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유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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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을 살아온 동네에서
새삼스럽게 낯선 공간을 마주하는 즐거움.
어째서 이제서야 닿은 인연일까 싶다가도 문득.
지금이야말로 적절한 시작인지도 모르는 거지. 싶었다.
인연의 시작도 끝도
결국엔 모두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니까.
그나저나.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도 꽤나 잘 지내는 그녀가
내 눈치를 보며 안부를 물어오는 것이
어쩐지 유난스럽게 미안해진 며칠 전.
우리 중 그 누구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고.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말라고.
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마음을
그저 깊게 삼키고야 말았다.
그녀가.
들켰다는 걸.
나는, 들키고 싶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