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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주어디가 Oct 18. 2022

[몽골 로드트립] 어쩌다 여기까지

3. 대자연을 얕본 자, 대가를 치러라

2022.07.12.(화) - Day 4.


알타이 타왕복드에 가겠다고 그렇게 긴 거리를 달려왔음에도 알타이 타왕복드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은 아마 그 이름뿐이 아니었나 싶다.

몽골 여행은 이제 얼추 안다는 오만한 생각으로 내 양 무릎의 도가니만 불쌍하게 되었지 뭐..ㅎ

오늘의 여행 내용은 어쩌다가 나의 양쪽 도가니만 불쌍하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다.


타왕복드에 도착하여.. 그렇게 말똥, 소똥을 주워가며 추위를 이겨 나고자 했지만, 

정작 밤에 추위를 이기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다들 추운 밤에 어떻게 잠을 잤는지, 혹은 얼마나 못 잤는지로 아침인사를 대신했다)

추위에 떨다 일어나서, 잘 차려진 아침상을 우걱우걱 먹고 타왕복드를 만나러 출발했다.

푸르공으로 이동시간이 길지는 않았는데, 알타이 타왕복드를 보러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 데다 진흙땅이어서 좀 조마조마한 구간이 있었다. 이날 오고 가며 차가 언덕에서 미끄러지는 모습 여럿 봄..ㅎ

거의 정사각형 모양에 가까운 푸르공이 이 각도에서도 어떻게 넘어지지 않을 수 있는가를 궁금해다 보니 어느새 도착! 


사실, 처음에는 차에서 내렸는데.. 엥?? 이거라고..?라는 반응이 나왔다. 

여기 걍 언덕인데??

알고 보니, 이 언덕은 알타이 타왕복드의 5개 봉우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스팟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언덕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돌아왔던 길로 다시 내려갔고, 타왕복드로 향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였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ㅎ)


5개의 봉우리 중에서 보통 사람들이 주로 올라가는 것은 가장 높은 봉우리인 휘틍 봉우리와 말칭 봉우리다.

휘틍 봉우리는 다 만년설로 뒤덮여 있기에 일반인은 가기 힘들고, 전문 산악인이 올라가고, 말칭 봉우리는 일반 사람도 올라갈 수 있어 우리는 말칭 봉우리를 가기로 했다.


그전에, 우린 먼저 말칭 봉우리를 등반하기 전 봉우리 앞까지 가야 했다.

정확한 거리는 잘 모르고 우선 말을 타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들어가고, 말이 더 이상 갈 수 있는 곳에서부터 걸어서 말칭 봉우리까지 약 8km를 들어간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뭐 그런갑다.. 말 타고 갔다가 걸어가면 되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언덕에서 말을 빌려서 들어가는 길-

날씨도 좋고, 하늘의 구름도 이쁘고~ 유유자적 말을 타고 들어가는 길. 처음에는 초원을 걸어가는 것 같더니 곧 산 중턱의 작은 길을 따라 계곡으로 향한다. 

더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사람은 적어지고, 타왕복드는 더 많은 모습을 펼쳐서 보여주기 시작한다. 

 차에서 내려 언덕에서 보는 타왕복드의 모습은 거의 1차원적인 느낌이 이라면, 깊숙하게 들어가면서 보는 타왕복드의 풍경은 2차원 정도로는 보이는 것 같다! 더 깊숙이 들어가거나 헬기라도 타야 타왕복드 봉우리의 좀 봤다고 할 수 있을 듯~


말을 타고 들어가다 보면 소수의 작은 텐트가 옹기종기 설치되어 있고, 작은 군대 초소(?) 같은 곳이 보이는데, 여기가 전문 산악인들이 머무는 베이스캠프라고 한다. 

말을 타고 한 시간 넘게 들어가다가 중간에 쉬어간다.

누구는 말을 오래 타면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는데, 난 이러다 오다리가 되는구나 싶게 무릎이 뭉근하게 뻐근하다. 

한차례 쉬었다가, 이후로는 걸어가기로 한다! 갈 길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도통 감이 없었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혹시 앞으로 말칭봉우리를 올라가려는 사람이 있다면.. 말을 타고 최대한 멀리까지, 갈 수 있는 끝까지 다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걸어서 가는 길, 해는 쨍쨍하고 더운데 바람은 서늘해서 옷을 벗었다가 입었다가를 수차례 반복한다. 

가는 길에 잠시 숨을 돌리는데, 저 멀리서 군인 아저씨 2명이 말을 타고 온다.

간단히 인사를 하며, 미국에서 온 산악인들이 아침에 어디를 갔고, 전날에 온 한국인들이 어디 산을 올라갔고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그리고 저어기 눈앞에 말칭 봉우리 꼭대기를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라며 본인들이 사용하는 멋들어지게 생긴 망원경도 빌려주셨다! 친절한 분들이었다. (나 좀 말 태워서 산 앞까지만 같이 가달라고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꺼내지 못했다 ㅋㅋ)

카두는 산에 올라가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등산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고산병이 어떻게 올지 모르기에 카두, 태양, 나 이렇게 3명이서 봉우리에 올라가기로 했다. 


