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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Nov 21. 2016

#27 칭찬쟁이가 들은 최고의 칭찬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어제였다. 친한 동생과 카톡을 했다.


- 오! 칭찬들었다! 칭찬쟁이한테 칭찬들었다! 칭찬마스터!


 칭찬쟁이, 칭찬마스터란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주변에서 이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잠깐 생각을 해보니, 난 나쁜 말을 하는 것보단 좋은 말을 하는 걸 즐긴다. 운좋게도, 난 사람을 볼 때 장점이 잘 보이고, 나도 모르게 그걸 말해주게 된다. 그래서인가보다.



 칭찬, 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다보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하면서 내가 들은 기분 좋은 칭찬이 떠올라서다. 아니, 기분 좋은 정도가 아니라 내 인생 최고의 칭찬이었다. 비슷한 칭찬을 여러 번 받았는데, 처음은 네덜란드인 디니카에게 들었다. 네덜란드 덴하그에 있을 때, 난 디니카네 집에서 머물렀었다.


도베어 & 영몽키


- 도영! 매일 너랑 재밌게 놀았던 게 생각나! 너가 이름붙여준 우리집 인형들이 있어서 더 그런거같아

- 걔네 잘 있지? 나도 그때 재밌었는데. 내가 여행하면서 느낀 게 있어. 난 정말 운이 좋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네. 너처럼 말야.

- 어? 나도 널 만난 게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넌 인성이 좋아. 좋은 친구 생긴 느낌이야.

-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보고싶다. 다시 가고 싶네 ㅜ

- 못오는거 알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너의 행복을 전해받아야지! 넌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니까. 널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 여행 더 더 많이 다니면서 많은 사람 행복하게 해줘!



 난 남자인데, 야망이 없다. 남들과 비교해봐도 욕심이 적다. 내 인생목표는 돈, 명예가 아닌 사람다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 뿐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전부다. 디니카의 칭찬은 그간 내가 살아온 삶을 인정해주는 그런 말이었다. 나 참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같이 덴하그를 여행했던 친한 동생, 종빈이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 종빈아. 너 그동안 나랑 보드 오래 탔자나. 날 잘 알자나. 스타일라이더때부터 한 팀이었고, 내가 보드를 즐기는 거 많이 봤지. 내가 댄싱하는 사람들 위해서 LDL 만든것도 알고, 처음에 너한테 도움도 많이 요청했었지. 지금 여행중이긴 한데, 보드씬 위해서 내가 또 할 게 있을까? 넌 내가 어땠으면 좋겠어?

- 음.. 지금 이대로요

- 응? 지금 이대로라니 무슨 말이야?

- 형은 보면 행복해보여요.

- 그.. 그래?

- 네. 지금 이대로 즐기면 되는 것 같아요. 


 디니카의 칭찬이랑 같은 맥락의 말이었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이런 상황은 꿈조차 꿀 수 없었는데, 요즘 나를 보는 사람들 눈에 난 이렇게 보이는구나. 신기했다. 가만 돌이켜보면, 25살 이전과 이후가 크게 다르다. 25살 이전엔 스스로 자괴감이 많았다. 스스로의 못난 점만을 보던 것으로 부족해, 가족, 세상을 향한 분노까지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가뒀다. 어린 시절부터 내게 찾아온 불행에 갇혀 모든 걸 저주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겠다는 생각에 지푸라기 잡듯 집어들었던 책. 강제로 조금의 용기를 내서 세상으로 나갔다. 세상은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이 많았고 인연을 맺었다. 난 그렇게 25살부터 매년 내 인생 최고의 해를 만들어갔다. 세상이 원하는 일을 하기보단, 날 위해 살기 시작했다.



 25살 이후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힘겨워하던 시련들이 내게 선물을 주었다. 큰 아픔을 남들보다 잘 견디게 해주고, 작디 작은 행복조차 크게 느끼게 해주었다. 내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큰 무기가 되버린 셈이다. 그래서인가보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고, 너 잘지내는구나! 너 행복해보여! 라고 말을 하는 이유 말이다.


 그래. 앞으로도 매번 힘든 일이 찾아오겠지. 즐거운 일도 있겠지. 주변상황에 너무 휩쓸리지 않으면, 여유가 생기고 삶의 아름다운 부분들이 보인다. 하늘, 구름, 바람, 태양, 별, 꽃 등이 차가운 건물들보다 먼저 보인다. 


 과거의 나를 추억하며, 지금 현재가 너무나 아픈 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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