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때에 나는 이런 것들을 합니다.
10월 중순. 몽골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가 왔다.
영하와 영상을 넘나들며 최고기온도 영하로 떨어질랑 말랑-
겨울은 쉽게 오지 않는다.
올 듯 말 듯. 0도를 기준으로 가을과 겨울 사이를 널뛰기를 하는 온도에 마음은 더 심란해진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면 벌써 해가 산 너머로 기울어지고 밤은 급격히 길어진다.
이때다.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일조량이 적어지면서 급 우울감과 공허함이 나를 덮는다.
내년 3월 한국으로 돌아가기전까지 더 이상 기다릴 사람도, 여행도 없이 더 추워질 일만 남았다. 하아..=3
3분 거리의 집-기관만 왕복하는 일상이 무료하다 못해 우울해지려 한다.
집 밖에 나가도 할 일이 없는 동네..
게다가 이런 눈보라까지 오는 날이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다만 이것이 우울증이 아니라 무기력증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 상태에서 내 식욕이 폭발한다는 것- 공허한 감정을 채우기 위해 입으로 뭐든 막 우겨 넣는다. 분명하다 아직 우울증은 아니다. 허허
실제로 몽골 단원생활을 하다보면 긴 겨울과 혹독한 추위로 집에만 있게 되면서 우울증에 걸리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그런 긴 겨울보다 겨울이 오려고 하는 이 시점이 더 위험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겨울이 시작되면 적응해서 뭐라도 하는데 그 중간의 간절기는 도통 적응하기가 쉽지가 않다.
이런 감정도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나를 잘 컨트롤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런 나와 화해(?)하기 위해 그동안 여러가지 시도를 해봤다.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라는 영화를 우연히 찾았다.
우울증에 걸린 남편과 그 부인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린 영화. 누군가 무기력하거나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한번씩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영화 속에서 우울증에 걸린 츠레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이 병이 저에게 가르쳐 준게 있다면 어떠한 때라도 자신의 살아있는 모습을 사람은 누구라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고 하는게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도 그를 지탱해 주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지금 그 사람들이 살아있는 모습 그것 자체가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고 -"
사실 이 말에 온전히 수긍하기는 힘든데 그냥 위로가 됐다.
인간이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존엄한 것을, 나는 어떤 '쓸모'가 있어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옆에서 저렇게 힘내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주는 사람. 나도 저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지난주 목요일 갑자기 브런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라 처음에는 서버에 무슨 에러가 생겼나보다라고 생각했다. ㅋㅋㅋㅋ
알고보니 다음에 가족여행 글이 올라간 것!! 우와아아아!!!!
조회수가 1000을 넘어서 계속 쭉쭉 올라가는데... 왠지 좀 민망하기도 하고 글 쓴것에 문제는 없는지 찝찝하기도 하고 그런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하루 조회수가 1800을 넘었다! ㅋㅋ
평소에는 하루에 50-90정도의 사람들이 방문하는데 평생의 기록이 될 듯 하다.
작년 10월,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고서 일주일에 한개 정도로 꾸준히 글을 쓰자고 생각했다.
마침 딱 52개에서 하나만 남기고 있었다. 나의 일년을 축하해 주는 것이었나? 싶기도 하고 ㅋㅋ
이래저래 기분좋은 일이었다.
일조량 감소로 우울한 날들에 재미있는 에피소드. :)
무기력한 일상에서 탈피하고자 슝 다르항에 다녀왔다.
혼자 있는 것보다는 둘이 좋고 집보다는 밖이 더 좋다-
다르항과 울란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샀다.
숫가위, 레몬즙 짜는 기구, 그리고 오래된 팀버랜드 부츠를 버리고 여기서 한철 신고 버릴 부츠도 샀다.
역시 탕진잼- :P
11월 시작하자마자 건강검진이 있었다.
수도에 있는 서울병원에서 피도 뽑고 엑스레이도 찍고 이런저런 여러가지 검사를 했다.
팔을 찔렀는데 피가 안나와서 손등에서 뽑았는데... 피 뽑으면서 힘도 쭈욱 빠져나가는 느낌..ㅋㅋㅋ
건강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 정상. 근데 딱 한가지 Gwa che jung- 하하하 이건 미리 알고 있었지롱
껄껄 이제 집까지 무사히 돌아가면 되겠다.
이번주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
가뿐하게 빠져들 수 있는 소설을 주로 찾아서 읽었다. 잡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이런 때 아주 적절하다. 올해 목표 중에 책 50권 읽는 것이 있었는데 이제 몇권 안남았다- 히히
집에 재미있는 책이 항상 쌓여있으면 좋겠다.
이병률작가의 다른 책을 읽었을 때는 몰랐는데, 이번 책에는 마음이 끌리는 구절이 참 많았다.
그런 구절은 차곡차곡 다이어리에 옮겨 적어야지.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 '바깥은 여름' 중 한구절
얼마 전에 읽은 책 중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지금 이 시간과 계절도 어떤 일을 하고 있겠지. 언제쯤 이 계절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을까?
다즈니에서 호두까기 인형을 영화로 만들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침 울란에 있는동안 개봉을 했다!
꺄륵 ㅋㅋ역시나 음악은 좋았고, 호두까기 인형 동화를 재해석한 영화도 마음에 들었다.
워낙에 내용이 스펙타클한 전개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영화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막 앞에서 일어서서 스크린 가리고 그렇게 나가는건 아니지 않니?
흠 다음주는 그린치, 그 다음주는 신비한 동물사전이 개봉한다. 히히히
그린치 너무 빨리 보고싶다. 크리스마스 영화와 노래는 다 좋은듯 ㅋㅋ
모든 볼일을 다 마치고, 다시 종모드로 돌아가는 길-
요며칠 바쁘게 지냈더니 무기력이고 뭐고 잊고있었다. 다 지나간걸까?
짧아진 해가 아쉬운 듯 마지막까지 자기의 존재를 강렬하게 내뿜으며 사라지고 있었다.
겨울을 맞이하며-
나의 소소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