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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mGH Jul 12. 2020

10. 내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면

모두가 알아야 하는 언론 피해 구제절차

뉴스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회 구성원의 에피소드를 인용하고 분석해, 사회 현상에 대한 인사이트를 담는 콘텐츠다.


때때로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의 이야기를 사회 현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가끔씩 살짝 어긋나는 지점이 등장한다. 기사 주제에 맞게 취재한 내용을 해석해야 하다보니, 취재원의 의도가 불투명한 유리에 한 번 투영된다. 취재원 입장에선 내 명예를 훼손한 보도가 될 수도 있고, 인터뷰 내용이 나의 의도와 다르게 인용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이 방송된 경우 등 다양한 권리 침해 유형이 있다. 그리고 이는 개인과 법인 모두에 적용된다.


<잘못된 보도 유형>*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허위보도

한쪽의 주장만을 전달한 편파보도

전체 사실 중 일부분만을 부각하여 나쁜 인상을 심어준 왜곡, 과장보도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을 보도하여 피해를 준 경우

필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글을 수정하여 필자의 의도와 다르게 표현한 보도

인명이나 지명, 통계수치 등을 잘못 기록한 보도

범죄 혐의자나 범인으로 보도되었으나 수사 결과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경우

승낙 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개인의 초상, 음성, 사생활, 성명을 보도한 경우

이같은 보도로 피해가 발생했다면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을 순 없다.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원으로 바로 갈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언론중재위원회가 있다. 언중위의 중재와 조정을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보도와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1. 내 명예가 바닥에 떨어졌다 : 명예훼손

한 정치인이자 방송인이 대학생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여성 아나운서 집단을 비하하는 성희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입에 담기도 어려운 표현이었고, 여성 아나운서 154명이 수사기관에 해당 인물을 고소했다.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명예훼손으로 판결했을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명예훼손은 대표적인 언론보도 피해 유형이다. 언중위는 명예훼손부터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 사생활, 재산권 침해까지 총 6개로 피해 유형을 제시한다. 이중 해석 조건이 까다로운 '명예훼손'은 형법 제307조에서 출발한다.


공연한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언론 보도가 명예훼손을 야기했다고 주장한다면, 조문이 명시한대로 기사가 뚜렷한 사실을 보도해 내게 피해를 입혔는지부터 봐야 한다.



① 기사 속 대상이 누구인지 드러나나

첫번째 조건은 기사가 내 이야기인지 독자들이 알 수 있냐는 것이다. 기사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익명성을 보장한다. 살인사건을 저지른 A씨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B컴퍼니의 C대표도 마찬가지다. 인격권을 존중해, 사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드러내지 않는 게 원칙이다. 


여기서 벗어나 실명을 적시했거나, A씨라고 적긴했지만 기사 안에 있는 단서로 A씨가 실제로는 '이가희'인 것을 추정할 수 있다면 이는 익명성을 보장 하지 않은 사례로 본다. 모자이크가 됐더라도, 보도사진 속에 배경을 통해 피사체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이는 명예훼손의 조건을 충족한다.

앞서 대법원이 '아나운서 비하 사건'을 판단한 근거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여성 아나운서'가 있어서, 집단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피의자가 한 발언이 여성 아나운서 모두에게 대한 것이라, 개별 구성원이 입은 피해 정도는 미비하다는 논리다. 집단 전체에 대한 발언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개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직자의 비리를 알린 기사라면? 특정인을 지목했어도 명예훼손을 주장하기 어렵다. 대기업 회장님, 유명 언론인, 고위공무원, 영향력 있는 종교인 등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정보다. 누가 문제를 일으켰는지 알리는 건 공익과 밀접하다. 이는 언론사의 면책 사유가 된다.


② 언급된 내용이 의견이 아닌 '사실'인가

기자가 사실을 적었는지도 중요하다. 여기서 사실은 '오보 여부'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잘못된 정보인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기자의 논평이나 의견인지 아닌지를 본다.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었는지를 판단한다. 공무원의 업무 관리 능력을 '총체적 부실'이나 '엉망'으로 표현한 건 그냥 의견이다. 구체적인 사실로 보기 어려우며, 이같은 표현을 놓고 명예훼손을 주장할 순 없다.


