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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amhappysun Nov 16. 2021

1.5일: 리마 말고 와라즈

페루, 와라즈

어느 나라를 갈지, 무엇을 할지를 계획하려고 남미 여행 책 2권을 정독하며 읽었지만

감도 잡을 수 없는 방대한 남미에 여행 경로를 정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래도 최소한의 계획이 필요한 건, 가고 싶은 나라와 도착 첫날의 방향이었다.

가고 싶은 나라는 무엇을 보고 하고 싶은 지를 기준으로 정해졌고 인은 페루의 리마, 아웃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계획할 수 있었다.  

페루-마추픽추

볼리비아-우유니 사막

칠레-산티아고

아르헨티나-이과수 폭포, 탱고 (*왕가위 영화 '해피 투게더' 영향이 분명하다)


도착 첫날의 방향은 '와라즈'로 정했다.

하늘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비현실적인 호수의 사진으로 소개되는 와라즈는 리마에서 8시간 버스를 타고 위로 올라가야 하는 작은 도시이다. 다음 여행을 위해 와라즈에서 다시 리마로 돌아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지만, 진한 하늘색의 동화 속 호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리마 공항에 도착해 최소한의 돈만 환전하기 위해 길게 늘어진 공항 환전소 대기줄에 합류했다.

나와 같은 배낭 여행자들과 남미인들 사이에 섞여 서 있으니 '드디어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실을 나와 경기장에 오르는 복싱 선수처럼, 긴 심호흡을 내뱉고 공항을 나섰다.


겨울의 한국을 보내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여름 공기와 함께 '여행을 시작하는 어리버리한 여행객'을 태우기 위해 수많은 택시 기사님들이 나를 맞이했다.

와라즈행 버스를 타기 위해 movil tour 정류장으로 택시를 타고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목적지까지의 택시비도 나름 철저하게 조사해왔다.  

'마담, 마담' 하며 여기저기서 택시 기사님들이 나를 부르며 손짓을 했고, 이 혼돈 속에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름 정직하고 착해 보이는 기사님과 눈을 맞추고 가격을 흥정했다.


그렇게 혼돈의 공항을 무사히 탈출하고 와라즈행 버스가 있는 movil tour 정류장에 도착했다.

정류장과 버스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좋아서 놀라웠다.

기사님, 정류장 직원들 모두 유니폼을 입고 버스를 타기 전 공항처럼 수화물을 접수하고 버스는 핸드폰 충전까지 있는 넓은 좌석으로 쾌적하고 편안했다.  

@와라즈로 가는 버스 안에서


분명 남미 여행은 '배낭여행의 끝'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벌써 15년 전의 여행담이었고 내 상상 속 남미의 현재는 변해있었다.

현대적인 페루의 버스 시스템에 놀라며 진한 하늘색의 동화 속 호수를 가진 와라즈에 도착했다.


@전통복과 현대복을 입은 여인들이 함께 있는, 와라즈에서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는데 남미에서의 첫 식사는 밥과 계란 부침이었다. 커다란 계란 부침에 놀라 기록해두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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