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남미 여행 첫날의 도착 나라는 앞으로의 여행 경로를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이다.
남미 여행에 대표되는 나라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로 꼽을 수 있는데
페루에서 시작한다면 반시계 방향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한다면 시계 방향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시계인가 시계 방향인가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날씨인데 파타고니아, 피츠로이 같이 트레킹이 주가 되는 칠레, 아르헨티나의 겨울을 피하기 위함이다.
우선 나는, 트레킹을 할 생각이 없었고 2달간 여행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페루를 시작으로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돌아오는, 반시계 방향의 경로를 택했다.
그렇게 인천에서 달라스까지 14시간의 비행을 하고 도착, 비몽사몽한 상태로 나와 이 길고도 지루한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뒤따라 가다 보니
저 멀리서 활기찬 흑인 언니가 큰 팔을 휘두르며 입국 심사가 필요한 외국인들을 부르고 있었다.
달라스 항공은 잠깐 스치고 떠날 사람이라도 입국 심사를 거쳐 공항을 나갔다가 다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 심사와 보안 검사를 받아야 했다.
리마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6시간의 대기 시간이 있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까다로운 미국의 모든 심사와 검사를 마치고 달라스 공항으로 다시 들어오니 2시간이 훌쩍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달라스에서 리마까지 7시간의 비행을 하고 31일 새벽 6시의 리마에 도착했다.
5편이 넘는 영화를 보고 삼시 세끼의 기내식을 먹었는데 인천에서 떠난 지 12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나는 지구 반대편 어제의 페루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