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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 Jun 12. 2022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 퀸즐랜드 자매로드.

#22.05.28. 시몽 위로,  황선우/김한나

시몽 위로 (22.04.29).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한지우(). 김영사.

저자 시몽 위로가 십 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며 그린 그래픽노블.

원제 《L’Oasis(오아시스)》. 인공물로 가득한 도시의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에 관한 이야기.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끼던 주인공은 어느 날 직접 자기 손으로 작은 공간에나마 생태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일단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 주인공. 오랫동안 정원에 방치된 덤불을 치우고, 길가에서 발견한 식물들,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을 가져다 심는다. 작은 식물뿐 아니라 돌이나 나무들과도 새롭게 관계 맺으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데… 그렇게 빈틈이 메워져가는 정원에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오면서 온갖 일들이 벌어진다. 말벌이 나무에 집을 지었거나 달팽이가 너무 많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방이 나무를 병들게 한다면? 고양이가 자꾸 새를 잡아 해친다면? 정원을 가꾸며 겪는 기쁨과 슬픔의 생생한 보고서.


정원에서 우리는 대화한다. 이 생기 가득한 대화에서는 어떤 언어 하나가 특권을 누리지 않는다. 모든 언어는 생명과-그것이 사람이든 아니든-관계를 맺을 힘을 가지고 있다. 정원에서의 교류는 모든 이의 언어로 이루어진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인지도 모른다(p.7).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 한시도 지루해지지 않는다. 나는 만약 개구리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면 왜가리나 지나가던 뱀이 우리를 위해 상황을 정돈해줄 거라는 사실을 단 한 순간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개인 정원이라는 나의 영역, 그리고 스스로를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럼없이 이 정원에 초대하는 야생의 불확실한 흐름 사이에 존재하는 이 경이로운 스며듦의 공간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관찰자이자 행동가로서의 자리가 좋다(p.112).


나에게 정원은 간섭과 방임, 길들임과 야생, 통제욕과 통제 불가능성, 인공과 자연… 그 사이에 영원히 존재하는 숙제여야 한다. 발이 두 개든지, 여섯 개든지, 여덟 개 혹은 그 이상이든지 아니면 아예 없든지, 깃털이 있든지 없든지, 털로 덮였든지 안 덮였든지 모든 존재가 만나 조화를 이루는 이 정원에서 우리는 같은 것을 소망한다. 내 집 같은 공간에서 무탈히 지내는 것(p.115).


생명과 다양성을 창조하고 싶다고 해서 신이나 부자나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사실, 그저 손에 흙을 조금 묻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p.116).


나는 이 세상을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 위 작은 한구석에서, 삶은 괜찮게 굴러간다(p. 117).

저녁 어스름에 조용히 날개를 펼치는 매미를 발견하는 것, 보도블록 옆 민들레 한 송이를 알아채고 미소 짓는 것, 까치만큼이나 흔히 보이는 회갈색의 시끄러운 새가 직박구리였음을 배우고 뜨거운 길바닥에 나앉은 지렁이를 흙으로 돌려보내고 선물 받은 골칫덩어리 화분을 이번만큼은 제대로 키워보는 것. 이 모든 작은 기적의 순간들마다 우리는 이 세계가 생명으로 가득함을 깨닫는다. 이런 자그마한 우연이 차곡차곡 모여 필연이 될 때, 불신이 확신이 될 때, 우리가 사실 이 자그맣고 혼잡하며 더럽고 경이로운 지구라는 행성의 정원사임을 알게 될 것이다(p. 121)



