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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Aug 07. 2018

#41, 페루 사막을 가다

페루 이카, 와카치나 사막으로!

 남미에서는 특히나 쉽게 보기 힘든 자연을 많이 경험하고 싶었다. 페루에서 찾아갈 멋진 자연이 있는 리스트를 적었지만, 팔꿈치를 다친 후, 여행 일정이 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산을 타고, 호수를 보러갈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그래도 페루까지 와서 아무것도 못보고 가는 것은 싫었다. 최대한 팔이 빨리 나을 수 있게끔 잘 쉬어주고, 다 낫지 못하더라도 떠나기 전 한 군데만큼은 가기로 했다. 


 그렇게 많은 리스트 중에서 결정한 곳은 이카 와카치나 사막이었다. 스페인에서 다쳐서 모로코를 못 갔던 아쉬움, 그때도 사막을 보려 했던 것인데, 못갔기에 페루에서 사막을 보러 가기로 했다. 다른 자연들은 하이킹을 많이 해야하기에 아직 내 몸으론 부담이 되었다. 페루 친구 밥에게 사막을 보러 가겠다고 했더니 정보를 알아봐줬다. 밥이 함께 가고 싶어하는 눈치길래 같이 가자고 했다. 알고보니 여행비용이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 신세를 많이 졌기에 내가 밥 여행비용을 대주기로 했다. 기뻐하는 밥과 함께 이것저것 알아보았다.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내가 팔꿈치 때문에 얌전히 집 안에서 쉬기만 해서 답답했던 만큼, 사막 여행이 내게 설렘을 안겨주었다. 페루 로컬이면서, 특히 이카에 친척이 살면서도, 사막을 가본 적 없는 밥 역시 설렘이 가득했다. 사막이 나라에 있으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밥이 신기했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나와 처음으로 간다는 사실이 더욱 더 신기했다. 무박으로 가기로 했기에 자정이 넘은 깊은 밤 버스를 탔고, 그 안에서 우리는 사막을 상상하며 이야기하다 잠들었다. 


 버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잠이 깼다. 어느덧 이카에 도착했다. 역시나 여행은 기분이 좋다. 밥 친척 집에 들러 식사를 하고, 놀다가 택시를 타고 사막으로 향했다. 얼굴이 자동으로 미소와 웃음을 짓기 시작했다. 사막이라니, 오아시스라니, 현실인가? 이제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건가? 처음은 언제나 온갖 설렘을 준다.



 정말 신기했다. 모래로 이루어진 노란 색, 혹은 황금색의 언덕, 산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다양한 색상의 버기카들이 아래에 대기하고 있었고, 저 멀리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한 편에 오아시스가 보였고, 그 근처로 작은 마을이라고 해야할까? 낭만이 이 곳에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신난 얼굴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도 자연스레 스며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한 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단체로 온 페루 중고등학생들이 환호를 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달라붙어 사진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어디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는데 학생들 중 일부가 내게 다가왔다. 


 ‘한국인이에요?’


 내 옆에 밥이 대답해주었다. 한국에서 온 친구라고. 그랬더니 다들 난리가 났다. 단체로 몰려들더니, 내게 사인과 사진을 요청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보더로서의 날 알아보고, 사인과 사진을 요청한 경우는 있었지만, 단순히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이 난리가 난 적은 처음이었다. 세계 반대편 남미에서 한국인은 단순히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나 사랑받고 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사인과 사진때문에 한 시간 가까이 소모한 우리는 결국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학생들때문에 정신 없는 와중에 우리는 오아시스 근처가 아닌 사막을 오르기 위해 버기카를 알아봤다. 버기카에도 황금 시간대가 있었다. 바로 사막에서 타다가 해질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대다. 그 시간에 맞춰 다른 여행객들과 예약을 해서 한 그룹이 되어, 올라탔다. 


 이 날, 난 알아냈다. 겁이 많은 내게 맞는 인생 최고의 놀이기구를 말이다. 엄청나게 높은 데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놀이공원에 있는 놀이기구보다 재밌었다. 다들 소리를 지르고, 사막을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올라갈 만큼 올라가더니 아래로 푹 떨어질 때 느낌은 정말 즐거웠다. 어떻게 그런 각도가 나오는지 신기했다.


 게다가, 중간중간 꼭대기에서 내려서 샌드 보드를 탔다. 팔꿈치 다친게 걱정이 됐지만, 놓칠 수 없어서 타고 놀았다. 밥은 누워서 한 번 타더니, 아예 보드 타듯이 탈 수 있을것같다며 도전했다. 난 몇 번 타니 통증이 와서 계속 즐길 수는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도 쉬면서 한 번씩 타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버기카와 샌드보드를 재밌게 탔는데, 아직 하이라이트가 남아있었다. 사막 위에서 오아시스를 내려다보며 쉬는 그 시간이었다. 그렇게 해가 지는 것을 감상했다. 내 인생의 또 이런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까? 또 한 번, 내 인생의 경이로운 장면을 만난 것에 감사했다. 사막에서 내려와 오아시스가 보이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맥주 한 잔을 하며 마무리했다.


 또 한 번의 잊지 못할 하루가 내 인생에 새겨졌다. 사막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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