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년의 기록이 남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워크와 라이프의 밸런스를 비교적 잘 맞추면서 지내고 있다.
주로 서산의 본가에 있지만 주기적으로 서울에 올라가 건강검진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외장하드도 수리하는 등등 소소한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정말 묘하게도 한국에 오자마자 2TB 외장하드가 먹통이 되더니 수리와 백업 하드까지 30만 원+a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들었다 ㅠㅠ)
이후 계획으로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가족여행으로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오고, 그 후에는 이사를 할 예정이다.
이런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서 당장 새로운 시작은 시기상조라 판단해 집에 여기저기 산재해 있는 개인 짐들을 하나둘씩 정리하고 있다.
내 짐이라고 할 것이 딱히 많지는 않은데 그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기록물'이었다.
뭐가 이리 많은지!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온 초딩때 일기와 독후감 공책!
대략 초등 4학년때, 1999년 당시의 일기들이었다.
아, 내가 초딩때 글씨를 저렇게 썼구나- 초딩들 글씨는 다 비슷비슷한가 보다 ㅋㅋㅋ
읽어보니 평범한 일상의 일들이다. 가끔은 동시를 지어서 일기라고 써놨는데 아무래도 일기 쓰기가 귀찮아서 잔머리를 굴렸던 것 같다. 당시 담임 선생님들이 일기장 중간중간에 댓글마냥 코멘트를 달아주셨다. 그때는 그 코멘트 보는 재미로 일기를 냈던 것 같기도 하고.. 선생님들도 진짜 정성이었네 :-)
약 20년 전 초딩시절 일기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느낀 점이 있었다.
1) '나'가 생각하는 어릴 적 내 모습이 너무 다르다. 걍 맹랑한 초딩 한 명이 일기장 속에 있었다.
2) 그 당시에는(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일기를 쓸 때 특별한 생각이나 깊이 있는 고민 등이 아닌 평범한 루틴 등을 주로 쓴다고 생각했는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당시 우리 집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맥락을 다 읽을 수 있었다.
3) 일기장에 나와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누군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략 이런 것들 ㅋㅋㅋㅋㅋ
별 의미 없이 추억으로 간직하려 했던 것들인데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었다.
고3,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써온 다이어리들.
2010년꺼는 행방이 묘연하다. 분명 어딘가 있긴 할 텐데!
칸칸마다 꽉 채운 글씨들을 보면 참 만족스럽다. 이건 분명 ISTJ인 내 성향이 큰 몫을 하는 것 같다. ㅋㅋㅋㅋㅋ
이 다이어리들은 재미가 없어서 훌렁훌렁 넘겼다. 아직 이 시기의 연장선에 있어서 그런지 감흥이 없다.
10년 뒤에 읽으면 재미있으려나-
이 일기들 말고 부피를 차지하는 게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편지'다-
초등학교 때부터 모아 온 편지들이 탐스 신발 주머니로 3개가 나왔다. 허허허
롤링페이퍼부터 멀리 국제우편, 쪽지편지까지 정말 수백 통, 아니 천 통은 될 듯한 편지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때로는 수신인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일기는 매우 정적이었다면 편지는 그때 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 초딩때부터 나와 내 친구들은 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거나, 조금은 가식적이었거나 아니면 그때그때 좋았던 감정을 참 잘 표현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p
그동안 가족여행 및 엄마 아빠의 여행 등등을 인화해 놓은 사진을 사진첩에 잘 정리해서 꽂아두라는 엄마의 미션이 있었다. 수백 장의 사진이 제 자리 찾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생과 내가 태어날 때부터의 사진이 가득 담겨있는 사진첩.
우리는 각각 2권의 앨범이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대변하는 듯 교복을 입은 후의 사진은 매우 드물다.
어릴 적 사진 옆에는 날짜와 함께 엄마가 당시의 생각했던 것들과 사진에 대해 간단히 써 놓으셨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엄마의 기록으로 알게 된 나의 어릴 적 모습들이다.
엄마의 글씨체와 함께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어서 (조금 오글거리지만) 재미있다 ㅋㅋㅋ
사진을 정리하다가 엄마 아빠의 이런 사진도 발견했다.
엄마 아빠도 우리처럼 젊은 시절엔 멋도 많이 부리고 나름의 개성을 뽐내며 살았을 텐데-
요즘에는 부모라는 이름이 참 무거운 호칭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예~~ 전에 미국에서 인턴 하면서 생활했던 사진들과 코이카 영월에서의 사진들.
그리고 엄마 아빠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까지 몽땅 다 인화한 덕에 남게 된 소소한 우리 가족의 모습들까지.