황선우김하나 (22.5.25) 퀸즐랜드 자매로드이야기나무

2019년 히트작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김하나와 황선우가 이번에는 퀸즐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와우~ 20대, 내 첫번째 독고다이 해외여행의 시작점. 퀸즐랜드주는 브리즈번의 마천루와 인근 지역의 열대우림이 특이하게 공존하는 휴양지다. 내게 퀸즐랜드의 키워드가 하늘이라면, 이들이 처음 마주한 것은 경이로운 동물들과 새파란 파도였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섬 모튼 아일랜드. 섬 전체가 모래밭인 그곳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는 키 50㎝의 거대한 펠리컨을 만난다. 섬의 주인인 양 “기세가 등등”한 자태에서 인간과 함께 사는 이 지역 동물들의 존재감을 확인한다. 코가 큼직한 코알라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귀여워서 감탄하다가 특유의 “나른한 속도”에 “충격을 받는다.” 동시에 “다른 생명체를 나와 관계없는 미물, 타자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존재로 받아들일 때 작은 힘이라도 낼 수” 있음을 깨닫는다. “파도에 따귀를 여러 차례 맞고, 머리카락이 엉망이 되”어도 서핑은 마냥 좋다. “자연을 깊숙이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장마다 펼쳐지는 여자 둘의 여행기는 유쾌하고 호방하다. 자상하고, 흥겹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지속된 여행 암흑기가 마침내 막을 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할까? 이들이 여행에서 찾아낸 ‘또 다른 자신’은? “문밖에 있는 삶”을 추구하는 여자 둘이라는데...


〈야자수 사이로 돌고래가 찾아오는 모래섬〉 中

하늘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왔고 세상은 단순하게 아름다웠다. 시키는 대로 널빤지 위에 엎드려 앞부분을 치켜들고 다이빙했다. 우와! 자연이 만든 모래 슬로프는 스릴 넘치는 속도감으로부터 마지막 완만한 경사를 통과해 출발했던 지점까지 부드럽게 도달하도록 섬세히 설계되어 있었다! (p.57)


〈황금빛 도시〉 中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서 도시를 구불구불 돌며 뻗어있는 강과 운하에 빛의 조각들이 눈부시게 부서졌다. 물에 비친 석양의 반영은 골드코스트를 그야말로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며칠 뒤 새벽에 해 뜨는 걸 보러 가서는 반대편의 동쪽 바다에서 해가 떠오르며 황금빛으로 물드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일몰과 일출의 황홀함이 금빛으로 남았다. 유래가 어쨌건 간에 이제 나에게 골드코스트는 일렁이는 태양빛의 금색으로 기억되는 이름이다(p.74).


〈삶이 문밖에 있는 곳〉 中

조금씩 하늘이 밝아오자마자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달리는 사람들이 해변에 바늘땀 같은 발자국을 남기며 뛰었다. 우리가 입은 패딩이 무색하게, 서퍼들이 보드를 들고 하나둘씩 바다로 들어갔다(p. 82).


<웜뱃의 똥은 정육면체라는 거 알아?〉 中

해결되지 않는 여러 질문이 생겼다. 아마도 역사상 가장 망가진 상태일 지금 지구를, 여전히 망가뜨리며 사용 중인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염치가 있을까? 지구의 원래 주인이었을 많은 비인간 동물들에게 진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139p)


〈아주 작은 마을이 품은 아주 큰 다양성〉 中

어설프고 귀여워서 웃다가, 하도 웃어서 눈물이 났다. 눈물을 흘리다 보니 진짜로 우는 것 같기도 했다. 젊고 아름답고 균질한 존재들만이 무대에 오르고 매순간 엄격하게 평가받는 한국에서, 내가 가장 멀리 와 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꽃을 보러 왔다가 사람들을 봤다. (170p)


〈소박하고 세련된 도시〉 中

이 정도의 정원을 디자인하고 가꾸려면 1년 내내 굉장한 노동이 들어갈 것이었다. 그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이곳에 머리가 하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을 잡고 잘 가꿔진 정원을 보러 오는 광경도 사랑스러웠다. (183p)


〈강변을 따라 흐르는 삶〉 中

브리즈번은 답답하지 않고 무언가가 계속 흐르고 순환하며 숨통을 틔워주는 느낌이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의 인상을 결정짓는 것도 처음에 어떻게 만나느냐일 것이다. 우리는 브리즈번을 가장 매력적인 방식으로 만났다. (228p)


〈이 햇살을 간직해〉 中

퀸즐랜드주를 떠올리면 온몸으로 쏟아지는, 피부에 수직으로 내리꽂는 햇볕의 감각이 되살아난다.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몰디브나 태국, 스페인 남부의 태양과는 달랐던가? 각여행지의 위도나 경도, 그리고 해 아래의 풍경과 사람들이 햇살을 다르게 기억하게 만든다. (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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