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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씩씩 Aug 07. 2024

두 유 언더스탠?

2024년 8월 2일 금요일 날씨 맑음

  오전에는 아이들이 다닐 학교에 갔다. 입학 전 인터뷰에 두근두근. 아이들은 각자 씩씩하게 낯선 외국인 선생님의 손을 잡고 떠나고 남편과 나는 교장실에 가서 부모 인터뷰를 했다. 교장 선생님의 정직한 발음이 귀에 쏙쏙. 찬찬히 눈을 맞추며 본인의 말을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시는데, 난생처음으로 나도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워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형식적인 멘트인지는 몰라도 이곳에서는 부모 참여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부모가 열심히 참여하면 아이가 높은 성취도를, 부모 참여가 낮으면 아이가 낮은 성취도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음 주에 학부모들 미팅이 있다고 하던데 이런 두근거림 되게 오랜만이라 떨린다. 부모 참여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는 우리 부부, 남편이 우리가 한국에서 첫째의 학교 생활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 설명하는 걸 듣고 있으니 괜스레 뿌듯한 마음. 여기서도 열심히 참여해 보겠습니다!


  정저우에는 한국 사람이 별로 없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첫째네 반에는 한국 학생이 있고, 둘째네 반은 선생님 중 한 분이 한국분이라고 하셔서 한시름 놓았다. 한국에서 걱정했던 모든 것들이 착착 순조롭게 해결되는 느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학교 구경을 하는데, 와… 이래서 다들 국제 학교가 좋다고들 했던 거구나. 국제 학교 정말 좋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학교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이 배우게 될 것들이 너무도 다채로워서 내가 아는 영어 감탄사는 다 튀어나온 것 같다. 중국 학교 다니기 싫다던 아이들도 학교 구경을 하며 마음이 조금 유연해진 듯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고, 나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찬 기분이 들었다.


  오후에는 거주증 발급을 위해 경찰서에 갔다. 처음에는 남편이 혼자 갔는데 온 가족이 다 와야 한단 얘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가자마자 경찰관 언니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어 웃음이 났다. 경찰서에서는 거주 확인증을 발급해 주었고, 거주증은 (거주 확인증을 가지고) 출입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산 너머 산이다.


  저녁에는 입주 청소가 되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집에 들렀는데 아파트 입구에 아까 같이 사진 찍었던 경찰관 언니의 사진이 붙어있었다. 아, 중국은 담당 지역 경찰관과 인증 사진을 남겨놓는구나? 거 참 신기하네.


  분명 오늘까지 입주 청소를 해주신다고 했는데 어제와 같은 상태인 집을 보니 속이 터졌다. 내일부터는 주말인데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우리가 직접 청소하고 얼른 입주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집은 새로 지은 아파트라 그런지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좋다. 정문에는 항시 건장한 관리원이 지키고 있고, 정문 통과할 때는 얼굴 인식을 해야 들어갈 수 있어 치안에 있어서도 안심이다. 한국의 신축 아파트처럼 차는 지하로 출입해서 지상에는 차가 없어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고, 여러모로 좋은 와중에 우리 집은 단칸방이라는 사실이 쪼금 슬프지만 좁은 건 적응되겠지. 이참에 미니멀 라이프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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