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카보 프리오와 그 곳을 넘어
브라질 여행의 마지막 도시로 상페드로 로 정했다. 리우에서 버스로 2~3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이다. 브라질에 오기 전에 유럽에서 만났던 브레노가 꼭 놀러오라고 했다. 상페드로, 카보 프리오로 간 나는 브레노와 함께 어드벤처를 떠났다. 브레노와 함께 한 시간은 여행을 넘어, 어드벤처라고 표현해야 마땅했다.
브레노를 만날 첫 날, 스케잇파크에서 보드를 간단히 타고선, 일찍 집에 들어왔다. 다음날 4시에 일어나야한다고 했다. 왜 그렇게까지 일찍 일어나야 하냐고 물어보니 어드벤쳐가 우리를 기다린다고 했다. 진지한 브레노의 모습이 날 웃게 만들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재밌게 놀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이른 새벽, 브레노와 브레노 친구와 함께 브라질 북쪽으로 차를 타고 떠났다. 어디인지 말은 해줬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 그 곳. 확실한 건, 조금 더 북쪽으로 떠났고, 밀림이라고 해야할까? 브라질 와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멋진 자연을 겪어볼 기회가 생겼다.
차를 산 속 어딘가 세울 수 있는 곳에서 세워두고, 트래킹을 시작했다. 아니, 어드벤처가 시작되었다. 울창한 숲과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정말 큰 나무들 덕분에 하늘을 보기가 힘겨웠다. 평소 하늘을 좋아하는 나지만, 나무로 가득찬 하늘 역시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내가 언제 이런 곳에 와본 적이 있는가? 또 올 수가 있을까 싶었고,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니 나 역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 날의 모험은 예상치 못하게 끝났다.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바로 내가 계곡 트래킹 중에 미끄러져 물에 풍덩 빠져버렸다. 홀딱 젖어버렸고, 핸드폰과 고프로까지 물 속 깊이 빠졌다. 건져내긴 했으나, 이미 회생불가인 듯 보였다. 일단 켜지 않고 보관했다. 핸드폰을 재물로 삼아, 브라질 트래킹을 해본 것이다. 젖은 몸 때문에 차로 돌아와 몸을 말렸다. 기왕 온 것 아쉬운 마음에 드라이브를 하며, 근처 자연경관을 구경했다. 브레노는 이 날 저녁 내 아이폰을 쌀통에 넣어두더니 이 말을 남겼다.
'어드벤쳐'
어드벤처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우울했지만, 브레노의 표정과 목소리는 날 웃게 했다.
브라질 네이쳐 어드벤처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다음 날은 또 특별한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브레노가 사는 이쪽은 특별한 게 얼마나 많은 걸까? 아침에 차를 타고, 카보 프리오를 넘어 작은 해안도시를 향해 갔다.
‘와! 브레노! 우리 도착했나봐. 저기 바다 보인다!’
‘도영, 우리가 가려는 해변은 저기가 아니야’
‘응? 무슨 말이야? 저기 사람들 많은데? 저기 이쁜데?’
‘하하하 조금만 기다려봐. 놀랄 걸?’
해변을 지나, 마을 속으로 차를 운전해갔다. 그러더니 산길로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내려다보이는 마을이 이뻤다. 벽들이 색색별로 꾸며진 마을이 특히나 아름다웠다. 뜻밖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의아했다.
‘바다로 가기로 해놓고, 왜 산 길을 올라가는거지?’
하염없이 계속 올라갔다. 빙글빙글 돌아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아마 이 산을 건너가 반대편에 더 이쁜 해변이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든 순간, 차가 멈췄다. 그리고 주변에 주차되어있는 차들이 보였다. 다들 돗자리와 비치볼, 아이스박스 등 물건을 챙겨 나왔다. 주변에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장난치는 것 같지 않았다. 이 많은 사람을 나 하나 속이자고 섭외한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도영, 도착했어. 내려’
‘응? 우리 바다 가기로 했자나. 여긴 산꼭대기인데?’
‘따라와봐, 이쪽을 봐바’
놀라웠다. 산 사이에 바다가 보였고, 배가 보였다. 순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않았다. 난 분명히 산을 올라왔는데, 왜 산 안에 바다가 있는 거지? 그냥 호수인건가? 그렇다면, 왜 배가 있는 거지?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던 브레노는 나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웃었다.
바다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내려갔다. 화이트 샌드를 밟고, 바다 물에 발을 담그니 실감이 되었다. 난 이상한 나라에 왔다는 것이. 배가 있었다. 산 속에 있는 해변, 그리고 그 안을 지나다니는 배, 산 속에 있기 때문에 백사장 역시 경사가 있었다. 여타 해변과는 달랐다. 가져간 축구공을 가지고 놀면서, 오르막 위에서 아래로 구르기도 하고, 덤블렁도 넘으면서 놀았다. 신나게 놀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이제 우리 슬슬 내려가서 아까 처음에 봤던 해변으로 가자’
‘응? 여기도 좋은데 거기로 가?’
‘석양을 보기엔 그쪽 해변이 더 좋지! 지평선이 있자나’
‘아 그건 그렇네! 완전 좋은 생각이야’
마침 식사 시간이 되었기에, 밥을 먹고, 브라질의 독특한 아이스크림, 아싸이까지 후식으로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해안가에서 산책을 하며, 해 지는 것을 보기 좋은 곳으로 찾아갔다. 멋진 자리를 잡기 위해서 우리는 또 다른 모험을 했다. 좁은 길들을 헤쳐나가 좋은 장소를 잡았다. 오렌지 빛으로 점점 더 붉어지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바라보며 마법과도 같은 하루가 저물어갔다. 마침내 떨어지는 태양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오늘 하루도 떠올라서 따뜻함을 줘서 고마워. 내일 또 보자’
이것이야말로, 어드벤처.
p.s. 내 아이폰은 결국 살아나지 못했다... 정글에서의 사진도 싹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