, 마지막 선물을 주려고 연착이 되었나보다.


다들 저 하늘을 보라고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 좋은 공기)는 내게 멋진 하늘, 생각지 못한 좋은 친구, 열정이 보이는 탱고, 햇살과 여유가 어우러진 공원을 남겨줬다.


 자! 그럼 이제, 내 삶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담아볼까? 단순히 꿈같은 하루에서 끝나지 않게 말이다. 꿈만 같은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서 일상이 될때까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영상


https://youtu.be/40EaKGaseF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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