산 밑에 다다르자 저 멀리 서는 보이지 않았던 말칭 봉우리의 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이건 등산이 아니라.. 바위와 돌과 자갈들이 걍 무더기로 쌓여있는 그런 거대한 돌무더기를 오르는 일이었다. 

우리는 보통 이걸 산이라고 부르지 않지... 문제는 우리의 가이드였던 카두가 지나치게 건강하고 체력이 너무 아주 좋았다는 것.. 나중에 알고 보니  카두네 집안이 운동에 특화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카두는 이 산을 3번이나 와봤다고 한다. 그리고 산을 올라가면서도 말칭 봉우리는 힘든 산 아니라고 우리 모두 쉽게 다녀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

경사 진심 미쳤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눈으로 보면 더 생생하게(?) 발 밑이 아찔하다. 

잠깐 현기증 나면 바로 온갖 바위에 찢기며 데굴데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곳.. 

여긴 고비사막의 홍고린엘스처럼 한발 내딛으면 돌무더기와 함께 발이 주르륵 미끄러진다.

딱히 길이 나있는 곳도 아니어서 양손 양발로 기어서 올라가는데.. 어디가 어떻게 미끄러질지 바짝 긴장하고 있는 데다 진척은 별로 없으니 입에서 거센소리가 절로 나왔다. 

정상까지 올라가기는 무리였다. 내 두 다리의 근육이 버티지 못하고, 겨우겨우 올라간다고 해도, 이후의 여행 일정에 어떤 지장이 있을지 몰랐다. 그리고 내려올 때 평생 함께 해야 하는 도가니가 여기서 생을 다 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생겼다. (실제로 지인이 타왕복드를 다녀오고서 무릎이 많이 망가져서 오랫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3,610m에서 하산하기로 결. 정.

중간에 내리지 않고 말을 좀 더 많이 타고 이 앞까지 왔으면 괜찮았을까.. 미리 어떤 산인지 준비해서 스틱이라도 가져왔으면 좀 편했으려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며 아주아주 아쉬웠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으니 빠르게 내려가 본다. 마침(?) 저 멀리서 먹구름도 몰려오고 있다. 

중간에서 본 풍경도.. 아주 멋있었다. 

할리우드 촬영지의 배경처럼, 현실감 없는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간간히 발길에 굴러내려 가는 돌 소리, 바람소리가 아니었으면 현실감 안 느껴졌을 듯 ㅋㅋ


봉우리를 내려와서는 또 다른 장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지금까지 왔던 길을 고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고, 비를 맞으며 무거운 다리를 터벅터벅 움직였다.

더군다나 돌아가는 길은 언덕길이었다^^ 

우리 차가 있는 곳까지 도착할 즈음엔 좀비 4명이 걸어가는 줄..ㅋㅋㅋㅋ

겨우 도착하고 나서 사진! 하나도 안 힘들어 보이게 왜 다 웃고 있을까 ㅋㅋ 하지만 진짜 모습은 영상에 남아있으니.. 영상을 보시라 ㅎ

내려오는 길, 길가의 푸르공 한대가 차가 고장 난 것인지, 사고가 난 것인지 멈춰서 있고,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같이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가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중에 다리가 다친 것으로 보이는 환자도 한 명 있었다..! 허허

우리보다 사람이 많았던, 술 한잔 하셨던 것 같은 사람들 가득 한차에 꽉 껴서 타고 베이스캠프로 복귀!

고생한 우리를 위해 요리사 언니가 카자흐스탄 전통요리를 해줬다!

오이와 함께 놓여 있는 말고기는 카즈(?)라는 이름이 요리였는데, 말고기가 냄새도 안 나고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밀가루 안에 고기였나 뭐시기를 넣고 만든 요리..(사실 기억이 잘 안남..ㅎ)

음식은 다 맛있었는데, 몸이 지쳐가지고 식욕이 막 돋지 않아서 많이 먹지는 못한 듯..


봉우리도 올라갔다오고 비도 맞고 했지만, 씻을 수 없다는 것 ㅋㅋ

더욱이 비가 많이 내려서  어제보다 더 너무 춥다..!! ㄷㄷㄷ 진심 너무 추워서 어깨 결리는 줄..

인터넷이 없으니 몇 도인지 찾아보지도 못하겠고 ㅋㅋㅋㅋㅋ (한 3~5도의 기온이 아니었을까)

밥 먹고 텐트에 앉아서 와인, 맥주 한잔씩 하면서 오늘 일과를 나누며 서로 수고했다고 다독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인터넷이 안되니..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저렇게 비가 오고.. 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도 달은 참 밝았다. 



[Mongolia road trip Day 4

https://youtu.be/fZfy6Py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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