한 장 한 장 사진첩이 채워졌다. 뿌듯 뿌듯
이로서 기록하는 사람인 나의 기록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사실 며칠 전 한밤중에 사총사(사촌언니, 나, 동생. 사촌동생)가 급 통찰력 검사를 했던 적이 있다. 언니의 회사에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했던 검사라며 우리도 해보고 결과를 보자고 했다.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어울려서 자랐기 때문에 서로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정확한 지표(?)를 통해서 서로를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4명이서 각자의 결과를 가지고 분석을 했는데, 결과가 흥미로웠다.
나의 특성중 가장 우선순위를 차지한 항목이 '회고(context)'였다. .
강점 통찰력 보고서 - Gallup Online
회고(Context) 테마 공통 테마 설명
회고(Context) 테마가 특히 강한 사람들은 과거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즐깁니다. 이들은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현재를 이해합니다.
자신만의 강점 심층 이해
무엇이 당신을 특별하게 하는가?
많은 경우 당신은 과거에 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끌립니다. 당신은 역사에 관한 책과 문헌을 좋아하기 때문에 서점이나 도서관, 인터넷 사이트의 역사 섹션에 자주 들립니다. 당신은 인류의 끝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박식한 역사가와 함께하는 자리를 매우 편안하게 여깁니다. 천성적으로 당신은 역사적 사건들을 살펴보고, 거기에 관련되고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삶도 연구합니다. 역사 전문가로부터 얻은 세부적인 지식은 발견 과정을 더 흥미롭게 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때때로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할 것입니다. 타고난 재능에 이끌려 당신은 과거의 일들을 열심히 살펴봅니다. 당신은 반복되는 패턴을 찾습니다. 당신은 이 같은 정보를 통해 미래에 무엇이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George Santayana의 명언, "과거를 기억 못 하는 자들은 과거를 반복하기 마련이다"의 참된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으로 인해 당신은 역사적 기록과 과거에 대한 그 외의 정보 출처를 조사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자신이 발견한 내용들을 근거로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일에 대해 사색, 즉 가정하거나 생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당신은 과거를 돌아봄으로써 미래를 내다볼 수 있습니다. 본능적으로 당신은 꾸준히 지식 기반을 확장합니다. 당신은 주요 전쟁을 촉발시킨 역사 속의 경쟁 구도와 세계적인 영향에 관한 전문 지식을 넓히고자 합니다.
대표 특성 - Gallup Online
회고(Context) 테마
당신은 지난 일을 되돌아봅니다. 당신이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은 바로 거기에 해답이 있기 때문입니 다. 당신이 과거를 돌이켜 보는 것은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는 시끄러운 목소리들로 혼란스럽고 불안정합니다. 계획을 세웠던 시초로 돌아가 생각할 때 현재는 비로소 안정을 되찾습니다. 처음에는 더욱 단순했습니다. 청사진이 만들어진 시기이죠. 당신은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이런 청사진들을 볼 수 있게 되고, 원래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깨닫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들이 가미되다 보니 원래의 청사진이나 의도는 이제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회고(Context) 테마를 통해 본래의 청사진과 의도를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근원적인 체계를 이해하기 때문에,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더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동료들이 어떻게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는지 이해하기 때문에, 당신은 이들에게 더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과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 당신은 역설적이지만 과거를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더욱 지혜롭게 내다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당신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반드시 이런 시간적 여유를 허용해야 합니다. 당신은 질문을 통해 과거의 청사진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청사진을 보지 않으면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조금 다른 것도 있고, 맞는 점도 있다.
사실 내가 기록을 하게 된 것은 단순하다.
- 기억력이 좋지 않아 메모를 시작하게 됨
-> ISTJ의 성향으로 스케줄을 좀 더 꼼꼼하게 정리하게 됨
-> 더불어 책을 읽거나 좋은 구절을 발견했을 때 메모하는 것을 좋아함
-> 메모지가 많은 다이어리를 사다 보니 데일리 스케줄로 남은 칸을 그냥 둘 수 없음 (이것도 성향)
-> 일주일치를 한꺼번에 쓰더라도 일기를 써서 칸을 채우게 됨
뭐 이런 루틴이 이어지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
일기는 일기대로, 사진첩은 사진첩대로, 그리고 이렇게 브런치나 블로그는 그 나름대로 기록하는 목적과 기대효과(?)가 조금씩 다른데, 나는 이제야 조금 이 각각의 역할을 파악하고 정리한 느낌이다-
인턴을 하면서 겪었던 수 많은 경험들이나 동생과 함께했던 1달 동안의 배낭여행 등을 사진과 함께 남겨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아쉬워해도 소용없지.. 앞으로 잘 하자!
나는 요즘 이렇게 하루하루 정리도 하고 하루종일 베짱이처럼 딩가딩가 쉬면서 지내는중!
아마 다음 글은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와서 쓰는 글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