그렇다고해도, 기자들이 선을 넘어 마음껏 활자를 뽑아내는 건 죄가 된다. 의견 표현이 모욕과 인신공격 수준이라면, 명예훼손과는 별도로 불법행위가 된다. 보통 법원은 인격침해로 해석하고 손해배상 등의 판결을 내린다.


③ 사람들이 날 보는 눈빛이 달라졌나

셋째, 실제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사회적으로 본인의 평판이 떨어졌으면 문제가 된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이 알려졌거나, 뉴스로 인해 일을 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면? 모두 사회적 평가를 끌어내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모 신문이 프로골프 선수의 영어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면서 해당 선수가 "한국에서의 우승은 나를 싫어하는 한국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는 '반감을 해소하는 계기'라는 뜻의 'vindication'을 합리적 근거 없이 '복수'로 잘못 번영한 것으로, 원고가 한국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켜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켰다고 보아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3.4 선고 2009가합25116 판결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 어떻게 해결할까요 : 일반인 편」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 발췌


2. 내 얼굴이 왜 여기서 나와? : 초상권 침해

동의한 적 없는데 본인임을 알 수 있는 사진이나 방송이 송출됐다면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 혹은 동의를 했더라도 사전에 합의한 사용 범위를 벗어나거나, 목적이 어긋나는 경우도 초상권 침해로 해석된다.


예기치 못하게 본인의 모습이 방송돼, 특정 장소에 방문한 사생활이 공개된 경우가 있었다. 혹은 '즐거운 피서객'이란 주제로 인터뷰를 했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사라진 막무가내 해변가'라는 기사에 등장했다면? 모두 초상권 침해에 해당되며, 피해 보상을 주장할 수 있다.


다만, 시위 현장 취재 같은 공익성이 기반된 보도는 면책사유가 적용된다. 언론이 의도치 않게 권리를 침해한 데다, 시위 참석자 본인도 언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상권 외에도 권리 침해 유형은 다양하다. 개인의 사생활을 가십으로 소비하는 '사생활 침해', 내 음성을 동의 없이 녹음해 언론에 공개하는 '음성권 침해', 익명 처리를 해야 하는데 실명을 공개해버린 '성명권 침해', 언론 보도로 매출 감소 같은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는 '재산권 침해' 등도 구제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공익과 밀접하다면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3. 피해를 구제 받는 방법 : 언중위 조정/중재

언론사에 직접 정정보도를 요청할 수 있지만, 합의에 이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조정, 중재 과정을 밟게 된다. 언중위는 조정/중재 신청과 절차를 다양한 채널**로 상담하고, 진행을 돕는다. 피해자는 보도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그리고 보도일로부터 6개월 안에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표1.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절차***


조정/중재 신청은 4개 유형으로 나뉘다. 정정보도 신청은 언론이 스스로 해당 기사가 잘못됐음을 밝히고 정정기사를 내보내라고 요구하는 권리다. 피해자가 기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보도해달라고 반론보도를 요청할 수도 있다. 사건이 진행돼 피해자에게 유리한 사실이 밝혀졌을 때는 언론에 추후보도를 요구해, 자신이 무죄라는 내용을 알려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직접적으로 금적적 배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언중위 구제의 장점은 신속성과 효율성에 있다. 소송을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만, 재판은 3심제를 모두 소화할 때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반면 조정/중재제도는 빠르면 14일 안에 결정이 나야 한다. 양측이 합의 하지 못하면 중재부가 나서 직접조정안을 제시하는데, 이때도 최장 21일 안에 처리된다. 조정안에 양측 중 누구라도 이의신청을 할 경우에 자동으로 재판이 시작되며, 그렇지 않을 땐 수용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한다. 2018년 기준으로 약 50% 사건이 정정보도로, 30%는 손해배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 어떻게 해결할까요?」, 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

** 상담전화 : 02-397-3000, counsel@pac.or.kr

***「언론보도로 인한 분쟁 어떻게 해결할까요?」, 언론중재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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