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수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새 마음으로 일기 쓰기에 제격인 날, 1월 1일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지난주부터 방학이라 매일 나와 같이 뒹굴고 있는 탓에 새해 첫날이라고 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키즈카페가 문을 여는 오전 10시부터 공동 육아 시작, 친구네 아들과 우리집 아들 둘, 아들 셋이 함께 우당탕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국에서, 그것도 외국인이 별로 없는 정저우에서 한국어를 쓸 수 있는 또래 친구가 있다는 건 백번을 생각해도 천번, 만번 감사한 일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너무나 소중한 인연, 그 고마움을 떠올릴 때면 생각의 끝은 항상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것. (내가 더 잘해야지, 진짜로!) 중국 키즈카페는 시간제한이 없어서 점심 먹고 다시 들어가 신나게 놀다가 3시 30분이 넘어서야 헤어졌다. 무려 다섯 시간을 넘게 놀았는데도 퇴장을 위한 협박은 필수다. ’잘 있어, 엄마 간다?‘
키즈카페에서 나와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길, 쇼핑몰 로비에 설치된 무대 앞을 가득 메운 어마어마한 인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들도 공연을 보고 싶다길래 호젓한 3층 난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전광판에 뮤직 비디오가 나오니 로비를 가득 메운 인파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무섭도록 우렁찬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응원봉까지 동원된 것을 보고 오늘 중국 아이돌이라도 보게 되는 건가 사뭇 기대를 했는데, 아니었다. 뮤직 비디오가 끝나니, 평범한 노래 실력을 가진 일반인이 무대에 올라 MR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그럴싸한 실력이 아니었음에도 오빠들(?) 노래라 그런지 앞에 앉은 팬들의 환호가 굉장했다. 계속해서 평범한 노래가 이어지는 것을 보니 흥미가 떨어졌는데도 인파는 점점 늘었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나라는 나라가 작으니까 뮤지션이 어디서 공연을 하든 비교적 쉽게 공연을 볼 수 있지만, 중국은 나라가 커서 이동이 쉽지도 않고 인구가 많아 티켓팅 경쟁도 훨씬 치열하지 않을까. 그래서 뮤지션이 아닌 일반인의 공연에도 이렇게 환호를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번 빠지면 지독하게 빠져버리는, 두터운 팬심을 자랑하는 나로서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덕분에 신나게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 수 있었던 것 같아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하루종일 키즈카페 보초 서느라 고생한 몸을 침대에 뉘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김하나 작가님 북토크라니? 일주일 간 한국에 가는 나의 소중한 겨울방학, 딱 그 타이밍에 북토크라니! 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매달 ‘금빛 종소리’ 온라인 북토크를 들으며 중국 살이의 설움을 달래 왔는데, 그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기쁨의 빅뉴스였다. 이 기쁜 소식을 친구들에게 알렸더니, 너무도 기꺼이 함께 해주겠다고 했다. 가득 채워진 든든함으로 마음이 울렁였다. 새해 첫날부터 이게 웬일이냐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거냐고. 기쁨으로 행복이 요동치는 새해 첫날.
새해 첫 책으로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을 골랐다. 지난해에는 읽는 기분을 실컷 누렸으니, 올해는 쓰는 기분을 좀 누리고 싶어 고른 책인데 재독임에도 너무 좋아서 읽는 맘이 벅차올랐다. 역시나, 이 책을 읽고 나니 쓰고 싶은 마음이 가득 들어앉아서 새해 첫날의 일기를 썼다. 뭐가 됐든, 많이 쓰는 2025년이 되길. 그런 의미에서 내일 읽을 올해의 두 번째 책은 금정연 작가의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