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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형일 Oct 01. 2019

편애적이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KBS에서 밥벌이합니다. 미디어, 언론, 공영방송을 공부합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쓰게 될 글은 아주 편애적이고 재미없습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누구처럼 “조직”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K본부를 편애하지 않습니다. 다만 KBS라는 공간이 이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신료 2,500원를 매달 야금야금 걷어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가치를 편애합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야기는 조금 딱딱하고 재미없고 고리타분할지 모르겠습니다. 공영방송, 공공성, 공익. 하~ 듣기만 해도 지루하잖아요.      



“(비꼬는 투로) KBS엔 고상한 공영론자가 너무 많아!” 

“공영성이라는 말이 이제는 자기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 됐어.”    



한숨과 함께 자주 듣는 이야기입니다. 인정합니다. 어느 순간 “공공지대”, "공영방송"의 가치는 “태극기”처럼 사방의 온갖 갈등에 압도당해 그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일까요?  어느 순간 보니 “KBS”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이야기, “공영방송”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쪼글어 들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악의적 비난은 있어도 생산적 담론이 부재한 거죠. 


그렇다고, 제가 어깨에 힘 잔뜩 주고, “아무도 안 하니깐 나라도 이야기해야겠다”는 심정으로 글을 쓰는 것은 절. 대. 아닙니다. (내가 뭐라고!!)      


그냥 앞으로 쓰게 될 이야기는 한 평범한 언론인, 직장인, 연구자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과 거기서 하는 일들의 공적인 의미와 존재 이유를 놓치지 않기 위한 발버둥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KBS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도 아니고, 기사를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두꺼운 박사논문을 쓰고 나서는(거짓말 아닙니다.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입니다), 사람들이 오박사라 부릅니다. 돌아보니 학계에서는 미디어 제도/정책 관련 프로젝트를 많이 했고, 현장에서는 뉴스와 콘텐츠와 채널과 시청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거의 10여 년을 좋든 싫든 매일 유사한 시간에 유사한 일들을 하다 보면 적어도 그 영역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통제력을 가지게 됩니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런 감각은 즐겁습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너무 한 곳에 머물다 보니 나머지 영역에 있어 암흑이 되기도 하고, 이 즈음되면 모든 게 너무 쉬워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는 일들의 맥락을 더 큰 맥락에서 바라보기도 힘들어집니다. 발버둥을 치기로 마음먹은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내리막 세상>, <무기력한 조직>, <흩어지는 개인>. 세상을 둘러싼 이 삼박자의 관계에서 험담, 조롱, 험담, 비난에서 마음을 거두고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그 행위에 집중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깐 일상에서의 한 발 한 발을 잘 내딛기 위한 몸부림이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때로는 삼천포로 빠지기도 할 거고, 자주 놀기도 할 겁니다. 


큰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걸 하나씩 하면서, 매번의 빗질에 집중하면서, 공부하고, 읽고, 일하면서 문득문득 이곳에 들어와 한 자 한 자 적어보려 합니다. 논문보다는 가볍고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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