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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도영 Dec 11. 2018

#43 안나 마리아를 만나다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몇 년 전이었다. 반스 크루와 보드 탄 이후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했었다. 브라질에 여행 가서 안나 마리아 만나 같이 보드 타면 정말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야말로 상상이 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말 대잔치를 열었다. 안나 마리아가 누구냐면, 내가 롱보드를 시작했던 초기에 크루저 보드를 타며 댄싱하는 것으로 유명했던 라이더다. 그때 나누었던 대화가 즐거웠기에 우리는 현실화시켜보려했다. 브라질 여행을 알아보니 남미가 위험하기도 하고, 직항은 전혀 없고 긴 비행시간으로 인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직장인의 서글픔이다. 대안으로 우리는 유럽여행으로 선회했고, 그게 나의 첫 유럽여행이 되었다. 첫 유럽을 즐기면서 브라질을 잊었다. 잊기에 충분할 만큼 즐거운 유럽여행이었기에.



 난 이듬해 세계여행을 계획했고, 브라질 생각이 났다. 마침 구아나바라 보드 팀오너인 알렉스로부터 연락이 왔고, 브라질을 갈 수 있었다. 어라? 우연인건지 필연인건지. 브라질 리우에 도착할 즈음, 비토리아 출신인 안나 마리아가 알렉스의 집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브라질에 도착한 첫 날 알렉스와 안나를 만났고, 신기했다. 여행을 하면서, 각 나라의 영상으로만 보던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에 이제 신기한 느낌이 줄어들 만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가장 초기의 봤던 영상 속 라이더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안나와 함께 리우의 여러 스팟에서 보드를 같이 타고, 영상도 찍으며 놀았다. SNS를 통해서 본 안나는 조금은 불량하고, 일진 느낌이 났었지만, 실제로 본 그는 달랐다. 브라질 특유의 호쾌함이 있을 뿐이었다. 안나와 지내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중, 앞으로의 목표,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안나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1~2년 전에 그런 고민이 심했어. 내가 앞으로 무엇이 되어야하나. 어떻게 살아야하나 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 하지만, 고민할수록 고민이 더 늘었어. 딱 결과가 나오진 않더라고. 그리고 설령 결론을 지었더라도, 그렇게만 흘러갈까 생각을 해보니 의문이 들었지.’ 

‘그럴 수 있겠네. 그래서?’ 

‘지금 열심히 살자는 생각이 들던데? 내가 지금 해야하는 것을 열심히 하는 것 이외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리고 주변에 다양한 사람을 보면서 참고를 하는 거지. 어떤 삶이 나에게 맞을지 말야. 예를 들어, 알렉스? 좋은 사람이지만, 난 저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아니거든. 물론 또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올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아냐. 그 생각에 오래 빠지니까 힘들더라고 하하하’ 


 안나는 자신 삶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현재에 충실한 소녀였다. 막연한 미래 때문에 고민이 심할 때는, 확실히 지금 내가 해야할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나았다. 먼 미래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대한 계획과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나아가야 하는 길을 밝혀주는 것 같다. 



 게다가 이제 스무 살 정도 되는 안나는 건강에 대한 욕심이 엄청났다. 매일 아침 저녁은 물론이고, 틈틈이 스트레칭과 요가를 많이 했다. 또, 맨몸 운동 역시 많이 했다. 안나와 함께 있는 동안, 나 역시 같이 하게 됐는데, 군대에 다시 온 것 같았다. 아침 PT를 할 때보다 심했다. 윗몸 일으키기도 한 번에 200번씩 하고, 버핏, 팔굽혀펴기 등 다양하게 했다. 옆에서 알렉스 또한 내게 운동을 강조했다. 특히나 보더에겐 유연성이 필수라며, 요가를 강력 추천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나도 요가를 시작하기로 했다. 안나의 건강관리는 운동에서 끝나지않았다. 음식에도 엄청나게 신경을 썼다. 채식주의자까지는 아니지만, 채소와 과일 위주로 먹었다. 난 먹는 것까진 따라하기가 힘들었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까지 건강을 신경 쓰는 게 신기했다. 건강을 챙기고 관리하는 것이 막연한 미래를 한없이 고민하는 것보다 더 미래를 대비하는 방법이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이런 안나를 보며 건강에 무심한 나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건강을 잃고 무너지는 걸 봐왔으면서도 이렇게 관리를 안하다니 정말 못났다. 건강 관리 하나만큼은 스스로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나와 친해지면서, 안나가 사는 비토리아에도 가고 싶었지만, 안나의 독일 여행과 내가 브라질에 있는 시기가 맞지않아 다음에 찾아오기로 했다. 다음에 안나를 보는 날이 기대가 된다. 안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그리고 난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다음에 만날 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라며. 최소한 더 건강한 사람이 되어 있기를 스스로 약속하며.



p.s. 결국 요가를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했다. 이달 말에 부산으로 가는데, 센텀쪽 요가센터에 등록하기로..! 요가하는 사진 찍어서 안나와 알렉스에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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